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뜨거운 마음의 고백. 일화로
"나는 거기서 흥청망청 놀았어. 아까 아버지는 내가 처녀들을 꾀느라 몇천 루블씩 썼다고 했지. 그건 돼지 같은 허깨비야.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 있었던 일에는 사실 '그것'에 돈이 들지 않았어. 나한테 돈은 장식품이고 영혼의 열기이고 배경이야. 오늘은 이 여자가 내 귀부인이고, 내일은 그 자리에 거리의 계집애가 있지. 이 여자도 저 여자도 즐겁게 해 주고 돈을 한 줌씩 뿌리지. 음악, 떠들썩한 소리, 집시 여자들. 필요하면 그 여자한테도 주지. 다들 받거든, 아주 신이 나서 받아. 그건 인정해야 해. 그리고 만족하고 고마워해. 귀부인들도 나를 좋아했어. 다는 아니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 있었지. 하지만 나는 늘 골목을, 광장 뒤의 외지고 어두운 뒷골목을 좋아했는데, 거기엔 모험이 있고, 뜻밖의 일이 있고, 진창 속에 금덩이가 있거든. 동생아, 나는 비유로 말하는 거야. 우리 읍내에는 그런 진짜 골목은 없었지만, 정신의 골목은 있었어. 네가 나 같은 놈이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 텐데. 나는 방탕을 좋아했고, 방탕의 치욕도 좋아했어. 잔인함을 좋아했지. 내가 빈대가, 고약한 벌레가 아니고 뭐겠어? 카라마조프라고 했잖아! 한번은 온 읍내가 소풍을 갔어. 트로이카 일곱 대에 나눠 타고 갔는데, 겨울에 어둠 속에서 썰매를 타고 가다가 나는 옆에 앉은 처녀의 손을 꼭 쥐기 시작했고, 그 애한테 억지로 입맞춤을 받아 냈어. 관리의 딸로, 가난하고 귀엽고 온순하고 대꾸 한 번 못 하는 애였지. 그 애는 허락했어, 어둠 속에서 많은 걸 허락했지. 가엾게도 그 애는 내가 내일 찾아와 청혼할 줄 알았지만(무엇보다 나는 신랑감으로 쳐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그 뒤로 그 애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다섯 달 동안 반 마디도. 춤출 때면(우리 고장에서는 걸핏하면 춤을 추거든) 그 애의 작은 눈이 홀 구석에서 나를 좇는 걸 보았고, 그 눈이 작은 불꽃으로, 온순한 분노의 작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걸 보았어. 이 장난은 내가 내 안에서 길러 온 벌레의 호색만 즐겁게 해 주었지. 다섯 달 뒤 그 애는 어느 관리한테 시집가서 떠났어…… 화가 난 채로,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나를 사랑하면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어. 잘 봐 둬, 나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소문을 내서 망신을 주지도 않았어, 나는 욕망이 천하고 천한 걸 좋아하기는 해도 파렴치하지는 않아. 너 얼굴이 붉어지는구나, 눈이 번쩍했어. 이 진창 얘기는 너한테 이만하면 됐다. 그리고 이건 다 아직 그저 폴 드 코크 소설 같은 꽃봉오리일 뿐이었어, 잔인한 벌레가 이미 자라고 있었고 이미 영혼 속에서 무성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동생아, 여기엔 추억이 앨범 한 권이야. 하느님께서 그 귀여운 것들에게 건강을 내려 주시기를. 나는 헤어질 때 싸우지 않는 쪽을 좋아했고, 결코 배신하지 않았고, 결코 한 사람도 소문을 내서 망신시키지 않았어. 하지만 그만하자. 정말 내가 이런 쓰레기 얘기나 하려고 너를 여기로 불렀다고 생각했어? 아니, 더 흥미로운 걸 얘기해 줄게. 그런데 내가 너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것 같아도 놀라지 마."
"그건 내가 얼굴을 붉혀서 하는 말이구나." 알료샤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형의 말 때문에 붉어진 것도 아니고 형이 한 짓 때문에 붉어진 것도 아니야. 나도 형과 똑같은 사람이라서 붉어졌어."
