제3장 믿음 깊은 아낙들
담장 바깥벽에 덧붙여 지은 나무 회랑 아래에는 이번에는 온통 여자들만, 아낙 스무 명쯤이 모여 있었다. 장로가 드디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기다리며 모여 있었다. 지주 집안의 호흘라코바 모녀도 회랑으로 나왔다. 그들 역시 장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귀한 신분의 여자 방문객들에게 따로 내준 방에서였다. 두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딸이었다. 어머니 호흘라코바 부인은 부유하고 늘 맵시 있게 차려입는 부인으로, 아직 꽤 젊고 무척 어여쁜 사람이었다. 얼굴이 조금 창백했고, 무척 생기 있는 눈은 거의 새까맸다. 나이는 서른셋을 넘지 않았고, 과부가 된 지 벌써 다섯 해쯤 되었다. 열네 살 난 딸은 다리가 마비되어 있었다. 가엾은 아이는 벌써 반년쯤 걷지 못해서 길고 편안한 바퀴 달린 의자에 실려 다녔다. 병 때문에 조금 여위었지만 명랑한,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속눈썹이 긴 그 크고 검은 눈에는 무언가 장난기 어린 것이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봄부터 딸을 외국으로 데려갈 작정이었지만, 여름에 영지 일을 정리하느라 때를 놓쳤다. 모녀는 벌써 한 주일쯤 우리 읍에 머물고 있었는데, 순례보다는 볼일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미 한 번, 사흘 전에 장로를 찾아왔었다. 그런데 장로가 이제 거의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다시 불쑥 찾아와서, "위대한 치유자를 뵙는 행복"을 한 번 더 누리게 해 달라고 간곡히 애원하며 청했다.
장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딸의 의자 곁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여자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늙은 수도사 하나가 서 있었다. 이곳 수도원 사람이 아니라 북쪽 먼 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수도원에서 찾아온 길손이었다. 그 역시 장로에게 축복을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회랑에 나타난 장로는 먼저 곧장 백성들에게로 갔다. 사람들은 나지막한 회랑과 들판을 잇는 세 계단짜리 층계로 밀려들었다. 장로는 맨 위 계단에 서서 영대(領帶)를 두르고, 제게로 밀려드는 여자들을 축복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클리쿠샤 하나를 두 팔을 잡아 그에게로 끌어왔다. 그 여자는 장로를 보자마자 어쩐지 터무니없이 끽끽거리며 딸꾹질을 하더니, 경기라도 일으킨 듯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장로가 그 여자의 머리에 영대를 얹고 짧은 기도를 읽어 주자 여자는 곧바로 잠잠해지고 가라앉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 어린 시절에는 시골이나 수도원에서 이런 클리쿠샤들을 보고 듣는 일이 자주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성찬 예배에 데려왔고, 그들은 온 성당이 떠나가게 끽끽거리거나 개처럼 짖어 댔다. 그런데 성체를 모시고 나와 그들을 성체 앞으로 데려가면, "귀신 들린 발작"은 곧바로 멈추었고 환자들은 늘 한동안 잠잠해졌다. 어린 나는 이것을 보고 무척 놀라고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때 이미 나는 어떤 지주들에게서, 특히 읍에 사는 내 선생님들에게서, 내가 꼬치꼬치 묻자 이런 대답을 들었다. 그것은 다 일하기 싫어서 꾸민 연극이며 마땅히 엄하게 다스리면 언제든 뿌리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갖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는 전문 의사들에게서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는 아무런 꾸밈도 없고, 이것은 무서운 여자의 병이며, 아무래도 주로 우리 러시아에 있는 병인 듯한데, 우리 시골 여자의 고된 운명을 증언하는 병이라고 했다. 아무런 의학의 도움도 없이 힘들고 잘못된 해산을 치르고 나서 너무 일찍 고된 일을 하는 데서 생기는 병이고, 그 밖에도 빠져나갈 길 없는 슬픔, 매질 따위에서도 생기는데, 어떤 여자의 몸은 흔히들 견디는 일이라 해도 끝내 견뎌 내지 못한다고 했다. 발작하며 몸부림치던 여자가 성체 앞에 데려가기만 하면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낫는 일을 사람들은 나에게 꾸민 연극이라고, 게다가 거의 "성직자 놈들"이 직접 꾸며 낸 속임수라고 설명했지만, 그 일 역시 아마 더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것이다. 여자를 성체 앞으로 데려가는 아낙들도, 무엇보다 환자 자신도, 환자를 사로잡은 더러운 귀신은 환자를 성체 앞으로 데려가 그 앞에 몸을 굽히게 하면 결코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굳어진 진리로 온전히 믿고 있었다. 그러니 신경이 예민하고, 물론 정신도 병든 여자에게는 성체 앞에 몸을 굽히는 순간 반드시 온몸이 뒤흔들리는 듯한 일이 늘 일어났고(또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 뒤흔들림은 반드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기대와 그것이 이루어지리라는 더없이 온전한 믿음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그 기적은 단 1분 동안이라도 이루어졌다. 지금도 장로가 환자를 영대로 덮자마자 꼭 그렇게 이루어졌다.
