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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갑작스러운 파국

짚어 두자면, 그는 알료샤보다도 먼저 소환되었다. 그러나 그때 법정 정리가 재판장에게, 증인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무슨 발작 때문인지 지금은 나올 수 없지만 몸이 나아지기만 하면 언제든 원하는 때에 진술할 채비가 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하기야 이 말은 어쩐지 아무도 듣지 못했고, 나중에야 알려졌다. 그가 나타났을 때 처음 순간에는 거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주요 증인들, 특히 두 연적은 이미 신문을 마쳤고 호기심은 당분간 채워진 뒤였기 때문이다. 방청객 사이에는 피로감마저 느껴졌다. 아직 증인 몇 사람의 말을 더 들어야 했는데, 이미 나온 모든 이야기로 보아 그들은 아마 특별한 것을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고개까지 숙인 채, 마치 무언가를 얼굴을 찌푸리고 궁리하는 듯 어쩐지 놀라울 만큼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는 나무랄 데 없이 차려입었지만, 그의 얼굴은 적어도 나에게는 병적인 인상을 주었으니, 그 얼굴에는 무언가 흙빛이 스민 것 같은 데가, 죽어 가는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눈은 흐릿했는데, 그는 그 눈을 들어 천천히 법정 안을 둘러보았다. 알료샤가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며 "아!" 하고 신음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것도 알아챈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재판장은 그가 선서 없이 증언하는 증인이라는 것, 그는 진술할 수도 있고 침묵할 수도 있지만, 물론 진술하는 것은 모두 양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것 따위로 말을 시작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천천히 미소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재판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또 뭡니까?" 그가 큰 소리로 물었다.

법정 안이 온통 조용해졌고,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재판장이 불안해졌다.

"증인은…… 혹시 아직 몸이 그리 좋지 않으신 것 아닙니까?" 그는 눈으로 법정 정리를 찾으며 말을 꺼내려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 저는 충분히 건강하고, 각하께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반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아주 차분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무슨 특별한 진술을 내놓으실 것이 있습니까?" 재판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듯 말을 이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고개를 숙이고 몇 초 머뭇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더듬듯 대답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쩐지 영 마지못해, 어쩐지 일부러 짧게, 점점 더 커져 가는 무슨 혐오까지 품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조리 있게 했다. 많은 질문에는 모른다고 피해 갔다. 아버지와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의 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위협은 피고에게서 들었다. 봉투에 든 돈에 대해서는 스메르댜코프에게서 들었다……

"다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그가 갑자기 지친 얼굴로 말을 끊었다. "저는 법정에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증인이 몸이 좋지 않으신 것을 알겠고, 증인의 심정도 이해합니다……" 재판장이 말을 꺼내려 했다.

그가 양쪽, 곧 검사와 변호인에게 필요하다고 여기면 질문을 하라고 권하려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이반 표도로비치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청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각하, 몸이 몹시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말과 함께 허락을 기다리지도 않고 갑자기 혼자 돌아서서 법정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네 걸음쯤 가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한 듯 멈춰 서서 조용히 빙긋 웃더니 다시 아까 그 자리로 돌아왔다.

"각하, 저는 그 시골 처녀 같습니다…… 아시지요, 그거. '뛰고 짚으믄 뛰고, 안 뛰고 짚으믄 안 뛸 거여.' 사람들이 사라판인지 치마인지를 들고 그 처녀를 쫓아다닙니다. 그 처녀가 뛰어오르면 옷을 입혀 묶어서 혼례를 올리러 데려가려고요. 그런데 그 처녀는 이럽니다. '뛰고 짚으믄 뛰고, 안 뛰고 짚으믄 안 뛸 거여……' 이건 우리 무슨 민속에 있는 겁니다……"

"그 말로 무엇을 말하려는 겁니까?" 재판장이 엄하게 물었다.

"자, 이겁니다." 이반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지폐 한 뭉치를 꺼냈다. "여기 돈이 있습니다…… 바로 저기 저 봉투에 들어 있던 그 돈입니다." 그는 증거물이 놓인 탁자 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다. "이 돈 때문에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디에 놓을까요? 법정 정리 양반, 전해 주시오."

법정 정리가 뭉치를 통째로 받아 재판장에게 건넸다.

"어떻게 이 돈이 증인에게 있을 수 있습니까…… 이게 정말 그 돈이라면?" 재판장이 놀라서 말했다.

