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코냑을 마시며
논쟁은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토록 신이 났던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끝에 가서는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얼굴을 찌푸리고는 코냑을 한 잔 털어 넣었는데, 그것은 이미 아주 쓸데없는 한 잔이었다.
"이 예수회 놈들아, 썩 나가거라." 그가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꺼져라, 스메르댜코프. 약속한 금화는 오늘 보내 주마. 그러니 너는 꺼져. 울지 마라, 그리고리, 마르파한테 가라. 마르파가 달래서 재워 줄 거다. 이 망할 놈들이 식사 뒤에 조용히 앉아 있지도 못하게 하는군." 하인들이 그의 명령에 곧바로 물러가자 그는 갑자기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스메르댜코프 놈이 요새는 식사 때마다 여기로 기어든단 말이야. 저놈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게 너다. 너는 무엇으로 저놈을 그렇게 길들였느냐?" 그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덧붙였다.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저놈이 저를 존경하겠다고 마음먹은 거지요. 하인이고 상놈입니다. 하기야 때가 오면 선봉에 설 고깃덩이지요."
"선봉?"
"다른 사람들, 더 나은 사람들도 나오겠지만, 이런 자들도 나올 겁니다. 먼저 이런 자들이 나오고, 그 뒤에 더 나은 자들이 나오겠지요."
"그 때는 언제 오느냐?"
"불꽃이 타오르기는 하겠지만 어쩌면 다 타지는 못할 겁니다. 민중은 아직 이런 국물쟁이들 말에 그리 귀를 기울이지 않거든요."
"그래, 이봐, 바로 저런 발람의 나귀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속으로 무슨 생각에까지 이를지 귀신이나 알겠지."
"생각을 쌓아 두겠지요." 이반이 빙그레 웃었다.
"봐라, 나는 안다. 저놈은 나도 못 견뎌 한다. 모든 사람을 그렇듯이. 너도 똑같아. 너는 저놈이 너를 '존경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알료시카는 더하지. 알료시카는 경멸해. 그래도 저놈은 훔치지는 않아, 그게 중요하지. 수다쟁이도 아니고, 입이 무거워서 집 안의 허물을 밖에 내돌리지 않고, 쿨레뱌카를 근사하게 구워. 게다가 무엇보다, 사실 귀신이나 잡아가라지, 저놈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
"물론 그럴 필요 없지요."
"그리고 저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대체로 말해서 러시아 농군은 매질을 해야 해. 나는 늘 그렇게 주장해 왔다. 우리 농군은 사기꾼이라 불쌍히 여길 것 없어. 지금도 이따금 매를 맞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러시아 땅은 자작나무 회초리로 굳건해. 숲을 베어 없애면 러시아 땅이 망할 거다. 나는 영리한 사람들 편이야. 우리는 아주 영리하게도 농군들한테 매질을 그만두었지만, 그놈들은 제 손으로 저희끼리 계속 매질을 하고 있어. 잘하는 짓이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헤아림을 받는다던가, 뭐 그렇게 되던가…… 한마디로 되받는 거지. 그리고 러시아는 돼지우리야. 이 사람아, 내가 러시아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너는 알았으면…… 그러니까 러시아가 아니라 이 모든 악덕을…… 아니, 어쩌면 러시아도. 그건 다 돼지 같은 짓이야(Tout cela c'est de la cochonnerie).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느냐? 나는 재치를 좋아한다."
"또 한 잔 드셨군요. 이제 그만하시지요."
"기다려라,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 하고 끝내마. 아니, 잠깐, 네가 내 말을 끊었구나. 모크로예를 지나다가 한 노인한테 물었더니 이러더라. '저희는요, 처녀들을 마을 회의 판결로 매질하는 걸 무엇보다 좋아합지요. 매질은 다 총각들한테 맡기고요. 그러면 오늘 매질한 바로 그 처녀를 내일 그 총각이 신붓감으로 데려가니, 저희 마을 처녀들도 그게 썩 익숙하답니다요.' 사드 후작 같은 놈들 아니냐, 응? 어쨌거나 재치가 있지. 우리도 한번 구경하러 가 볼까, 응? 알료시카, 얼굴이 빨개졌구나? 부끄러워하지 마라, 아가. 아까 수도원장 식탁에 앉아 수도사들한테 모크로예 처녀들 얘기를 못 해 준 게 아쉽구나. 알료시카, 아까 네 수도원장을 모욕했다고 화내지 마라. 얘야, 나는 화가 치민다. 하느님이 있다면, 존재한다면, 물론 그때는 내가 잘못했고 내가 책임을 지겠지만, 하느님이 아예 없다면, 그런 네 신부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그때는 그놈들 목을 베어도 모자라지. 발전을 가로막으니까. 이반, 믿겠느냐, 이게 내 감정을 들볶는다는 걸. 아니, 너는 믿지 않는구나. 네 눈을 보면 알아. 너는 내가 그저 어릿광대일 뿐이라는 사람들 말을 믿지. 알료샤, 너는 내가 그저 어릿광대만은 아니라고 믿느냐?"