"네가? 이거 좀 지나쳤구나."
"아니, 지나치지 않아." 알료샤가 열을 띠고 말했다(그 생각은 분명 오래전부터 그의 안에 있었다). "다 같은 계단이야. 나는 맨 아래 칸에 있고, 형은 위에, 열세 번째 칸쯤 어딘가에 있어. 나는 이 일을 그렇게 봐. 하지만 다 매한가지고 완전히 같은 성질이야. 아래 칸에 발을 디딘 사람은 어차피 틀림없이 위 칸에도 발을 디디게 돼."
"그러니까 아예 발을 디디지 말라는 거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예 디디지 말아야지."
"그럼 너는, 할 수 있어?"
"못 할 것 같아."
"입 다물어, 알료샤, 입 다물어, 귀여운 녀석. 네 손에 입 맞추고 싶구나, 그냥 감동해서. 그 그루셴카라는 요망한 계집은 사람을 잘 알아보는데, 언젠가 나한테 그러더라. 언젠가 너를 잡아먹을 거라고. 입 다물게, 입 다물게! 파리 떼가 더럽혀 놓은 들판 같은 추잡한 얘기에서, 역시 파리 떼가, 그러니까 온갖 비열함이 더럽혀 놓은 들판인 내 비극으로 넘어가자. 실은 그 늙다리가 순진한 처녀를 꾀었다는 건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내 비극에서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거든. 딱 한 번뿐이었고, 그나마 이루어지지도 않았지만. 나를 터무니없는 얘기로 나무란 그 영감은 정작 이 일은 몰라. 나는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어. 지금 너한테 처음 얘기하는 거야. 물론 이반은 빼고. 이반은 다 알아. 너보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어. 하지만 이반은 무덤이야."
"이반 형이 무덤이라고?"
"그래."
알료샤는 몹시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나는 그 대대에, 전선 대대에 소위로 있기는 했지만, 무슨 유형수처럼 감시를 받는 거나 다름없었어. 그런데 그 읍내는 나를 무섭도록 잘 받아 주었지. 나는 돈을 많이 뿌렸고, 다들 내가 부자라고 믿었어. 나 자신도 그렇게 믿었고. 하기야 다른 무언가로도 그 사람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는 했어도 정말로 나를 좋아했어. 그런데 이미 노인이던 우리 중령이 갑자기 나를 싫어하게 되어서 나한테 트집을 잡았지만, 나한테는 뒷배가 있었고 게다가 온 읍내가 내 편이라 그리 마음대로 트집을 잡을 수도 없었어. 나도 잘못은 있었어. 마땅히 바쳐야 할 경의를 일부러 바치지 않았거든. 우쭐해서. 그 늙은 고집쟁이는 꽤 괜찮은 사람이고 손님 대접을 더없이 후하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예전에 아내가 둘 있었다가 둘 다 죽었고, 첫째 아내는 무슨 평민 출신으로 역시 평민 같은 딸을 하나 남겼어. 내가 있을 때 그 딸은 벌써 스물네 살쯤 된 처녀였고, 아버지와 함께, 죽은 어머니의 언니인 이모와 같이 살았어. 이모는 말 한마디 못 하는 순박함이었고, 조카딸, 그러니까 중령의 맏딸은 활달한 순박함이었지. 나는 추억하며 좋은 말을 하는 걸 좋아해. 이봐, 나는 그 처녀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자의 성품을 본 적이 없어. 이름은 아가피야였어, 생각해 봐, 아가피야 이바노브나. 게다가 생김새도 러시아 사람 취향으로 전혀 나쁘지 않아서 키가 크고 풍만하고 살집이 좋았고 눈이 아름다웠어, 얼굴은 좀 투박했다고 치더라도. 청혼한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도 시집을 가지 않고 거절했고, 그래도 쾌활함을 잃지 않았어. 나는 그 처녀와 가까워졌어. 그런 쪽으로가 아니야, 아니, 거기엔 깨끗한 것만 있었어, 그냥 친구로. 나는 사실 여자들과 아주 죄 없이, 친구로 가까워진 적이 많아. 그 처녀한테 어찌나 터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지껄였는지, 와! 그런데도 그 처녀는 웃기만 했어. 잘 봐 둬, 많은 여자들이 터놓고 하는 얘기를 좋아해. 게다가 그 처녀는 숫처녀였으니, 그게 나를 몹시 즐겁게 했지. 그리고 또 이런 점이 있었어. 그 처녀는 도저히 아가씨라고 부를 수가 없었던 게, 그들은 아버지 집에서 이모와 함께 살면서 어쩐지 스스로 자기를 낮추며 다른 사교계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았거든. 모두가 그 처녀를 좋아하고 필요로 했어. 솜씨 좋은 재봉사여서 재주가 있었고, 일을 해 주고도 돈을 요구하지 않고 호의로 해 주었지만, 선물을 주면 마다하지 않고 받았거든. 