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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제6장 오두막의 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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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오두막의 파열

그에게는 정말로 지금까지 좀처럼 겪어 보지 못한 그런 심각한 슬픔이 있었다. 그는 불쑥 튀어나가 "바보짓을 했다". 그것도 무슨 일에서? 사랑의 감정에서! "내가 이런 일을 무얼 안다고, 이런 일에서 내가 무얼 가려낼 수 있다고?"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속으로 백 번째 되풀이했다. "아, 부끄러운 건 아무것도 아니야, 부끄러움은 내가 받아야 할 마땅한 벌일 뿐이고, 문제는 이제 틀림없이 내가 새로운 불행의 원인이 되리라는 거야…… 장로님은 화해시키고 하나로 이어 주라고 나를 보내셨는데. 이렇게 이어 주는 거야?" 이때 그는 자기가 어떻게 "두 손을 맞잡게 하려" 했는지 다시 떠올렸고, 다시 끔찍하게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 모든 걸 진심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더 슬기로워져야 해." 그는 갑자기 이렇게 결론을 내렸고, 자기가 내린 결론에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심부름은 오제르나야 거리로 가는 것이었는데, 드미트리 형은 마침 그 가는 길에, 오제르나야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살았다. 알료샤는 형을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어쨌든 2등 대위에게 가기 전에 형에게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형이 어쩌면 지금 무슨 수를 써서든 일부러 자기를 피해 숨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을 찾아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수도원을 나선 그 시각부터 숨을 거두어 가는 장로에 대한 생각이 단 1분도, 단 1초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심부름에는 그의 마음을 몹시 끈 사정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그 2등 대위의 아들, 아버지 곁에서 소리 내어 울며 달리던 어린 학생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알료샤의 머리에는 그때 이미 그 아이가 틀림없이 아까 그 학생, 그가, 알료샤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캐묻자 그의 손가락을 문 그 아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스쳤다. 이제 알료샤는 아직 왜인지도 모르면서 거의 그렇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다른 생각에 빠져들다 보니 그는 마음이 풀렸고, 방금 자기가 저지른 "불행"을 "생각하지" 않기로, 뉘우치며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로, 할 일을 하고 그다음은 될 대로 되게 두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완전히 기운이 났다. 그러다 드미트리 형에게 가려고 골목으로 꺾어 들면서 배가 고파진 그는 아버지 집에서 가져온 빵을 주머니에서 꺼내 길을 가며 먹었다. 그러자 힘이 났다.

드미트리는 집에 없었다. 그 작은 집의 주인들, 늙은 목수와 그 아들과 그의 아내인 노파는 알료샤를 의심스럽게까지 쳐다보았다. "벌써 사흘째 집에서 자지 않았으니 어디로 떠났는지도 모르지요." 알료샤가 애써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알료샤는 그가 시킨 대로 대답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루셴카 집에 있는 건 아닌가요, 또 포마 집에 숨어 있는 건 아닌가요?"(알료샤는 일부러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이렇게 묻자 주인들은 모두 겁먹은 듯이 그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형을 아끼는구나. 그러니까 형 편을 드는 거야." 알료샤는 생각했다. "다행이야."

마침내 그는 오제르나야 거리에서, 거리 쪽으로 창이 셋뿐이고 지저분한 마당 한가운데에 암소 한 마리가 외로이 서 있는, 기울어진 낡은 작은 집인 소시민 칼미코바의 집을 찾아냈다. 입구는 마당에서 현관방으로 나 있었고, 현관방 왼쪽에는 늙은 안주인이 늙은 딸과 함께 살았는데, 둘 다 귀가 먹은 듯했다. 그가 2등 대위에 대해 여러 번 되풀이해 묻자, 둘 가운데 하나가 마침내 세 든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을 알아듣고 현관방 건너편, 깨끗한 쪽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문을 손가락으로 쿡 가리켰다. 2등 대위의 거처는 정말로 그냥 오두막일 뿐이었다. 알료샤는 문을 열려고 쇠고리를 손에 쥐려다가, 문 너머가 유난히 조용한 것에 놀랐다. 그러나 그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말로 퇴역 2등 대위가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자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온 걸 듣고 내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다시 한 번 노크하는 게 좋겠다." 그러고 그는 노크했다. 대답이 들렸지만 곧바로가 아니라 어쩌면 10초쯤 지나서였다.