"그저 어릿광대만은 아니라고 믿어요."
"네가 믿는다는 걸 나도 믿고, 네가 진심으로 말한다는 것도 믿는다. 진심으로 보고 진심으로 말하지. 그런데 이반은 아니야. 이반은 거만해…… 그래도 나라면 네 수도원 나부랭이를 끝장내 버릴 텐데. 그 신비주의를 몽땅 가져다가 온 러시아 땅에서 한꺼번에 없애 버려서 바보들 정신이 확실히 번쩍 들게 해야 해. 그러면 은이며 금이며 얼마나 많이 조폐국으로 들어오겠느냐!"
"무엇 때문에 없앱니까?" 이반이 말했다.
"진리가 어서 빛을 발하게 하려고, 그것 때문이지."
"그런데 그 진리가 빛을 발하면, 맨 먼저 아버지부터 털고, 그다음에…… 없애 버릴 겁니다."
"어럽쇼! 그런데 어쩌면 네 말이 맞구나. 아, 내가 나귀로군."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갑자기 펄쩍 뛰더니 제 이마를 가볍게 쳤다. "그럼 그렇다면 네 수도원 나부랭이는 그대로 두자꾸나, 알료시카. 그리고 우리 영리한 사람들은 따뜻한 데 앉아서 코냑이나 즐기자. 이반, 너는 아느냐, 이건 틀림없이 하느님께서 손수 일부러 그렇게 마련하신 거라는 걸? 이반, 말해 봐라. 하느님이 있느냐, 없느냐? 잠깐, 확실히 말해라, 진지하게 말해! 왜 또 웃느냐?"
"아까 스메르댜코프가 산을 옮길 수 있는 장로 두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을 두고 아버지가 하신 재치 있는 말씀이 생각나서 웃습니다."
"그럼 지금이 그거하고 비슷하냐?"
"아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나도 러시아 사람이고 나한테도 러시아 사람의 특징이 있다는 거지. 그리고 철학자인 너도 그와 같은 꼴로 네 특징을 붙잡힐 수 있다는 거고. 붙잡아 줄까? 내기하자, 내일 당장 붙잡아 줄 테니. 그래도 말해 봐라. 하느님이 있느냐, 없느냐? 진지하게만! 나는 지금 진지해야 해."
"아니요, 하느님은 없습니다."
"알료시카, 하느님이 있느냐?"
"하느님은 계세요."
"이반, 그럼 불멸은 있느냐? 무슨 불멸이든, 조그만, 아주 조그만 거라도?"
"불멸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러니까 완전한 0이냐, 아니면 무언가가 있느냐? 어쩌면 무슨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으냐. 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 않으냐!"
"완전한 0입니다."
"알료시카, 불멸이 있느냐?"
"있어요."
"하느님도, 불멸도?"
"하느님도, 불멸도요. 하느님 안에 불멸도 있어요."
"흠. 이반 말이 맞을 공산이 크구나. 주님, 생각해 보라지. 사람이 이 꿈에 믿음을 얼마나 바쳤는지, 온갖 힘을 얼마나 헛되이 바쳤는지, 그것도 벌써 몇천 년 동안! 대체 누가 이렇게 사람을 비웃는 거냐? 이반? 마지막으로 딱 잘라 말해 봐라. 하느님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도, 없습니다."
"그럼 누가 사람을 비웃는 거냐, 이반?"
"악마겠지요." 이반 표도로비치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 악마는 있느냐?"
"아니요, 악마도 없습니다."