그런데 중령은, 그 사람은 어디 그랬나! 중령은 우리 고장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 가운데 하나였어. 살림을 크게 벌이고 온 읍내 사람을 대접했지. 만찬, 무도회. 내가 와서 대대에 들어갔을 때, 미인 중의 미인이고 수도의 어느 귀족 여학교를 막 졸업했다는 중령의 둘째 딸이 머지않아 수도에서 우리 고장에 온다고 온 읍내에 소문이 났어. 이 둘째 딸이 바로 그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야. 중령의 둘째 아내에게서 난 딸이지. 이미 죽은 그 둘째 아내는 이름 있는 집안, 무슨 대단한 장군 집안 출신이었는데, 하기야 내가 확실히 알기로는 그 여자도 중령에게 돈은 한 푼도 가져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친척은 있었지만 그게 다였고, 무슨 기대 같은 것은 있었을지 몰라도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지. 그런데도 그 여학생이 오자(아주 오는 게 아니라 다니러 온 거였는데) 우리 읍내가 온통 새로워진 것 같았어. 우리 고장에서 가장 이름난 부인들이, 각하 부인 두 사람, 대령 부인 한 사람,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모두, 모두가 곧바로 나서서 그 처녀를 서로 모셔 가고 즐겁게 해 주기 시작했어. 무도회의 여왕, 소풍의 여왕이었지. 무슨 가정교사들을 돕는다며 활인화도 꾸며 냈어. 나는 잠자코 있었어. 나는 흥청망청 놀았고, 바로 그때 온 읍내가 떠들썩해질 만한 짓을 하나 저질렀지. 보니까 한번은 그 처녀가 눈으로 나를 훑어보더군. 포병 중대장 집에서였어. 그런데 그때 나는 다가가지 않았어. 인사를 나누는 것 따위는 깔본다는 뜻이었지. 그 처녀에게 다가간 건 얼마 지나서, 역시 어느 야회에서였는데, 내가 말을 걸자 그 처녀는 나를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경멸하듯 입술을 오므리더군.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기다려 봐라, 앙갚음해 줄 테니! 나는 그 무렵 대개 지독하게 막돼먹은 놈이었고, 스스로도 그걸 느꼈어. 무엇보다 내가 느낀 건, '카텐카'가 그냥 순진한 여학생 같은 게 아니라 성격이 있고 오만하고 정말로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성과 교양이 있는데 나한테는 그 둘 다 없다는 거였어. 내가 청혼하려 했다고 생각해? 천만에. 그저 내가 이렇게 멋진 놈인데 그 처녀가 그걸 몰라주니까 앙갚음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사이 나는 흥청망청 놀고 난장판을 벌였어. 마침내 중령이 나를 사흘 동안 영창에 가뒀지. 바로 이 무렵, 내가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포기한다는 정식 문서를, 그러니까 우리는 '셈이 끝났다', 더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문서를 보낸 뒤에 아버지가 나한테 6천 루블을 보냈어. 나는 그때 아무것도 몰랐어. 동생아, 나는 여기 오기 전까지, 아니 바로 요 며칠 전까지, 아니 어쩌면 오늘까지도 아버지와 나 사이의 이 모든 돈 다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하지만 그건 집어치우자, 그건 나중에. 아무튼 그때 그 6천 루블을 받고 나서, 나는 친구가 보낸 편지 한 통으로 갑자기 나한테 몹시 흥미로운 일 하나를 확실히 알게 됐어. 바로 우리 중령이 윗사람들 눈 밖에 났다는 것, 무언가 질서를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그의 적들이 그에게 한 상 차려 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였어. 과연 사단장이 와서 그를 호되게 꾸짖었어. 그러고 얼마 뒤에 퇴역 원서를 내라는 명령이 내려왔지. 이 모든 게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을게. 그에게는 정말로 적들이 있었는데, 다만 갑자기 읍내에서 그와 그 집안 전체에 대한 태도가 지나치게 차가워졌고, 모두가 갑자기 썰물처럼 물러났어. 그때 내 첫 번째 짓이 나왔어. 늘 우정을 지켜 온 아가피야 이바노브나를 만나서 이렇게 말했지. '그런데 아버님한테 공금 4천 5백 루블이 없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얼마 전에 장군님이 오셨을 때 다 있었는데……'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그 처녀는 몹시 겁을 먹었어. '제발 겁주지 마세요, 누구한테서 들으셨어요?' 