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주치카
콜랴는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울타리에 몸을 기대고 알료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는 벌써 오래전부터 알료샤를 만나고 싶었다. 그는 사내아이들에게서 알료샤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는 누가 그 이야기를 하면 늘 겉으로는 경멸하는 듯 무심한 얼굴을 했고, 사람들이 전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알료샤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무척, 무척 사귀고 싶었다. 그가 들은 알료샤 이야기에는 모두 무언가 호감이 가고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중요했다. 우선 얼굴에 먹칠을 하지 말아야 했고, 독립성을 보여야 했다. "안 그러면 내가 열세 살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저 녀석들 같은 꼬마로 여길 거야. 그런데 그 사람한테 저 녀석들이 다 뭐지? 가까워지면 물어봐야지. 그런데 고약한 건 내 키가 이렇게 작다는 거야. 투지코프는 나보다 어린데 머리 반쯤 더 커. 하기야 내 얼굴은 영리해. 잘생기지 않았다는 건 알아. 얼굴이 흉하다는 건 알지만, 얼굴은 영리해. 그리고 너무 속을 드러내서도 안 돼. 처음부터 대뜸 끌어안고 그러면 그 사람이 생각할 테니까…… 퉤,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할까!……"
콜랴는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더없이 독립적인 모습을 지으려고 온 힘을 다해 애썼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작은 키였다. "흉한" 얼굴보다도 키였다. 그의 집 구석 벽에는 지난해부터 그가 제 키를 표시해 둔 연필 금이 그어져 있었고, 그때부터 그는 두 달마다 가슴을 졸이며 다시 키를 재러 다가갔다.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아아! 그는 무섭게 조금밖에 자라지 않았고, 그것이 이따금 그를 그야말로 절망에 빠뜨렸다. 얼굴로 말하자면, 전혀 "흉하지" 않았고, 오히려 꽤 귀염성 있고 하얗고 핏기가 없는 얼굴에 주근깨가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생기 있는 잿빛 눈은 대담하게 바라보았고 자주 감정으로 불타올랐다. 광대뼈는 얼마쯤 넓었고, 입술은 작고 그리 두껍지 않지만 무척 붉었다. 코는 작고 영락없이 들창코였다. "아주 들창코야, 아주 들창코!" 콜랴는 거울을 볼 때면 속으로 중얼거렸고, 늘 분개하며 거울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얼굴이 정말 영리하기는 할까?" 그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며 그것마저 의심했다. 하기야 얼굴과 키에 대한 걱정이 그의 온 영혼을 삼키고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거울 앞의 순간들이 아무리 쓰라렸어도 그는 금방, 그것도 오랫동안 그것을 잊었고, 그 자신이 제 활동을 규정한 대로 "사상과 실제 생활에 온통 몸을 바치며".
알료샤는 곧 나타나 서둘러 콜랴에게 다가왔다. 콜랴는 몇 걸음 앞에서부터 알료샤의 얼굴이 어쩐지 아주 기뻐 보인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정말 나를 이렇게 반가워하는 걸까?" 콜랴는 흐뭇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짚어 두자면, 알료샤는 우리가 그를 남겨 두고 떠난 뒤로 무척 달라졌고, 그는 수도복 안옷을 벗어 버리고 이제는 아주 잘 지은 프록코트를 입고 부드러운 둥근 모자를 썼으며,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이 모든 것이 그를 무척 돋보이게 해서, 그는 아주 미남으로 보였다. 그의 귀염성 있는 얼굴은 늘 즐거워 보였지만, 그 즐거움은 어쩐지 조용하고 차분했다. 콜랴가 놀랍게도, 알료샤는 방에 앉아 있던 차림 그대로 외투도 걸치지 않고 그에게 나왔다. 서둘렀던 것이 분명했다. 그는 곧바로 콜랴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침내 오셨군요. 우리 모두 얼마나 기다렸는지요."
"사정이 있었는데,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어쨌든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래전부터 기회를 기다렸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콜랴가 조금 숨이 가쁜 듯 중얼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알게 됐을 거예요. 나도 당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이곳에는 늦게 오셨군요."
"말해 주세요, 여기는 어때요?"
"일류샤가 몹시 나빠요. 틀림없이 죽을 거예요."
"그럴 수가! 의학이 비열하다는 걸 인정하시지요, 카라마조프." 콜랴가 열을 올려 외쳤다.