"안됐구나. 제기랄, 그렇다면 처음으로 하느님을 지어낸 놈을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쓰디쓴 사시나무에 목을 매달아도 모자라지."
"하느님을 지어내지 않았다면 문명이란 게 아예 없었을 겁니다."
"없었을 거라고? 하느님이 없으면?"
"네. 그리고 코냑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코냑은 아무래도 치워야겠습니다."
"잠깐, 잠깐, 잠깐, 얘야, 한 잔만 더. 내가 알료샤를 모욕했구나. 화나지 않았느냐, 알렉세이? 내 귀여운 알렉세이치크, 알렉세이치크야!"
"아뇨, 화나지 않았어요. 아버지 생각은 알아요. 아버지는 머리보다 마음이 더 좋으세요."
"내가 머리보다 마음이 더 좋다고? 주님, 그런데 그 말을 누가 하는지 좀 보라지! 이반, 너는 알료시카를 사랑하느냐?"
"사랑합니다."
"사랑해라(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몹시 취해 가고 있었다). 들어라, 알료샤, 아까 내가 네 장로한테 무례한 짓을 했다. 하지만 흥분해서 그랬다. 그런데 그 장로한테는 재치가 있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반?"
"그럴지도 모르지요."
"있어, 있다고. 거기엔 피롱 같은 데가 있어(il y a du Piron là-dedans). 그 사람은 예수회 놈이야, 러시아 예수회 놈 말이다. 고결한 사람이 다 그렇듯, 그 사람 안에서는 시늉을 해야 한다는 것에…… 거룩함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에 숨은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
"그래도 그분은 하느님을 믿으시는데요."
"한 푼어치도 안 믿어. 몰랐느냐? 그 사람이 다들한테 직접 그렇게 말하는걸. 그러니까 다들한테가 아니라 찾아오는 영리한 사람들 모두한테. 지사 슐츠한테는 대놓고 잘라 말했지. 크레도(credo), 그런데 무엇을 믿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마요?"
"바로 그렇다니까.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한다. 그 사람한테는 무언가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데가 있어. 아니, 차라리 『우리 시대의 영웅』에 나오는…… 아르베닌이던가, 뭐던가…… 그러니까, 알겠느냐, 그 사람은 호색한이야. 어찌나 호색한인지, 내 딸이나 아내가 그 사람한테 고해하러 간다면 나는 지금도 걱정스러울 거다. 그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말이지…… 재작년에 그 사람이 우리를 차 한잔하자고 불렀는데, 리큐어까지 곁들였지(마님들이 그 사람한테 리큐어를 보내 주거든). 그런데 옛날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니 우리는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특히 마비된 여자를 고친 이야기를 할 때. '다리만 아프지 않으면 여러분께 춤을 한 곡 춰 보일 텐데' 하더라. 어떠냐? '제 평생 장난질도 꽤 쳤지요' 하더라고. 그 사람은 상인 데미도프한테서 6만 루블을 슬쩍했어."
"네, 훔쳤다고요?"
"그 상인이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믿고 가져다주었지. '맡아 주시오, 형제여, 내일 우리 집에 가택 수색이 있소.' 그런데 그 사람은 그대로 맡아 두고 말았어. '당신이 교회에 헌금하지 않았소' 하더란다. 내가 그 사람한테 말했지. 당신은 비열한 사람이오, 하고. 그러니까 아니오, 비열한 게 아니라 나는 넓은 사람이오, 하더라…… 그런데 이건 그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야. 다른 사람하고 헛갈렸어…… 그런 줄도 몰랐구나. 자, 한 잔만 더 하고 그만두자. 술병을 치워라, 이반. 내가 거짓말을 했는데 너는 왜 나를 말리지 않았느냐, 이반…… 왜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아버지가 스스로 멈추실 줄 알았습니다."
"거짓말 마라. 너는 나한테 앙심을 품어서 그런 거야. 오로지 앙심으로. 너는 나를 경멸해. 내 집에 와서 내 집에서 나를 경멸하는 거야."
"그럼 떠나지요. 코냑이 아버지를 사로잡았군요."
"내가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체르마시냐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잖느냐…… 하루나 이틀만. 그런데 너는 안 가는구나."
"그렇게 우기시면 내일 가겠습니다."
"안 갈 거다. 너는 여기서 나를 엿보고 싶은 거지. 네가 바라는 게 그거야, 이 심술궂은 놈아. 그래서 안 가는 거지?"