"스메르댜코프한테서, 살인자한테서 어제 받았습니다. 그가 목을 매기 전에 그를 찾아갔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건 그 녀석이지 형이 아닙니다. 그 녀석이 죽였고, 그 녀석에게 죽이라고 가르친 건 저입니다……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증인은 제정신입니까, 아닙니까?" 재판장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제정신이라는 게…… 그것도 비열한 정신이지요, 각하나 여기 있는 이 모든…… 낯짝들처럼요!" 그가 갑자기 방청석을 돌아보았다. "아버지를 죽여 놓고는 깜짝 놀란 척들 하는군." 그가 사나운 경멸을 담아 이를 갈았다. "서로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시늉들을 하지. 거짓말쟁이들! 모두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 독사 한 마리가 다른 독사를 잡아먹는 거야…… 아버지 살해가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심통 난 채로 흩어져 갔을걸…… 구경거리! '빵과 구경거리를!' 하기야 나도 잘난 놈은 아니지! 여기 물 있습니까, 없습니까, 마실 것 좀 주십시오, 제발!" 그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법정 정리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알료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형은 아파요, 형 말을 믿지 마세요, 형은 섬망에 빠져 있어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의자에서 재빨리 일어나 공포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이반 표도로비치를 바라보았다. 미탸는 몸을 일으키고 무슨 사납게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 탐욕스럽게 형을 바라보며 듣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나는 미친 게 아닙니다, 나는 그저 살인자일 뿐입니다!" 이반이 다시 말을 꺼냈다. "살인자한테 웅변을 바랄 수야 없지요……" 그는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덧붙이고는 일그러지게 웃었다.

검사는 눈에 띄게 당황하여 재판장에게 몸을 숙였다. 판사들은 허둥대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페튜코비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귀 기울였다. 법정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재판장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했다.

"증인, 증인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고 이 자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할 수 있다면 진정하시고 이야기하십시오…… 정말로 할 말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 자백을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까…… 증인이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증인이 없다는 게. 개 같은 스메르댜코프는 저세상에서 진술서를 보내 주지 않을 겁니다…… 봉투에 넣어서요. 각하께서는 줄곧 봉투만 찾으시는데, 하나면 충분합니다. 저한테는 증인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 말고는요." 그가 생각에 잠긴 듯 빙긋 웃었다.

"증인의 증인이 누굽니까?"

"꼬리가 달렸습니다, 각하, 형식에 맞지 않을 겁니다! 악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찮고 시시한 악마니까요." 그는 갑자기 웃음을 그치고 무슨 비밀이라도 털어놓듯 덧붙였다. "그놈은 틀림없이 여기 어딘가에, 바로 저 증거물 탁자 밑에 있을 겁니다. 그놈이 거기 말고 어디에 앉아 있겠습니까? 보십시오, 내 말을 들어 보십시오. 나는 그놈한테 입을 다물고 있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놈은 지질학적 격변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리석은 소리! 자, 그 악당을 풀어 주십시오…… 그놈은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건 그놈이 마음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술 취한 건달이 '반카는 피테르로 떠났네' 하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나는 2초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1천조의 1천조라도 내주겠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모릅니다! 오, 여러분의 이 모든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자, 그놈 대신 나를 잡아가십시오! 내가 무엇 때문엔가 왔을 것 아닙니까…… 왜, 왜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이렇게 어리석습니까!……"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 천천히 법정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알료샤가 제자리에서 그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법정 정리가 벌써 이반 표도로비치의 팔을 붙잡았다.

"이건 또 무슨 짓이야?" 이반 표도로비치는 정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소리치더니, 갑자기 그의 두 어깨를 움켜잡고 사납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나 경비들이 이미 달려와 그를 붙잡았고, 그러자 그는 미친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끌려 나가는 내내 그는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외쳐 댔다.

소동이 일었다. 나는 모든 것을 순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 자신도 마음이 들떠서 다 지켜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나중에 모든 것이 가라앉고 모두가 무슨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법정 정리가 결국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뿐이다. 그는 증인이 내내 건강했고, 한 시간 전에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을 때 의사가 그를 살펴보았지만 법정에 들어오기 전까지 줄곧 조리 있게 말했으므로 아무것도 내다볼 수 없었고, 오히려 증인 자신이 우겨서 꼭 진술하고 싶어 했다고 윗사람들에게 근거를 들어 설명했는데도 그랬다. 그러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 장면에 곧바로 뒤이어 또 다른 장면이 터졌으니,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히스테리를 일으켰다. 그 여자는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흐느꼈지만 나가려 하지 않았고, 몸부림치며 자기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다가 갑자기 재판장에게 외쳤다.