나는 말했지. '걱정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이 일이라면 내가 무덤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그런데 이 일에 대해 말하자면, 이를테면 '혹시 몰라서'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요. 아버님한테 그 4천 5백 루블을 내놓으라는데 아버님한테 그 돈이 없으면, 재판을 받고 늘그막에 졸병으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그때 그 여학생을 나한테 몰래 보내세요. 마침 나한테 돈이 왔으니, 그 4천 루블쯤이야 어쩌면 덥석 내줄 수도 있고, 비밀은 거룩하게 지킬게요.' 그 처녀가 말하더군. '아, 당신은 정말 비열한 사람이에요(그대로 이렇게 말했어)! 정말 심술궂은 비열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감히!' 그 처녀는 몹시 분개해서 가 버렸고, 나는 그 뒤에 대고 비밀은 거룩하고 굳게 지키겠다고 한 번 더 소리쳤어. 미리 말해 두지만, 이 두 여자, 그러니까 아가피야와 그 이모는 이 모든 일에서 순결한 천사들이었어. 그리고 그 오만한 동생 카탸를 정말로 숭배했고, 그 처녀 앞에서 자기를 낮추며 하녀 노릇을 했지…… 그런데 아가피야가 바로 그 일을, 그러니까 우리가 나눈 그 대화를 그때 동생한테 전해 버렸어. 나는 나중에 그걸 다 손바닥 보듯 알게 됐어. 숨기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물론 나한테는 바로 그게 필요했지.
"그런데 갑자기 새 소령이 대대를 인수하러 와서 인수를 시작했는데, 늙은 중령은 갑자기 병이 나서 꼼짝도 못 하고 이틀 동안 집에 들어앉아 공금을 넘기지 않았어. 우리 군의관 크랍첸코는 정말로 병이 났다고 장담했어. 그런데 나는 그 돈이 상관들의 검열을 받고 나면 그때마다, 그것도 벌써 네 해째 줄곧, 한동안 사라졌다는 걸 비밀로, 그것도 오래전부터 속속들이 알고 있었어. 중령은 그 돈을 더없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빌려주었어. 우리 고장의 상인으로, 홀아비 노인이고, 금테 안경을 쓴 턱수염쟁이 트리포노프였지. 그 사람은 장에 가서 필요한 장사를 한 바퀴 돌리고, 곧바로 돈을 고스란히 중령에게 돌려주었고, 그러면서 장에서 선물도 가져오고, 선물과 함께 이자도 조금 얹어 주었지. 그런데 이번에는(나는 그때 이 모든 걸 전혀 우연히, 트리포노프의 침 흘리는 어린 아들이자 상속자, 세상에 나온 가장 방탕한 사내아이 녀석한테서 알아냈어) 이번에는 말이야, 트리포노프가 장에서 돌아와서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았어. 중령이 그에게 달려갔지. '나는 당신한테서 아무것도 받은 적이 없고 받을 수도 없었소.' 이게 대답이었어. 그래서 우리 중령은 그렇게 집에 들어앉아 머리를 수건으로 동여매고 있었고, 그 세 여자가 모두 그의 정수리에 얼음을 대 주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전령이 장부와 명령서를 들고 왔어. '공금을 넘길 것, 당장, 지체 없이, 두 시간 안에.' 그는 서명을 했어. 나는 나중에 장부에서 그 서명을 보았어. 그러고는 일어나서 제복을 입으러 간다고 하더니, 제 침실로 달려가서 쌍발 사냥총을 집어 들고 장전하고 군용 탄환을 밀어 넣고, 오른발에서 장화를 벗고, 총구를 가슴에 대고 발로 방아쇠를 더듬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가피야는 그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이미 의심하고 있었기에, 살금살금 다가가 때맞춰 엿보고는 뛰어 들어가 뒤에서 그에게 달려들어 끌어안았어. 총은 위로, 천장으로 발사됐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이 뛰어 들어와 그를 붙잡고 총을 빼앗고 팔을 붙들었지…… 이 모든 걸 나는 나중에 하나하나 다 알아냈어. 그때 나는 집에 있었고, 땅거미가 지고 있었어. 막 나가려고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손수건에 향수를 뿌리고 군모를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내 앞에, 내 하숙방에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서 있었어.