노인은 진정하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해 그 선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때까지 얌전하던 어떤 술꾼들이 갑자기 꼭 화를 내며 저를 드러내고 싶어지는 그 선까지.
"왜 나를 그렇게 보느냐? 네 눈이 어떠냐? 네 눈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술 취한 상판대기야.' 의심 많은 네 눈, 경멸하는 네 눈…… 너는 속셈이 있어서 온 거야. 저기 알료시카는 보는 눈이 빛나는구나. 알료샤는 나를 경멸하지 않아. 알렉세이, 이반을 좋아하지 마라……"
"형한테 화내지 마세요! 형을 모욕하지 마세요." 알료샤가 갑자기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러지 뭐. 아이고, 머리야. 코냑을 치워라, 이반, 세 번째 말하는 거다." 그는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길고 교활하게 웃었다. "이반, 이 늙은 쭉정이한테 화내지 마라.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안다. 그래도 화내지는 마. 나는 사랑받을 구석도 없으니까. 체르마시냐에 다녀오너라. 내가 몸소 너한테 가서 선물을 갖다주마. 거기서 계집애 하나를 짚어 주마. 거기서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애야. 아직은 맨발로 다니는 계집애지. 맨발 계집애라고 겁내지 마라, 깔보지 마라, 진주들이니까!……"
그러고는 제 손에 쪽 입을 맞추었다.
"나한테는……" 그는 좋아하는 주제에 들어서자마자 한순간 술이 깬 듯 갑자기 온통 생기가 돌았다. "나한테는…… 에이, 너희 녀석들! 꼬맹이들, 너희 조그만 새끼 돼지들아, 나한테는…… 평생 못생긴 여자란 없었다. 그게 내 원칙이야! 이걸 이해할 수 있겠느냐? 너희가 어떻게 이해하겠느냐. 너희는 아직 핏줄에 피 대신 젖이 흐르고, 아직 알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내 원칙으로는, 어떤 여자한테서든 다른 어느 여자한테서도 찾을 수 없는, 제기랄, 몹시 흥미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지만, 다만 찾아낼 줄 알아야 해. 그게 요령이야! 그게 재능이란 말이다! 나한테는 못난이란 없었다. 여자라는 것 하나만으로 벌써 모든 것의 절반이야……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 노처녀들한테서도, 그런 여자들한테서도 이따금 그런 것을 찾아내는데, 그러면 다른 바보들이 어떻게 그 여자를 늙게 내버려 두고 지금까지 알아보지 못했는지 그저 놀랄 따름이다! 맨발 계집애와 못난이는 맨 먼저 놀라게 해 주어야 해. 그런 여자는 그렇게 다루어야 하는 거야. 몰랐느냐? 그 여자가 황홀해질 만큼, 가슴이 꿰뚫릴 만큼, 자기 같은 거무튀튀한 계집에게 이런 나리가 반했다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 놀라게 해 주어야 해. 세상에 상놈과 나리가 늘 있고 또 있으리라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야, 그러면 늘 그런 마루 닦는 계집애도 있고 늘 그 애의 주인도 있을 테니, 삶의 행복에 필요한 건 그것뿐이야! 잠깐…… 들어 봐라, 알료시카, 나는 돌아가신 네 어머니를 늘 놀라게 했다. 다만 다른 꼴로 그렇게 되었지. 평소에는 결코 그 여자를 어루만져 주지 않다가, 갑자기 그런 순간이 오면 그 여자 앞에서 갑자기 온통 녹아내려서 무릎으로 기고 발에 입을 맞추었어. 그러면 늘, 늘 그 여자를,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조그마한 웃음에 이르게 했지, 부서지듯 쨍쨍 울리는, 크지 않은, 신경질적인, 남다른 웃음이었어. 그 여자한테만 있는 웃음이었지. 나는 그 여자의 발작이 늘 그렇게 시작된다는 걸 알았고, 내일이면 클리쿠샤처럼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하리라는 걸, 그리고 지금 이 조그만 웃음이 아무 환희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 그래도 속임수였어도 환희는 환희야. 이게 바로 무엇에서든 제 특징을 찾아낼 줄 안다는 거다! 한번은 벨랍스키라고, 여기 있던 잘생기고 돈 많은 녀석인데, 그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갑자기 바로 우리 집에서 내 뺨을 때렸어. 그것도 그 여자 앞에서. 그랬더니 그 여자가, 그 양 같은 여자가…… 나는 그 여자가 그 따귀 때문에 나를 두들겨 패는 줄 알았다. 어찌나 덤벼드는지. '당신은 이제 맞은 사람이야, 맞은 사람이라고. 당신은 저 사람한테 따귀를 맞았어! 