"일류샤가 자주, 아주 자주 당신 이야기를 했어요. 있잖아요, 꿈속에서, 헛소리하면서까지요. 전에는 당신이 그 애에게 무척, 무척 소중했던 게 분명해요……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칼 사건 말이에요. 거기에는 또 다른 까닭도 있어요…… 말해 주세요, 그게 당신 개예요?"
"내 개예요. 페레즈본이에요."
"주치카가 아니고요?" 알료샤가 안타깝게 콜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개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나요?"
"모두 주치카를 바라신다는 건 알아요. 다 들었습니다." 콜랴가 수수께끼처럼 빙그레 웃었다. "들어 보세요, 카라마조프, 일을 전부 설명해 드릴게요, 무엇보다 그러려고 왔고, 그래서 당신을 불러냈어요,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사건 전체를 설명해 드리려고요." 그가 생기 있게 말을 꺼냈다. "보세요, 카라마조프, 봄에 일류샤가 예비반에 들어와요. 뭐, 다 아시다시피 우리 예비반이란 꼬마들, 어린애들이지요. 다들 곧바로 일류샤를 못살게 굴기 시작했어요. 나는 두 학년 위라서 물론 멀리서, 옆에서 지켜봐요. 보니까 작고 약한 아이인데 굴복하지 않고 그 녀석들과 싸우기까지 해요. 자존심이 세고 작은 눈이 불타요. 나는 그런 아이를 좋아해요. 그런데 녀석들은 더욱 못살게 굴어요. 무엇보다 그때 그 애는 옷이 형편없었어요. 바지는 위로 말려 올라가고 장화는 입을 벌리고 있었지요. 녀석들은 그것 때문에도 그 애를 놀려요. 모욕을 주는 거예요. 아니, 그건 정말 내가 싫어해요. 곧바로 감싸 주고 엑스트라페페르를 부렸지요. 나는 녀석들을 때리는데도 녀석들은 나를 무척 따라요. 그거 아세요, 카라마조프?" 콜랴가 거침없이 자랑했다. "그리고 대체로 나는 꼬마들을 좋아해요. 지금도 집에서 병아리 둘이 내 목에 매달려 있어요. 오늘도 그 애들 때문에 늦었고요. 이렇게 해서 일류샤를 때리는 일은 그쳤고, 나는 그 애를 내 보호 아래 두었어요. 보니까 자존심이 센 아이예요, 정말로 자존심이 세다니까요, 그런데 결국 노예처럼 내게 몸을 맡기고, 내가 시키는 아주 작은 일까지 다 하고, 나를 신처럼 떠받들고, 나를 흉내 내려고 기를 써요.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면 곧바로 내게 오고, 우리는 함께 다녀요. 일요일에도 그래요. 우리 김나지움에서는 상급생이 꼬마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면 비웃지만, 그건 편견이에요. 내 마음이 그렇다는데, 그걸로 끝이지요, 안 그래요? 나는 그 애를 가르치고 계발해요. 말해 보세요, 그 애가 마음에 드는데 내가 왜 그 애를 계발하면 안 되지요? 카라마조프, 당신도 바로 그 병아리들과 다 가까워졌잖아요. 그러니까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계발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소문으로 알게 된 당신 성격의 바로 그 점이 무엇보다 내 흥미를 끌었어요. 하기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 애에게서 무슨 감수성이, 감상이 자라는 게 눈에 띄는데, 나는요, 아시다시피 태어날 때부터 온갖 송아지 같은 애정 표현의 결연한 적이에요. 게다가 모순이 있어요, 자존심이 세면서 노예처럼 내게 매달리고, 노예처럼 매달리다가 갑자기 작은 눈을 번득이며 나한테 동의하려 들지도 않고 대들고 길길이 날뛰어요. 나는 가끔 여러 가지 사상을 펼쳤는데, 그 애가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에게 반역하고 있다는 게 보여요, 내가 그 애의 애정에 냉정함으로 대꾸하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 애를 단련하려고, 그 애가 다정해질수록 더욱 냉정해져요. 일부러 그렇게 해요. 그게 내 신념이에요. 나는 성격을 훈련시키고, 바로잡고, 사람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뭐, 그 밖에도…… 당신은 물론 반 마디만 들어도 나를 이해하시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 애가 하루, 이틀, 사흘 동안 당황하고 슬퍼하는 게 눈에 띄는데, 이젠 애정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더 강하고 더 높은 것 때문이에요. 무슨 비극일까 싶었지요. 다그쳤더니 사연을 알게 돼요. 그 애가 어쩌다 당신 돌아가신 아버지의 하인(그때는 아직 살아 있었지요) 스메르댜코프와 가까워졌는데, 그자가 그 바보 같은 아이에게 바보 같은 장난을, 그러니까 짐승 같은 장난, 비열한 장난을 가르쳐 줬어요. 