"이상한 일도 다 있지. 그때 그 처녀가 나한테 오는 걸 거리에서 아무도 보지 못해서, 읍내에서는 그 일이 그대로 묻혀 버렸어. 나는 관리의 아내였던 늙디늙은 할멈 둘한테서 방을 빌렸는데, 그 할멈들이 내 시중도 들었어. 공손한 아낙들이라 무엇이든 내 말을 들었고, 나중에 내 명령대로 둘 다 무쇠 기둥처럼 입을 다물었지. 물론 나는 모든 걸 곧바로 알아차렸어. 그 처녀는 들어와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어. 검은 눈은 단호하게, 대담하기까지 하게 바라보았지만, 입술에, 입술 언저리에 망설임이 보였어.
"'언니가 그러는데, 제가 직접…… 당신에게 오면 4천 5백 루블을 주신다고요. 제가 왔어요…… 돈을 주세요!……' 그 처녀는 견디지 못하고 숨이 막혔어. 겁에 질렸고, 목소리가 끊겼고, 입꼬리와 입술 둘레의 선들이 떨렸어. 알료시카, 듣고 있어, 아니면 자고 있어?"
"미탸 형, 형이 진실을 다 말하리라는 걸 알아." 알료샤가 흥분해서 말했다.
"바로 그 진실을 말할 거야. 진실을 다 말한다면, 일은 이렇게 됐어. 나를 봐주지 않을게. 처음 든 생각은 카라마조프다운 생각이었어. 동생아, 한번은 팔랑가 독거미한테 물려서 두 주 동안 열에 들떠 누워 있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갑자기 심장을 팔랑가가, 그 고약한 벌레가 무는 게 느껴졌어. 알겠어? 나는 그 처녀를 눈으로 훑어보았어. 너 그 처녀 본 적 있지? 정말 미인이야. 그런데 그때 그 처녀가 아름다웠던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어. 그 순간 그 처녀가 아름다웠던 건, 그 처녀는 고결하고 나는 비열한 놈이기 때문이었어. 그 처녀는 너그러움과 아버지를 위한 희생의 위대함 속에 있고, 나는 빈대이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그 처녀가 빈대이자 비열한 놈인 나한테 온통 매여 있었어. 온통, 온통 다, 영혼도 몸도. 꼼짝없이 테두리 안에 갇혀 있었지. 솔직히 말할게. 그 생각이, 팔랑가의 생각이 내 심장을 어찌나 사로잡았는지, 심장이 애타는 것만으로도 피를 다 쏟을 뻔했어. 이젠 아무 싸움도 있을 수 없을 것 같았어. 바로 빈대처럼, 고약한 타란툴라처럼 아무 동정도 없이 행동하면 되는 거였어…… 숨까지 막혔어. 들어 봐. 나는 물론 바로 이튿날 청혼하러 찾아갔을 거야, 이 모든 걸 말하자면 가장 고결하게 마무리하고, 그러니까 아무도 이 일을 모르게, 알 수도 없게 하려고. 나는 욕망은 천해도 정직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순간 바로 그 1초 사이에 누가 내 귀에 이렇게 속삭였어. '이런 여자라면 내일 네가 청혼하러 가도 나오지도 않고 마부를 시켜 너를 마당에서 내쫓을 거야. 온 읍내에 소문을 내 보시지, 당신 따위 무섭지 않으니까, 하고!' 그 처녀를 보니 내 속의 목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물론 그래, 꼭 그렇게 될 거야. 나는 목덜미를 잡혀 쫓겨날 거야. 지금 그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지. 내 안에서 악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어. 더없이 비열하고 돼지 같은, 상인 나부랭이 같은 짓을 하나 하고 싶어졌어. 비웃음을 띠고 그 처녀를 이렇게 바라보다가, 그 처녀가 내 앞에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상인 나부랭이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말투로 그 처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
"'4천 루블이라고요! 아니, 농담이었습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무 쉽게 믿고 셈을 하셨군요, 아씨. 200루블쯤이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수도 있겠지만, 4천 루블은 그런 경솔한 일에 내던질 돈이 아니올시다, 아가씨. 공연히 수고만 하셨습니다요.'