"진술을 하나 더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여기 종이가, 편지가 있어요…… 받으세요, 어서 읽어 보세요, 어서요! 이건 이 악당의 편지예요, 바로 이 사람, 이 사람의!" 그 여자는 미탸를 가리켰다. "아버지를 죽인 건 이 사람이에요, 곧 보시게 될 거예요. 이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아버지를 죽일지 나한테 써 보냈어요! 그런데 저 사람은 아파요, 아파요, 저 사람은 섬망에 빠져 있어요! 나는 사흘째 저 사람이 열에 들떠 있는 걸 보고 있어요!"

그 여자는 넋이 나간 채 이렇게 외쳐 댔다. 법정 정리가 그 여자가 재판장에게 내민 종이를 받았고, 그 여자는 자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경련하듯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는데, 법정에서 내보내질까 두려워 아주 작은 신음조차 억누르며 온몸을 떨었다. 그 여자가 낸 종이는 이반 표도로비치가 "수학적" 중요성을 지닌 문서라고 불렀던, 바로 "수도"라는 선술집에서 쓴 미탸의 그 편지였다. 아아! 바로 그 편지에 그 수학적 성격이 인정되었으니, 이 편지가 없었다면 어쩌면 미탸는 파멸하지 않았을 것이고, 적어도 그토록 끔찍하게 파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다 지켜보기는 어려웠다. 지금도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런 소동 속에 떠오른다. 아마 재판장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새 문서를 재판부와 검사와 변호인과 배심원들에게 알렸을 것이다. 나는 다만 사람들이 여자 증인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만 기억한다. 진정이 되었느냐고 재판장이 부드럽게 묻자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재빨리 외쳤다.

"됐어요, 됐어요! 나는 완전히 대답할 수 있는 상태예요." 그 여자는 무슨 까닭으로든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 주지 않을까 봐 여전히 몹시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한 얼굴로 덧붙였다. 사람들은 그 여자에게 그것이 무슨 편지이며 어떤 사정에서 그것을 받았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나는 범죄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 이 편지를 받았는데, 그 사람은 그보다 하루 전에 선술집에서 이걸 썼어요. 그러니까 범죄를 저지르기 이틀 전에요. 보세요, 무슨 계산서 위에 썼잖아요!" 그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그 사람은 그때 나를 미워했어요. 자기가 비열한 짓을 저지르고 그 계집을 따라갔기 때문이고…… 또 나한테 그 3천 루블을 빚졌기 때문이에요…… 오, 그 사람은 자기 비열함 때문에 그 3천 루블이 분했던 거예요! 그 3천 루블은 이렇게 된 거예요, 부탁이에요, 제발 내 말을 들어 주세요, 그 사람은 아버지를 죽이기 3주 전 아침에 나를 찾아왔어요. 나는 그 사람한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무엇에 필요한지도, 바로, 바로 그 계집을 꾀어서 데리고 달아나는 데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나는 그때 그 사람이 이미 나를 배신했고 나를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내가 직접 그때 그 사람한테 그 돈을 내밀었고, 모스크바에 있는 내 언니한테 부치라는 핑계로 내가 직접 내놓았고, 건네주면서 그 사람 얼굴을 보며 원할 때 부쳐도 된다고, "한 달 뒤에라도" 된다고 말했어요. 그래, 어떻게, 어떻게 그 사람이 몰랐겠어요, 내가 그 사람 눈을 똑바로 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는 걸요. '너는 그 계집과 나를 배신하려고 돈이 필요하지, 그러니 여기 이 돈을 받아, 내가 직접 너한테 주는 거야, 받을 만큼 염치가 없다면 받아!……' 나는 그 사람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그 사람은 받았어요, 그 돈을 받았어요, 가져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하룻밤 만에 그 계집과 함께 다 써 버렸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알았어요, 내가 모든 걸 안다는 걸 알았어요, 장담하지만 그 사람은 그때 내가 돈을 건네주면서 그저 그 사람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도, 나한테서 돈을 받을 만큼 염치가 없는지 없지 않은지 시험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나는 그 사람 눈을 보았고, 그 사람도 내 눈을 보며 모든 걸 알았어요, 모든 걸 알았어요. 그러고도 받았어요, 받았어요, 내 돈을 가져갔어요!"