"누구요?" 누군가가 크고 일부러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알료샤는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는 오두막 안에 들어섰는데, 꽤 넓기는 했지만 사람들과 온갖 세간으로 몹시 비좁았다. 왼쪽에 커다란 러시아 화덕이 있었다. 화덕에서 왼쪽 창까지 방을 가로질러 밧줄이 매여 있었고, 거기에 갖가지 헌 옷가지가 걸려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 두 벽에 침대가 하나씩 놓여 있었고, 둘 다 뜨개 이불이 덮여 있었다. 그 가운데 왼쪽 침대에는 무명 베개 넷이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작게 산처럼 쌓여 있었다. 오른쪽의 다른 침대에는 아주 작은 베개 하나만 보였다. 그리고 앞 구석에는 커튼인지 홑이불인지로 가린 작은 자리가 있었는데, 그것도 구석을 가로질러 맨 밧줄에 걸쳐 놓은 것이었다. 그 커튼 뒤에도 옆쪽으로 걸상과 거기 붙여 놓은 의자 위에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무로만 된 네모난 투박한 농가 식탁은 앞 구석에서 가운데 창 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창 셋은 모두 하나에 작고 푸르스름하고 곰팡이 슨 유리가 넷씩 끼워져 있었는데, 몹시 흐렸고 꼭꼭 닫혀 있어서 방 안은 꽤 숨이 막히고 그리 밝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달걀 프라이가 조금 남은 프라이팬이 놓여 있었고, 먹다 만 빵 한 조각이 있었으며, 그 밖에 반 병들이 술병이 있었는데 바닥에만 지상의 축복이 조금 남아 있었다. 왼쪽 침대 곁 의자에는 무명 옷을 입은, 귀부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이 몹시 여위고 누렇게 떠 있었으며, 몹시 움푹 꺼진 뺨이 첫눈에 그 여자가 병든 몸이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알료샤를 놀라게 한 것은 그 가엾은 부인의 눈길이었다. 몹시 무언가를 묻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끔찍하게 거만한 눈길이었다. 그리고 부인이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알료샤가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내 부인은 똑같이 거만하고 묻는 듯이 커다란 갈색 눈을 말하는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겼다. 이 부인 곁 왼쪽 창가에는 꽤 못생긴 얼굴에 붉고 숱 적은 머리를 한, 가난하지만 아주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아가씨가 서 있었다. 아가씨는 들어온 알료샤를 꺼림칙하다는 듯 훑어보았다. 오른쪽에도 역시 침대 곁에 여자가 하나 더 앉아 있었다. 몹시 가엾은 사람이었는데, 역시 스무 살쯤 된 젊은 아가씨였지만 곱사등이에 다리를 못 썼고, 나중에 알료샤가 들은 바로는 다리가 말라 버렸다고 했다. 아가씨의 목발은 곁에, 침대와 벽 사이 구석에 세워져 있었다. 그 가엾은 아가씨의 유난히 아름답고 착한 눈이 무언가 차분하고 온순하게 알료샤를 바라보았다. 식탁에는 키가 작고, 깡마르고, 몸이 약하고, 머리털이 불그스름한 마흔다섯 살쯤 된 남자가 앉아 달걀 프라이를 마저 먹고 있었는데, 불그스름하고 성긴 턱수염이 털이 헝클어진 수세미를 꼭 닮았다(이 비유, 특히 "수세미"라는 말이 어쩐지 첫눈에 알료샤의 머릿속에 번쩍 떠올랐는데, 그는 나중에 그것을 기억해 냈다). 방 안에 다른 남자가 없었으니 분명 바로 이 남자가 문 너머에서 "누구요" 하고 소리친 것이었다. 그런데 알료샤가 들어서자 그는 식탁에 앉아 있던 걸상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나더니, 구멍 난 냅킨으로 서둘러 입을 닦으며 알료샤에게 날듯이 달려왔다.