장로에게 밀려드는 여자들 가운데 많은 이가 그 순간이 빚어낸 감동과 환희로 눈물을 쏟았다. 어떤 이들은 그의 옷자락 끝에라도 입을 맞추려고 몸부림쳤고, 어떤 이들은 무언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모두를 축복했고, 몇몇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클리쿠샤는 그가 이미 아는 여자였다. 멀지 않은 곳, 수도원에서 고작 6베르스타쯤 떨어진 마을에서 데려온 여자로, 전에도 그에게 데려온 적이 있었다.
"저기 먼 데서 온 사람이 있구나!" 장로가 아직 결코 늙지는 않았지만 몹시 여위고 핼쑥한 여자 하나를 가리켰다. 햇볕에 그을렸다기보다 얼굴이 온통 새까맣게 타 버린 듯했다. 여자는 무릎을 꿇고 꼼짝 않는 눈길로 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길에는 무언가 넋이 나간 듯한 데가 있었다.
"먼 데서요, 신부님, 먼 데서 왔어요. 여기서 300베르스타나 되는 데서요. 먼 데서요, 아버님, 먼 데서요." 여자는 뺨을 손바닥으로 괴고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어쩐지 천천히 흔들며 노래하듯 말했다. 그 여자는 넋두리를 늘어놓듯 말했다. 백성 가운데에는 말없이 오래 참는 슬픔이 있다. 그 슬픔은 제 안으로 파고들어 입을 다문다. 그러나 터져 버린 슬픔도 있다. 그 슬픔은 한번 눈물로 터져 나오면 그때부터는 넋두리가 된다. 특히 여자들에게서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말없는 슬픔보다 가벼운 것은 아니다. 넋두리는 마음을 더 쑤시고 더 찢어 놓음으로써만 위안이 된다. 이런 슬픔은 위안조차 바라지 않고, 제가 달랠 길 없다는 느낌을 먹고 산다. 넋두리란 상처를 끊임없이 덧나게 하고 싶은 갈망일 뿐이다.
"읍내 사람 같구나?" 장로가 여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읍에 살아요, 아버님, 읍에 살아요. 신분은 농사꾼인데 읍에 살아요, 읍에서 지내요. 아버님을 뵈러 왔어요. 아버님 소문을 들었어요, 신부님, 들었어요. 젖먹이 아들을 묻고 하느님께 빌러 나섰어요. 수도원을 세 군데 돌았는데, 사람들이 일러 주더라고요. '나스타슈시카, 거기도 가 봐요.' 여기 말이에요, 아버님, 여기요. 그래서 왔어요. 어제는 철야 예배에 섰고, 오늘은 아버님께 왔어요."
"무엇 때문에 그리 우느냐?"
"아들이 불쌍해서요, 신부님. 세 살배기였어요. 석 달만 더 있었으면 꼭 세 살이 됐을 거예요. 아들 때문에 괴로워요, 아버님, 아들 때문에. 마지막 남은 아들이었어요. 니키투시카하고 저 사이에 넷이 있었는데, 우리 집엔 애들이 붙어 있질 않아요, 붙어 있질 않아요, 아버님, 붙어 있질 않아요. 첫 셋은 묻고도 그렇게 서럽진 않았는데, 이 마지막 녀석은 묻고 나니 잊을 수가 없어요. 꼭 여기 제 앞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떠나질 않아요. 제 넋을 다 말려 놨어요. 그 애 속옷이며 작은 셔츠며 장화를 보면 울부짖게 돼요. 그 애가 남긴 걸, 그 애 물건을 하나하나 늘어놓고 보면서 울부짖어요. 남편 니키투시카한테 그랬어요. 여보, 순례 좀 다녀오게 보내 줘요. 그이는 마부예요. 우리는 가난하지 않아요, 아버님, 가난하지 않아요. 남의 밑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마차 일을 해요. 말도 마차도 다 우리 거예요. 그런데 이제 그깟 살림이 무슨 소용이에요? 제가 없으니 그이가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을 거예요, 우리 니키투시카가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전에도 그랬거든요. 제가 잠깐 눈만 돌려도 금세 무너지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이 생각도 안 해요. 집을 나온 지 벌써 석 달째예요. 잊어버렸어요, 다 잊어버렸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그이하고 같이 있어 봤자 무얼 하겠어요? 그이하곤 끝났어요, 끝났어요, 모두하고 다 끝냈어요. 이제는 제 집도 제 살림도 쳐다보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아예 안 봤으면 좋겠어요!"