"알겠어, 그랬다면 나는 물론 모든 걸 잃었을 거고 그 처녀는 달아났겠지만, 그 대신 지옥처럼, 복수하듯 통쾌했을 테고, 나머지 모든 걸 잃어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을 거야. 나중에 평생 뉘우치며 울부짖더라도, 지금 이 장난 하나만 쳐 볼 수 있다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어떤 여자와도, 단 한 여자와도, 그런 순간에 그 여자를 미움을 품고 바라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런데 이렇게 십자가에 걸고 맹세하는데, 나는 그때 그 처녀를 3초인가 5초 동안 무시무시한 미움을 품고 바라보았어. 바로 그런 미움, 사랑까지, 더없이 미친 사랑까지 머리카락 한 올 차이밖에 안 되는 그런 미움을! 나는 창가로 가서 꽁꽁 언 유리에 이마를 댔는데, 얼음이 불처럼 이마를 데게 한 걸 기억해. 오래 끌지는 않았으니 걱정 마, 돌아서서 책상으로 가서 서랍을 열고 5천 루블짜리 5퍼센트 무기명 채권을 꺼냈어(프랑스어 사전 속에 끼워 두었지). 그러고는 말없이 그 처녀에게 보여 주고, 접어서 건네주고, 손수 현관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 주고,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처녀에게 허리 굽혀 절했어. 더없이 공손하고 더없이 마음을 담은 절이었어, 믿어 줘! 그 처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1초 동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식탁보처럼 무섭도록 하얗게 질리더니, 갑자기 역시 한마디 말도 없이, 충동적으로가 아니라 아주 부드럽게, 깊이, 조용히 온몸을 숙여 곧장 내 발치에 엎드렸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여학생처럼이 아니라 러시아 사람답게!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갔어. 그 처녀가 뛰어나갔을 때 나는 군도를 차고 있었어. 나는 군도를 뽑아 그 자리에서 나를 찔러 죽이려 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 물론 무섭도록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아마 환희 때문이었을 거야. 너는 알겠어? 어떤 환희는 사람을 자살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그러나 나는 나를 찌르지 않고 군도에 입만 맞추고 다시 칼집에 꽂았어. 하기야 이 얘기는 너한테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리고 아무래도 나는 지금 그 모든 싸움 얘기를 하면서 나를 자랑하려고 조금 늘어놓은 것 같아. 하지만 그러라지, 그대로 두라지. 사람 마음을 엿보는 염탐꾼들은 다 귀신이나 잡아가라지! 이게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와 있었던 그 '일'의 전부야. 이제 이 일을 아는 건 이반하고 너뿐이야, 그게 다야!"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일어나서 흥분한 채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더니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고는 다시 앉았다. 그러나 아까 앉았던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 맞은편 벽 쪽 걸상에 앉았으므로 알료샤는 그에게로 완전히 몸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