"수도사가 수도원 짓는다고 시주를 받으러 왔네. 찾아올 데를 잘도 알았군!" 그사이 왼쪽 구석에 서 있던 아가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알료샤에게 달려온 남자는 순식간에 발뒤꿈치로 홱 돌아서서 그 아가씨에게 흥분해 무언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지요, 바르바라 니콜라브나, 그게 아닙지요, 잘못 짚으셨습지요! 저도 여쭈어보지요." 그는 갑자기 다시 알료샤에게로 돌아섰다. "무엇이 당신을 이…… 이런 깊은 구렁까지 찾아오시게 했습지요?"

알료샤는 그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는 이 사람을 처음 보았다. 그에게는 무언가 모나고, 허둥대고, 신경질적인 데가 있었다. 그는 분명 방금 술을 마셨지만 취해 있지는 않았다. 그의 얼굴은 무언가 극도의 뻔뻔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이상하게도, 눈에 띄는 비겁함을 드러냈다. 그는 오랫동안 남에게 굽히고 온갖 일을 참아 오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진 사람 같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을 끔찍이 때리고 싶으면서도 당신이 자기를 때릴까 봐 끔찍이 겁내는 사람 같았다. 그의 말과 꽤 날카로운 목소리의 억양에서는 독기를 품었다가 주눅이 들었다가 하며 가락을 지키지 못하고 갈라지는, 무언가 성 바보 같은 익살이 들렸다. 그는 "구렁"에 대한 질문을 온몸을 떨듯이, 눈을 부릅뜨고, 알료샤에게 바짝 다가붙어서 던졌기 때문에 알료샤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이 남자는 기운 데가 있고 얼룩진, 몹시 허름한 어두운 빛깔의 무명 외투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이제는 아무도 입지 않는 그런 체크무늬에 아주 얇은 천으로 지은, 무언가 몹시 밝은 빛깔이었는데, 아래쪽이 구겨져서 그 때문에 위로 말려 올라가 있었는데, 마치 그가 어린 사내아이처럼 그 바지가 작아질 만큼 자라 버린 것 같았다.

"저는…… 알렉세이 카라마조프라고……" 알료샤가 대답하려 했다.

"훌륭히 알아들을 줄 압지요." 남자가 곧바로 잘라 말하며, 그러지 않아도 알료샤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을 내비쳤다. "저는 저대로 2등 대위 스네기료프입지요. 그런데도 무엇이 당신을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냥 들렀을 뿐이에요. 사실은 제 쪽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한마디 있어서요…… 허락해 주신다면요……"

"그렇다면 여기 의자가 있습지요, 자리에 앉으십쇼. 옛날 희극에서 그렇게들 말했지요. '자리에 앉으십쇼'……" 그러고는 2등 대위는 빠른 몸짓으로 빈 의자(나무로만 되고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투박한 농가 의자)를 붙잡아 거의 방 한가운데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같은 의자를 하나 더 붙잡아 자기 몫으로 놓고는 알료샤 맞은편에, 아까처럼 그에게 바짝 붙어서 두 사람의 무릎이 거의 닿을 만큼 앉았다.

"니콜라이 일리치 스네기료프입지요. 러시아 보병대의 전 2등 대위입지요. 제 악덕으로 망신을 당하기는 했어도 그래도 2등 대위입지요. 스네기료프가 아니라 '습지요프' 2등 대위라고 해야 옳겠습지요. 인생의 후반부터야 비로소 말끝마다 '습지요'를 붙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습지요'는 굴욕 속에서 얻어지는 겁지요."

"정말 그렇겠네요." 알료샤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건 저도 모르게 얻어지나요, 아니면 일부러 얻나요?"

"하느님이 보고 계십지요, 저도 모르게 얻어집지요. 평생 안 썼습지요, 평생 '습지요'를 안 붙이고 말했는데, 갑자기 넘어졌다가 일어나 보니 '습지요'를 붙이고 있더란 말씀입지요. 이건 더 높은 힘이 하는 일입지요. 보아하니 현대의 문제들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그런데 손님을 대접할 수도 없는 형편에서 사는 제가 어떻게 그토록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는지요."

"저는…… 바로 그 일 때문에 왔어요……"

"바로 그 일이라니요?" 2등 대위가 조바심을 내며 말을 끊었다.

"제 형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와 만나셨던 그 일 때문에요." 알료샤가 어색하게 잘라 말했다.