"이보게, 어미야." 장로가 말했다. "옛날에 어느 위대한 성인이 성당에서 너와 꼭 같이 우는 어머니를 보았다. 역시 하나뿐인 어린 자식을 주님께서 불러 가셨기 때문이었지. 성인이 그 여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 어린것들이 하느님의 옥좌 앞에서 얼마나 대담한지 모르는가? 하늘나라에서 이들보다 대담한 이는 아무도 없다. 이들은 하느님께 이렇게 말한다. 주님, 당신은 저희에게 생명을 주셨는데 저희가 그것을 보자마자 도로 거두어 가셨습니다. 그리고 어찌나 대담하게 청하고 묻는지 주님은 곧바로 이들에게 천사의 품계를 내리신다. 그러니'" 성인이 말했다. "'여인이여, 그대도 울지 말고 기뻐하라. 그대의 어린것도 지금 주님 곁에서 그분의 천사 무리 가운데 머물고 있다.' 성인은 옛날에 우는 여인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분은 위대한 성인이셨으니 그 여인에게 거짓을 말씀하셨을 리 없다. 그러니 너도 알아 두어라, 어미야. 네 어린것도 틀림없이 지금 주님의 옥좌 앞에 서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너를 위해 하느님께 빌고 있다. 그러니 너도 울되 기뻐하여라."
여자는 손으로 뺨을 괴고 눈을 내리깐 채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여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니키투시카도 바로 그렇게 저를 위로했어요. 꼭 아버님처럼 한마디도 다르지 않게 말했어요. '이 철없는 사람아, 왜 울어. 우리 아들은 틀림없이 지금 주 하느님 곁에서 천사들하고 같이 노래하고 있을 거야.' 그이는 저한테 그렇게 말하면서 저도 울어요. 저처럼 울고 있는 걸 저는 봐요. '알아요, 니키투시카.' 제가 그러지요. '주 하느님 곁 말고 그 애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여기에, 우리 곁에는 지금 그 애가 없잖아요, 니키투시카. 예전처럼 곁에 앉아 있지 않잖아요!' 그 애를 딱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딱 한 번만 그 애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다가가지도 않고, 말도 걸지 않고, 구석에 숨어 있을게요. 그저 딱 한순간만 보고, 그 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요. 그 애가 마당에서 노는 소리를. 그 애는 들어와서 그 작은 목소리로 소리치곤 했어요. '엄마, 어디 있어?' 그 애가 그 작은 발로 방을 한 번 걸어가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그 작은 발로 콩콩, 그렇게 잦게, 잦게요. 기억나요, 그 애가 저한테 뛰어오면서 소리치고 웃던 게. 그 애 발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들으면 알아볼 텐데! 그런데 그 애가 없어요, 신부님, 없어요. 그리고 다시는 그 애 소리를 못 들어요! 여기 그 애 허리띠가 있는데, 그 애는 없어요. 이제 다시는 그 애를 보지도 듣지도 못해요!……"
여자는 품에서 사내아이가 매던, 금실로 수놓은 작은 허리띠를 꺼냈고, 그것을 보자마자 흐느끼며 온몸을 떨었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렸는데, 그 손가락 사이로 갑자기 눈물이 줄기줄기 쏟아졌다.
"그것은" 장로가 말했다. "옛날의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울며,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받기를 마다하였다'는 그 울음이다. 너희 어머니들에게는 이 땅에서 그런 몫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 위로받으려 하지 마라. 위로받을 필요도 없다. 위로받으려 하지 말고 울어라. 다만 울 때마다, 네 아들이 하느님의 천사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저기서 너를 내려다보고, 너를 보고, 네 눈물을 기뻐하며, 그 눈물을 주 하느님께 가리켜 보인다는 것을 한결같이 떠올려라. 이 크나큰 어머니의 울음은 아직도 오래 너와 함께 있겠지만, 끝내는 조용한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네 쓰라린 눈물은 그저 조용한 감동의 눈물, 죄에서 구원해 주는 마음의 정화의 눈물이 될 것이다. 네 어린것의 영혼을 위해 내가 기도해 주마. 이름이 무엇이었느냐?"