"맞아, 카탸!" 미탸가 갑자기 울부짖었다. "눈을 보면서, 네가 나를 욕되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네 돈을 받았어! 비열한 놈을 경멸하십시오, 모두 경멸하십시오, 그래도 쌉니다!"

"피고." 재판장이 소리쳤다. "한마디만 더 하면 끌어내라고 명하겠습니다."

"그 돈이 그 사람을 괴롭혔어요." 카탸가 경련하듯 서두르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나한테 그 돈을 돌려주고 싶어 했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계집 때문에도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아버지를 죽였는데, 그래도 나한테 돈은 돌려주지 않고 그 계집과 함께, 그 사람이 붙잡힌 그 마을로 떠났어요. 거기서 그 사람은 자기가 죽인 아버지한테서 훔친 그 돈을 다시 흥청망청 써 버렸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죽이기 하루 전에 나한테 이 편지를 썼어요, 취해서 썼어요, 나는 그때 곧바로 알았어요, 앙심을 품고 썼고, 설령 자기가 죽인다 해도 내가 이 편지를 아무한테도 보여 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틀림없이 알고 썼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쓰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그 사람한테 복수하고 그 사람을 파멸시키려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던 거예요! 하지만 읽어 보세요, 주의 깊게 읽어 보세요, 제발 더 주의 깊게요. 그러면 그 사람이 편지에 모든 걸, 모든 걸 미리, 어떻게 아버지를 죽일지, 아버지의 돈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어 놓았다는 걸 보시게 될 거예요. 보세요, 제발 빠뜨리지 마세요, 거기 이런 문장이 한 줄 있어요. '이반만 떠나면 죽여 버리겠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어떻게 죽일지 미리 생각해 둔 거예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고소한 듯 심술궂게 재판부에 일러 주었다. 오, 그 여자가 이 운명의 편지를 세세한 데까지 읽고 또 읽어서 그 안의 획 하나하나까지 연구해 두었다는 것이 보였다. "취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나한테 이런 걸 쓰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세요, 거기에는 모든 게 미리 적혀 있어요, 모든 게 나중에 그 사람이 죽인 그대로 꼭 맞게요, 계획 전체가요!"

그 여자는 넋이 나간 채 이렇게 외쳤고, 물론 자기에게 닥칠 모든 결과를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하기야 그 결과는 어쩌면 이미 한 달 전부터 내다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분노로 몸을 떨며 "이걸 법정에서 읽게 할까?" 하고 공상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제는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지듯 날아들었다. 아마 바로 이때 서기가 편지를 소리 내어 읽었던 것 같고, 그 편지는 사람들을 뒤흔드는 인상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미탸에게 "이 편지를 자기 것으로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내 거예요, 내 거예요!" 미탸가 외쳤다. "취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는 많은 일로 서로 미워했어, 카탸, 하지만 맹세해, 맹세해, 나는 너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는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는 절망하여 두 손을 비틀며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검사와 변호인이 반대 신문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무엇 때문에 아까는 그런 문서를 감추고 전혀 다른 정신과 어조로 진술했느냐"는 뜻이었다.

"그래요, 그래요, 나는 아까 거짓말을 했어요, 명예와 양심을 거슬러 모두 거짓말을 했어요. 하지만 나는 아까 그 사람을 구하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나를 그토록 미워하고 그토록 경멸했으니까요." 카탸가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오, 그 사람은 나를 끔찍하게 경멸했어요, 늘 경멸했어요, 그리고 아세요, 아세요, 그 사람은 내가 그때 그 돈 때문에 그 사람 발치에 엎드려 절한 바로 그 순간부터 나를 경멸했어요. 나는 그걸 보았어요…… 나는 그때 곧바로 그걸 느꼈지만, 오랫동안 나 자신을 믿지 않았어요. 그 사람 눈에서 나는 몇 번이나 이런 말을 읽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그때 네가 제 발로 나한테 찾아왔잖아.' 오, 그 사람은 몰랐어요, 내가 그때 왜 달려갔는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 사람은 비열함밖에는 의심할 줄 몰라요! 그 사람은 자기 잣대로 쟀어요, 모두가 자기 같은 줄 알았어요." 카탸는 이미 완전히 미친 듯이 사납게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한 것은 오로지 내가 유산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 때문에, 그 때문에요! 나는 늘 그 때문일 거라고 의심했어요! 오, 그 사람은 짐승이에요! 그 사람은 내가 그때 찾아갔던 일이 부끄러워서 평생 자기 앞에서 떨 것이고, 그 일로 자기는 영원히 나를 경멸할 수 있고 그래서 내 위에 설 수 있다고 평생 믿었고, 그래서 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던 거예요! 그래요, 다 그래요! 나는 내 사랑으로, 끝없는 사랑으로 그 사람을 이겨 보려고 했고, 그 사람의 배신까지 참아 내려 했지만,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 사람이 무엇을 알 수나 있겠어요! 그 사람은 악당이에요! 나는 이 편지를 다음 날 저녁에야 받았어요, 선술집에서 가져다주었는데, 그날 아침만 해도, 그날 아침만 해도 나는 그 사람의 모든 걸, 모든 걸, 그 배신까지도 용서하려 했어요!"