"그 만남이라니 무슨 만남 말씀입지요? 설마 바로 그 만남 말씀입지요? 그러니까 수세미 일로, 목욕탕 수세미 일로요?" 그가 갑자기 바짝 다가붙는 바람에 이번에는 무릎이 알료샤에게 영락없이 부딪쳤다. 그의 입술이 무언가 유난히 실처럼 가늘게 꽉 다물렸다.

"수세미라니요?" 알료샤가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아빠한테 나를 이르러 온 거야!" 구석의 커튼 뒤에서 알료샤에게 벌써 낯익은, 아까 그 아이의 작은 목소리가 소리쳤다. "아까 내가 이 사람 손가락을 물었거든!"

커튼이 걷히자 알료샤는 아까의 그 적을 보았다. 아이는 구석, 성상들 아래, 걸상과 의자에 맞춰 놓은 작은 잠자리에 있었다. 아이는 작은 외투와 낡은 솜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몸이 아픈 게 분명했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보아 열에 들떠 있었다. 아이는 이제 아까와 달리 겁 없이 알료샤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는 집이니까 이제는 나를 어쩌지 못할걸" 하는 듯했다.

"무슨 손가락을 물었다는 거냐?" 2등 대위가 의자에서 반쯤 튀어 올랐다. "그 녀석이 당신 손가락을 물었습지요?"

"네, 저를요. 아까 거리에서 아이들하고 돌을 던지며 싸우고 있었어요. 저쪽은 여섯이서 던지고 이 아이는 혼자였어요. 제가 다가갔더니 저한테도 돌을 던지고, 그다음엔 또 하나를 제 머리에 던졌어요. 제가 무슨 짓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제 손가락을 아프게 물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당장 매질하겠습지요! 이 자리에서 매질하겠습지요." 2등 대위가 이제는 아예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저는 이르러 온 게 전혀 아니에요. 그냥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저는 아드님이 매를 맞기를 전혀 바라지 않아요. 게다가 지금 아픈 것 같은데요……"

"제가 매질할 줄 아셨습지요? 제가 일류셰치카를 붙잡아 당장 당신 앞에서 매질해서 당신을 흡족하게 해 드릴 줄 아셨습지요? 그게 그렇게 빨리 필요하십니까요?" 2등 대위는 갑자기 알료샤에게 덤벼들기라도 할 듯한 몸짓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나리, 손가락이 안됐습니다만, 일류셰치카를 매질하기 전에 당신이 마땅히 흡족하시도록 제 손가락 넷을 지금 당장 당신 눈앞에서 바로 이 칼로 잘라 버리면 어떻겠습지요? 손가락 넷이면 복수하고 싶은 목마름을 채우시기에 충분하겠지요, 다섯째까지는 달라고 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는 갑자기 멈추더니 숨이 막힌 듯했다. 그의 얼굴에서 하나하나의 선이 모두 움직이고 실룩거렸고, 그는 몹시 도발하듯 쳐다보았다. 그는 미친 듯이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다 알 것 같아요." 알료샤가 그대로 앉은 채 조용하고 슬프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아드님은 착한 아이고, 아버지를 사랑해서 저를 아버님을 모욕한 사람의 동생으로 보고 덤벼든 거예요…… 이제 알겠어요." 그는 생각에 잠겨 되풀이했다. "하지만 제 형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자기가 한 짓을 뉘우치고 있어요. 저는 알아요. 형이 이 댁에 올 수만 있다면, 아니 무엇보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형은 모든 사람 앞에서 용서를 빌 거예요…… 원하신다면요."

"그러니까 수염을 쥐어뜯어 놓고 사과를 하겠다…… 그걸로 다 마무리 짓고 흡족하게 해 주겠다, 그런 말씀입지요?"

"오, 아니에요. 오히려 형은 무엇이든,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만큼 다 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그분 나리께 바로 그 선술집에서, '수도'라는 이름의 선술집입지요, 아니면 광장에서 제 앞에 무릎을 꿇어 달라고 하면 꿇으실 거란 말씀입지요?"

"네, 무릎이라도 꿇을 거예요."