"알렉세이예요, 신부님."
"고운 이름이구나. 하느님의 사람 알렉세이 성인의 이름을 땄느냐?"
"하느님의 사람이요, 신부님, 하느님의 사람이요. 하느님의 사람 알렉세이 성인이요!"
"참으로 거룩한 성인이시지! 기도해 주마, 어미야, 기도해 주마. 네 슬픔도 기도 속에 떠올리고, 네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마. 다만 남편을 버려두는 것은 죄다. 남편에게 가서 그를 돌보아라. 네 아이가 저기서 네가 제 아비를 버린 것을 보면 너희를 위해 울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 아이의 복된 안식을 깨뜨리려 하느냐? 그 아이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 영혼은 영원히 살기 때문이다. 집에는 없어도 그 아이는 보이지 않게 너희 곁에 있다. 네가 제 집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하면 그 아이가 어떻게 집으로 오겠느냐? 아비와 어미를 함께 찾지 못하면 누구에게로 오겠느냐? 지금은 그 아이가 꿈에 나타나 네가 괴로워하지만, 그때가 되면 그 아이가 너에게 온화한 꿈을 보내 줄 것이다. 남편에게 가거라, 어미야. 바로 오늘 가거라."
"갈게요, 아버님, 아버님 말씀대로 갈게요. 제 마음을 다 헤아려 주셨어요. 니키투시카, 우리 니키투시카, 날 기다리고 있지, 여보, 기다리고 있지!" 아낙이 또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지만, 장로는 이미 순례자 차림이 아니라 읍내 차림을 한 조그만 할멈에게로 돌아섰다. 그 할멈의 눈을 보니 무슨 볼일이 있어서 무언가 알리러 온 것이 분명했다. 할멈은 하사관의 과부라고 제 소개를 했는데, 먼 데서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읍에서 왔다고 했다. 할멈에게는 바센카라는 아들이 있는데, 어디 병참 관청에서 일하다가 시베리아로, 이르쿠츠크로 갔다고 했다. 거기서 두 번 편지를 보냈는데, 이제 벌써 한 해째 편지가 끊겼다고 했다. 할멈은 아들 소식을 알아보았지만, 사실 어디에 알아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요전에 스테파니다 일리니시나 베드랴기나, 부자 상인 마님인데, 그분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프로호로브나, 아들 이름을 추도 명부에 적어서 교회에 갖다 내고, 죽은 사람처럼 영혼의 안식을 빌어 달라고 해요. 그러면 영혼이 갑갑해져서 아들이 편지를 쓸 거라고요. '그건 정말 틀림없어요, 여러 번 해 봤어요.' 스테파니다 일리니시나가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미심쩍어서요…… 우리 등불 같은 신부님, 그게 참말인가요, 아닌가요?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라. 그런 것은 묻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살아 있는 영혼을, 그것도 친어머니가 죽은 사람처럼 안식을 빌어 달라고 하다니 그게 어떻게 될 법한 일이냐! 그것은 큰 죄다. 요술이나 다름없다. 네가 몰라서 한 일이니 그저 용서받을 뿐이다. 차라리 하늘의 여왕님, 재빨리 감싸 주시고 도와주시는 분께 아들의 건강을 빌고, 네 그릇된 생각도 용서해 주십사 빌어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한마디 더 해 주마, 프로호로브나. 네 아들은 곧 너에게 직접 돌아오든지, 아니면 틀림없이 편지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알아 두어라. 가거라, 이제부터는 마음 놓아라. 네 아들은 살아 있다. 내가 말해 주마."
"우리 고마우신 분, 하느님께서 갚아 주시기를. 우리 은인이시여,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 죄를 위해 빌어 주시는 분이시여……"
그런데 장로는 이미 사람들 가운데서 제게로 쏠린 불타는 두 눈길을 알아보았다. 아직 젊기는 하지만 몹시 지치고 보기에 폐병을 앓는 듯한 농가 여자의 눈길이었다. 그 여자는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눈은 무언가를 애원하고 있었지만, 다가오기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무슨 일로 왔느냐, 얘야?"
"제 영혼을 풀어 주세요, 아버님." 여자는 조용히, 서두르지 않고 말하고는 무릎을 꿇고 그의 발 앞에 엎드려 절했다.
"죄를 지었어요, 아버님. 제 죄가 무서워요."
장로는 맨 아래 계단에 앉았고, 여자는 무릎을 꿇은 채 그에게 다가갔다.