물론 재판장과 검사가 그 여자를 진정시켰다. 그들 모두 그 여자의 광란을 그렇게 이용하고 그런 고백을 듣고 있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도 부끄러웠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들이 그 여자에게 "얼마나 괴로우신지 압니다, 믿어 주십시오, 우리도 느낄 줄 압니다" 따위의 말을 하던 것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러면서도 결국 그들은 히스테리에 빠져 넋이 나간 여자에게서 진술을 짜내고야 말았다. 마침내 그 여자는, 그토록 긴장된 상태의 순간에도 자주, 비록 한순간이나마 번득이는 예사롭지 않은 명료함으로, 이반 표도로비치가 이 두 달 내내 자기 형 "악당이자 살인자"를 구하려고 얼마나 거의 미쳐 가고 있었는지를 묘사했다.

"그이는 자기 자신을 괴롭혔어요." 그 여자가 외쳤다. "그이는 자기도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고 어쩌면 자기도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는지 모른다고 나한테 털어놓으면서, 줄곧 형의 죄를 덜어 주고 싶어 했어요. 오, 그건 깊은, 깊은 양심이에요! 그이는 양심으로 자기 자신을 괴롭혀 녹초가 됐어요! 그이는 나한테 모든 걸,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날마다 나를 찾아와 하나뿐인 친구에게 하듯 나와 이야기했어요. 나는 그이의 하나뿐인 친구라는 영광을 지니고 있어요!" 그 여자는 마치 무슨 도전이라도 하듯 갑자기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그이는 스메르댜코프를 두 번 찾아갔어요. 한번은 나한테 와서 이렇게 말했어요. 형이 아니라 스메르댜코프가 죽였다면(여기서는 모두가 스메르댜코프가 죽였다는 우스운 이야기를 퍼뜨렸으니까요) 어쩌면 자기도 죄가 있을 거라고, 스메르댜코프는 자기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어쩌면 자기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때 나는 이 편지를 꺼내서 그이한테 보여 주었고, 그이는 형이 죽였다고 완전히 믿게 되었고, 그게 그이를 완전히 쓰러뜨렸어요. 그이는 자기 친형이 아버지를 죽인 자라는 걸 견딜 수 없었어요! 벌써 일주일 전에 나는 그이가 그 일로 병이 난 걸 보았어요. 요 며칠 동안 그이는 내 집에 앉아서 헛소리를 했어요. 나는 그이가 정신이 흐려지고 있다는 걸 보았어요. 그이는 돌아다니며 헛소리를 했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그런 그이를 보았어요. 다른 곳에서 온 의사가 내 부탁으로 그저께 그이를 진찰하고는 그이가 섬망 직전이라고 나한테 말했어요, 모든 게 그 사람 때문이에요, 모든 게 그 악당 때문이에요! 그리고 어제 그이는 스메르댜코프가 죽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게 그이를 너무나 뒤흔들어서 그이는 미쳐 버렸어요…… 모든 게 그 악당 때문이에요, 모든 게 그 악당을 구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고백하는 것은 평생에 단 한 번, 이를테면 죽기 직전의 순간에, 처형대에 오르면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카탸는 바로 제 성격 그대로였고 제 순간 속에 있었다. 그것은 그때 아버지를 구하려고 젊은 난봉꾼에게 달려갔던 바로 그 격렬한 카탸였고, 아까 이 모든 방청객 앞에서, 다가오는 그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보려고 "미탸의 고결한 행동"을 이야기하며 오만하고 정결하게 자기 자신과 처녀의 수치심을 제물로 바쳤던 바로 그 카탸였다. 그리고 이제 그 여자는 똑같이 또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쳤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였고, 어쩌면 이제야, 오직 이 순간에야 비로소 그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처음으로 온전히 느끼고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는 그가 자기 진술로 자기 자신을 파멸시켰다고, 형이 아니라 그가 죽였다고 갑자기 상상하고서 그를 걱정하며 놀라서 자기 자신을 희생했다. 그를, 그의 명예를, 그의 평판을 구하려고 희생했다! 그런데 무서운 의문이 스쳐 갔으니, 그 여자가 예전에 미탸와 자기 사이가 어떠했는지를 묘사하면서 미탸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가, 그것이 문제다. 아니, 아니다, 미탸가 땅에 엎드려 한 절 때문에 자기를 경멸했다고 외치면서 그 여자는 일부러 중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여자 자신이 그것을 믿었고, 어쩌면 바로 그 절을 한 때부터, 그때 이미 자기를 숭배하던 순박한 미탸가 자기를 비웃고 경멸한다고 깊이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오만 때문에 그 여자는 그때 히스테리에 찬, 파열된 사랑으로 그에게 매달렸고, 상처 입은 오만 때문에 그랬으니,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복수와 닮아 있었다. 오, 어쩌면 이 파열된 사랑도 참된 사랑으로 바뀌었을지 모르고, 어쩌면 카탸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미탸는 배신으로 그 여자의 영혼 밑바닥까지 모욕했고, 그 영혼은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데 복수의 순간이 뜻밖에 날아들었고, 모욕당한 여자의 가슴에 그토록 오래, 그토록 아프게 쌓여 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그리고 역시 뜻밖에 겉으로 터져 나왔다. 그 여자는 미탸를 배반했지만 자기 자신도 배반했다! 그리고 물론 말을 다 쏟아 내자마자 긴장이 끊어졌고 수치심이 그 여자를 짓눌렀다. 다시 히스테리가 시작되었고, 그 여자는 흐느끼고 소리치며 쓰러졌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들어 날랐다. 그 여자가 들려 나가는 순간 그루셴카가 울부짖으며 제자리에서 미탸에게로 달려들어서 미처 붙잡을 틈도 없었다.