"찌르셨습지요. 저를 울리시고 찌르셨습지요. 제가 너무 느끼기를 잘해서요. 그럼 저를 제대로 소개해 드리지요. 이게 제 가족입지요, 제 두 딸과 제 아들, 제 새끼들입지요. 제가 죽으면 누가 이것들을 사랑해 줄까요? 그리고 제가 사는 동안에는 이것들 말고 누가 이 못난 저를 사랑해 줄까요? 주님은 저 같은 부류의 사람 하나하나에게 이런 큰일을 마련해 주셨습지요. 저 같은 부류의 사람도 누군가는 사랑해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아, 정말 그 말씀이 옳아요!" 알료샤가 외쳤다.

"제발 이제 그만 어릿광대짓 좀 해요. 어떤 바보가 오기만 하면 망신을 시키시네!" 창가의 아가씨가 꺼림칙하고 경멸하는 얼굴로 아버지에게 몸을 돌리며 뜻밖에 소리쳤다.

"좀 기다리세요, 바르바라 니콜라브나, 이야기의 방향을 끝까지 지키게 해 주십쇼." 아버지는 명령하는 투로 그 아가씨에게 소리쳤지만, 몹시 흐뭇한 눈으로 딸을 쳐다보았다. "우리 집은 다 이런 성격입지요." 그는 다시 알료샤에게로 돌아섰다.

그는 온 자연 가운데 무엇 하나
축복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자 쪽으로 바꿔 말해야겠습지요. 그 여자는 축복하려 하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제 아내에게도 소개해 드리지요, 여기 아리나 페트로브나입지요, 다리 없는 부인인데, 마흔셋쯤 되었고, 다리가 움직이기는 하는데 조금밖에 못 움직입지요. 서민 출신입지요. 아리나 페트로브나, 얼굴 좀 펴 보세요. 이분이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요. 일어나십쇼,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그는 알료샤의 손을 붙잡더니 그에게서 기대할 수도 없었던 힘으로 갑자기 그를 일으켜 세웠다. "부인께 인사를 드리시는 거니까 일어나셔야 합지요. 여보, 그…… 흠, 기타 등등의 그 카라마조프가 아니라 겸손한 덕으로 빛나는 그 동생이오. 실례하오, 아리나 페트로브나, 실례하오, 여보, 먼저 당신 손에 입을 맞추게 해 주오."

그러고는 그는 공손하게, 다정하게까지 아내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창가의 아가씨는 분개하여 이 장면에 등을 돌렸고, 거만하게 묻는 듯하던 아내의 얼굴에는 갑자기 남다른 상냥함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체르노마조프 씨1." 부인이 말했다.

"카라마조프요, 여보, 카라마조프(우리는 서민 출신입지요)." 그가 다시 속삭여 일러 주었다.

"아이, 카라마조프든 뭐든, 나한테는 언제나 체르노마조프예요…… 앉으세요, 그런데 저이는 왜 당신을 일으켜 세웠을까요? 다리 없는 부인이라고 하지만 다리는 있어요. 다만 양동이처럼 부어올랐고, 몸은 바짝 말라 버렸지요. 전에는 내가 얼마나 뚱뚱했는데, 이제는 바늘이라도 삼킨 것 같아요……"

"우리는 서민 출신입지요, 서민 출신입지요." 대위가 한 번 더 귀띔했다.

"아빠, 아, 아빠!" 지금까지 자기 의자에 말없이 앉아 있던 곱사등이 아가씨가 갑자기 말하더니 손수건으로 눈을 가렸다.

"어릿광대!" 창가의 아가씨가 툭 내뱉었다.