"과부가 된 지 세 해째예요." 여자가 몸을 떠는 듯하며 반쯤 속삭이는 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시집살이가 힘들었어요. 그이는 늙었고, 저를 몹시 때렸어요. 그이가 병들어 누워 있었는데, 저는 생각했어요. 그이를 보면서요. 이 사람이 나아서 다시 일어나면 그때는 어떻게 하나? 그러자 그때 바로 그 생각이 저한테 들어왔어요……"
"잠깐." 장로가 말하고는 귀를 여자의 입술 바로 앞에 갖다 댔다. 여자는 거의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속삭임으로 말을 이었다. 여자는 곧 말을 마쳤다.
"세 해째라고?" 장로가 물었다.
"세 해째예요. 처음에는 생각도 안 했는데, 이제는 앓기 시작했어요. 우울증이 들러붙었어요."
"먼 데서 왔느냐?"
"여기서 500베르스타 떨어진 데서요."
"고해 때 말했느냐?"
"말했어요. 두 번이나 말했어요."
"영성체는 허락받았느냐?"
"허락받았어요. 무서워요. 죽는 게 무서워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우울해하지도 마라. 네 안에서 참회만 마르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신다. 참으로 뉘우치는 사람에게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지 않을 죄는 온 땅 위에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사람이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다 써 버릴 만큼 큰 죄를 저지를 수는 결코 없다. 하느님의 사랑을 넘어서는 죄가 있을 수 있겠느냐? 그저 쉼 없는 참회만 마음에 두고, 두려움은 아주 쫓아 버려라. 하느님께서 너를 네가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사랑하신다고 믿어라. 네 죄와 함께, 네 죄 가운데 있는 너를 사랑하신다. 뉘우치는 한 사람 때문에 하늘에서는 열 의인보다 더 큰 기쁨이 있다는 말씀이 오래전에 있었다. 그러니 가서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 때문에 서러워하지 말고, 모욕당했다고 성내지 마라. 죽은 사람이 너를 괴롭힌 일은 마음속에서 모두 용서하고, 참으로 그와 화해하여라. 뉘우친다면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게 된다면 너는 이미 하느님의 사람이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모든 것이 구원받는다. 너와 똑같이 죄 많은 사람인 내가 너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 너를 가엾게 여겼으니, 하물며 하느님이시겠느냐. 사랑은 더없이 값진 보물이라 그것으로 온 세상을 살 수 있고, 제 죄뿐 아니라 남의 죄까지 대신 갚을 수 있다. 가거라, 두려워하지 마라."
그는 여자에게 세 번 성호를 그어 주고, 제 목에서 작은 성상을 벗어 여자의 목에 걸어 주었다. 여자는 말없이 땅에 닿도록 절했다. 그는 몸을 반쯤 일으키고, 젖먹이를 품에 안은 건강한 아낙 하나를 밝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비셰고리예에서 왔어요, 아버님."
"여기서 6베르스타나 되는데, 아기를 안고 고생했겠구나. 무엇을 바라느냐?"
"아버님 얼굴 보러 왔어요. 전에도 아버님한테 왔었는데, 잊으셨어요? 저를 다 잊으셨다면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으신가 봐요. 우리 동네에서 아버님이 앓으신다고들 하기에, 그럼 내가 가서 직접 뵈어야지 싶었지요. 그래서 이렇게 뵙는데, 이게 어디가 앓으시는 거예요? 앞으로 스무 해는 더 사시겠어요, 정말이지, 하느님이 함께하시기를! 그리고 아버님을 위해 비는 사람이 좀 많아요? 아버님이 앓으실 리가 있나요?"
"모든 것이 고맙구나, 얘야."
"그런데 마침 작은 부탁이 하나 있어요. 여기 60코페이카가 있는데, 아버님, 이걸 저보다 가난한 여자한테 주세요. 여기 오면서 생각했지요. 아버님을 통해 주는 게 낫겠다. 그분은 누구한테 줘야 할지 아실 테니까."
"고맙다, 얘야, 고맙다, 착한 사람아. 내가 너를 아낀다. 꼭 그렇게 해 주마. 안고 있는 건 계집아이냐?"
"계집아이예요, 아버님. 리자베타예요."
"주님께서 너희 둘을, 너와 아기 리자베타를 축복해 주시기를. 네가 내 마음을 기쁘게 해 주었구나, 어미야. 잘 가거라, 사랑하는 이들아, 잘 가거라, 소중하고 정다운 이들아."
그는 모두를 축복하고 모두에게 깊이 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