"미탸!" 그 여자가 울부짖었다. "네 독사가 너를 파멸시켰어! 저것 봐요, 저 여자가 여러분한테 제 본색을 드러냈어요!" 그 여자는 분노로 온몸을 떨며 재판부를 향해 외쳤다. 재판장의 손짓에 따라 사람들이 그 여자를 붙잡아 법정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붙잡히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미탸에게로 되돌아가려고 버둥거렸다. 미탸가 울부짖으며 그 여자에게로 달려들려 했다. 사람들이 그를 제압했다.

그렇다, 우리 구경꾼 부인들은 흡족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경거리가 푸짐했으니까. 그다음, 모스크바에서 온 의사가 나타났던 것이 기억난다. 재판장이 그 전에 벌써 정리를 보내어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도움을 베풀도록 조치했던 것 같다. 의사는 환자가 몹시 위험한 섬망 발작 상태에 있으니 곧바로 데려가야 한다고 재판부에 보고했다.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그는 환자가 그저께 스스로 자기를 찾아왔고, 그때 자기가 곧 섬망이 닥치리라고 그에게 예고했지만 환자가 치료받으려 하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는 확실히 건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생시에 환영을 보고, 이미 죽은 여러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며, 밤마다 사탄이 자기를 찾아온다고 나에게 직접 털어놓았습니다." 의사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진술을 마치고 이름난 의사는 물러갔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내놓은 편지는 증거물에 덧붙여졌다. 재판부는 협의한 끝에 사실 심리를 계속하고, 뜻밖의 두 진술(카테리나 이바노브나와 이반 표도로비치의 진술)은 조서에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뒤의 사실 심리는 더는 묘사하지 않겠다. 게다가 나머지 증인들의 진술은 저마다 특징은 있었지만 앞선 진술을 되풀이하고 확인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것은 검사의 연설에서 한 점으로 모일 것이니, 이제 곧 그 연설로 넘어가겠다. 모두가 흥분해 있었고, 마지막 파국으로 모두가 전기에 감전된 듯했으며, 모두가 오로지 어서 결말이, 양쪽의 연설과 판결이 나기를 타는 듯한 조바심으로 기다렸다. 페튜코비치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진술로 눈에 띄게 충격을 받았다. 그 대신 검사는 개가를 올렸다. 사실 심리가 끝나자 휴정이 선언되었고, 휴정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마침내 재판장이 변론을 개시했다. 우리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가 논고를 시작한 것은 아마 저녁 여덟 시 정각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