"보세요, 우리 집에는 이런 소식들이 있어요." 어머니가 딸들을 가리키며 두 팔을 벌렸다. "구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구름이 지나가면 다시 우리 음악이 시작돼요. 전에 우리가 군인이었을 때는 이런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지요. 나리, 나는 이걸 일에 견주려는 건 아니에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사랑하면 되지요. 그때 보제 부인이 와서 말하는 거예요.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는 더없이 훌륭한 영혼을 가진 분인데, 나스타시야 페트로브나는 지옥에서 나온 괴물이에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요. '그야 누가 누구를 떠받드느냐에 달린 거지. 너는 쬐끄만 게 냄새는 고약하구나.' 그랬더니 보제 부인이 '당신 같은 사람은 고분고분하게 붙들어 두어야 해요' 하길래, 내가 '아이고, 이 시커먼 칼 같은 것아, 누구를 가르치러 왔어?' 했지요. 그러니까 보제 부인이 '나는 깨끗한 공기를 들여보내는데, 당신은 더러운 공기를 들여보내요'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요. '장교 나리들한테 다 물어봐라, 내 안에 든 공기가 더러운지 아니면 무슨 다른 공기인지.' 그 뒤로 그게 이렇게 내 가슴에 얹혀 있어서, 지난번에 지금처럼 여기 앉아 있는데 부활절 주간에 여기 왔던 바로 그 장군이 들어오는 게 보이길래 내가 말했지요. '각하, 귀족 부인이 자유로운 공기를 들여보내도 되나요?' 그랬더니 '그래요, 이 집은 공기가 신선하지 않으니 환기창이나 문을 열어야겠소' 하고 대답하더군요. 아무튼 다들 그래요! 내 공기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상관이래요? 죽은 사람한테서는 그보다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나는 당신네 공기를 더럽히지 않아요. 신발이나 맞춰 신고 떠날 거예요.' 여보세요들, 착한 양반들, 친어미를 나무라지 말아요! 니콜라이 일리치, 여보, 내가 당신 마음에 안 들었나요, 나한테 있는 거라고는 일류셰치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나를 사랑해 주는 것뿐인데. 어제는 사과를 가져왔어요. 용서해 줘요, 여보세요들, 용서해 줘요, 착한 양반들, 친어미를 용서해 줘요, 아주 외톨이인 나를 용서해 줘요. 그런데 내 공기가 왜 그렇게 당신들한테 역겨워졌어요!"

그러고는 가엾은 부인은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2등 대위가 쏜살같이 부인에게 달려갔다.

"여보, 여보, 착하지, 그만, 그만해! 당신은 외톨이가 아니야. 다들 당신을 사랑하고, 다들 떠받들어!" 그러고는 그는 다시 아내의 두 손에 입을 맞추고 손바닥으로 아내의 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다 냅킨을 붙잡더니 갑자기 아내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 알료샤는 그의 눈에도 눈물이 번득이는 것 같았다. "자, 보셨습지요? 들으셨습지요?" 그는 갑자기 무언가 사납게 알료샤에게 돌아서며 가엾은 정신 나간 여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보고, 듣고 있어요." 알료샤가 중얼거렸다.

"아빠, 아빠! 설마 아빠가 이 사람하고…… 이 사람 내버려 둬, 아빠!" 아이가 작은 잠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갑자기 소리쳤다.

"제발 이제 그만 어릿광대짓 좀 해요. 아무 데도 쓸모없는 그 어리석은 재주 좀 그만 부려요!" 바르바라 니콜라예브나가 여전히 그 구석에서 이제는 완전히 화가 나서 소리치며 발까지 굴렀다.

"이번에는 화를 내시는 게 아주 옳습지요, 바르바라 니콜라브나. 당장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지요. 모자를 쓰십쇼,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저도 모자를 쓸 테니 가십시다요. 진지하게 한 말씀 드릴 게 있는데, 이 담 밖에서만 드릴 수 있습지요. 여기 앉아 있는 이 아가씨는 제 딸입지요, 니나 니콜라예브나입지요. 소개해 드리는 걸 잊었습지요. 살아 있는 하느님의 천사입지요…… 사람들에게 날아 내려온…… 그걸 알아들으실 수만 있다면……"

"온몸을 저렇게 떨잖아요,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르바라 니콜라예브나가 분개하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저한테 발을 구르고 아까 저를 어릿광대라고 꾸짖은 이 아이도 살아 있는 하느님의 천사입지요. 저를 그렇게 부른 것도 옳습지요. 가십시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끝을 내야 합지요……"

그러고는 그는 알료샤의 손을 붙잡고 방에서 곧장 거리로 데리고 나갔다.

주

  1. 1. 체르노마조프는 '얼굴이 거무튀튀한'이라는 뜻의 러시아어(черномазый)에서 나온 말이다. 카라마조프의 '카라'도 튀르크어로 '검다'는 뜻이라 부인은 소리와 뜻을 함께 비틀어 부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