당신이 나를 저 사람한테 팔아넘기려 했지…… 어떻게 감히 저 사람이 내 앞에서 당신을 때려!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마, 절대로, 절대로! 당장 달려가서 저 사람한테 결투를 신청해……' 그래서 그때 나는 그 여자를 다스리려고 수도원에 데려갔고, 거룩한 신부들이 그 여자에게 기도문을 읽어 주었지. 하지만 하느님께 맹세코, 알료샤, 나는 내 클리쿠샤를 결코 모욕한 적이 없다! 딱 한 번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첫해였는데, 그 여자는 그때 기도를 아주 많이 했고, 특히 성모 축일을 지켰는데, 그럴 때면 나를 제 곁에서 서재로 내쫓았지. 나는 생각했어. 자, 이 신비주의를 그 여자한테서 털어 내 주자! '봐라, 봐라, 여기 네 성상이 있지, 여기 있지, 내가 이걸 떼어 내마. 봐라, 너는 이걸 기적을 행하는 성상으로 여기지만, 나는 지금 네 앞에서 여기에 침을 뱉을 거고, 그래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없을 거다!……' 그 여자가 그걸 보았을 때, 주님, 나는 생각했지. 이 여자가 이제 나를 죽이겠구나. 그런데 그 여자는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마주 치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몸을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어…… 그렇게 주저앉고 말았지…… 알료샤, 알료샤! 너 왜 그러느냐, 왜 그래!" 노인은 겁에 질려 벌떡 일어났다. 알료샤는 아버지가 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낸 그때부터 조금씩 얼굴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타오르고 입술이 떨렸다…… 술 취한 늙다리는 침을 튀기며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하다가, 바로 그 순간 알료샤에게 무언가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다름 아니라 방금 노인이 "클리쿠샤"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똑같은 일이 갑자기 알료샤에게서 고스란히 되풀이되었다. 알료샤는 이야기 속 어머니와 똑같이 갑자기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마주 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베어진 풀처럼 의자에 쓰러졌고, 갑작스럽고 온몸을 뒤흔드는 소리 없는 눈물이 터지는 발작에 갑자기 온몸을 떨었다. 어머니와 너무나 닮은 그 모습이 노인을 유난히 놀라게 했다.
"이반, 이반! 어서 이 애한테 물을 다오. 그 여자와 같구나, 꼭 그 여자와 같아, 그때 이 애 어머니와 같아! 입으로 물을 머금었다가 이 애한테 뿜어 줘라. 나는 그 여자한테 그렇게 했다. 이 애가 제 어머니 때문에, 제 어머니 때문에 이러는구나……" 그가 이반에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애 어머니는 제 어머니이기도 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반이 갑자기 억누를 수 없이 분노 어린 경멸을 터뜨렸다. 노인은 번득이는 그의 눈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런데 이때 정말로 아주 이상한 일이, 비록 1초 동안이었지만 일어났다. 알료샤의 어머니가 이반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노인의 머릿속에서 정말로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았다……
"어째서 네 어머니라는 거냐?" 그는 알아듣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 어느 어머니를 말하는 거냐?…… 그 여자가 정말…… 아, 제기랄! 그 여자는 네 어머니이기도 하지! 아, 제기랄! 이건, 이봐, 전에 없이 정신이 흐려졌구나, 용서해라. 나는 이반이…… 헤헤헤!" 그는 멈추었다. 길고 취한, 반쯤 넋 나간 웃음이 그의 얼굴을 벌려 놓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현관에서 무시무시한 소음과 우당탕 소리가 나고 미친 듯한 고함이 들리더니, 문이 활짝 열리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가 홀로 뛰어들었다. 노인은 겁에 질려 이반에게 달려들었다.
"죽인다, 죽인다! 나를 넘기지 마라, 넘기지 마!" 그는 이반 표도로비치의 프록코트 자락에 매달려 외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