빵 한 조각, 말랑한 속살을 떼어 거기에 핀을 꽂아서, 배가 고파서 씹지도 않고 조각을 삼키는 그런 마당개에게 던져 주고 어떻게 되나 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애들은 그런 조각을 만들어서 바로 이 털북숭이 주치카, 지금 이렇게 말이 많은 그 주치카에게 던졌어요, 먹이를 아예 주지 않는 어느 집 마당개였는데, 그 개는 하루 종일 허공에 대고 짖어 댔지요. (카라마조프, 그런 바보 같은 개 짖는 소리 좋아하세요? 나는 질색이에요.) 개는 그대로 달려들어 삼키더니 깨갱거리며 빙빙 돌다가 내달렸고, 달려가면서 줄곧 깨갱거리다가 사라졌어요, 일류샤가 직접 내게 그렇게 묘사해 주었어요. 털어놓으면서 울고 또 울고, 나를 끌어안고 몸을 떨면서 '달려가면서 깨갱거려, 달려가면서 깨갱거려.' 그 말만 되풀이해요, 그 광경에 충격을 받은 거예요. 자, 양심의 가책이구나 싶었어요. 나는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무엇보다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도 그 애를 단단히 가르치고 싶어서, 솔직히 말해 그때 나는 꾀를 부렸고, 어쩌면 전혀 품지도 않았을 만큼 분개한 척했지요. '너는 비열한 짓을 했어. 너는 비열한 놈이야. 물론 퍼뜨리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너와 관계를 끊겠어. 이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스무로프를 통해서 알려 줄게.' 그렇게 말했지요(바로 지금 나와 함께 온, 늘 내게 충실했던 이 소년 말이에요). '앞으로도 너와 관계를 계속할지, 아니면 비열한 놈인 너를 영원히 버릴지.' 그 말이 그 애에게 무서운 충격을 주었어요. 솔직히 나도 그때 이미 어쩌면 너무 엄하게 대했다고 느꼈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그때 내 생각이 그랬어요. 하루 뒤에 나는 스무로프를 그 애에게 보내서, 이제 그 애와 '말하지 않는다'고 전하게 하는데, 우리끼리는 친구 둘이 관계를 끊을 때 그렇게 말하거든요. 비밀은 내가 그 애를 겨우 며칠만 벌칙으로 묶어 두었다가, 뉘우치는 걸 보면 다시 손을 내밀려 했다는 거예요. 그게 나의 굳은 뜻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스무로프에게서 듣더니 갑자기 그 애 눈이 번득였어요. '크라솟킨에게 전해.' 그 애가 소리쳤어요. '나는 이제 모든 개한테 핀 꽂은 조각을 던질 거라고, 모든 개한테, 모든 개한테!' 아, 버릇없는 기운이 생겼구나, 이걸 몰아내야겠다 싶어서 그 애에게 철저한 경멸을 내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돌리거나 빈정대며 웃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때 그 애 아버지에게 그 일이 일어나요. 기억하시지요, 그 수세미 말이에요? 그러니 아시겠지만, 그 애는 그렇게 해서 이미 무서운 울화가 치밀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내가 그 애를 버린 걸 보고 녀석들이 그 애에게 달려들어 '수세미, 수세미' 하고 놀려요. 바로 그때부터 녀석들 사이에 싸움이 시작됐는데, 나는 그게 무섭게 안타까워요. 그 애가 그때 한 번 무척 아프게 얻어맞은 것 같거든요. 그러다 한번은 수업이 끝나고 나올 때 그 애가 마당에서 모두에게 달려들어요, 그런데 나는 마침 열 걸음 떨어진 데 서서 그 애를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맹세하지만, 그때 내가 웃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 나는 그 애가 무척, 무척 가여워져서, 한순간만 더 지났으면 그 애를 감싸러 달려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애가 갑자기 내 눈길과 마주쳤는데, 그 애에게 무엇이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는 주머니칼을 홱 꺼내 내게 달려들더니 내 넓적다리를 찔렀어요. 바로 여기, 오른쪽 다리요. 나는 꼼짝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나는 가끔 용감할 때가 있어요, 카라마조프, 나는 그저 경멸스럽게 바라보기만 했어요, 눈길로 이렇게 말하듯이요. '내 모든 우정의 대가로 더 찌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찔러.' 그런데 그 애는 두 번은 찌르지 않았어요, 견디지 못하고 저 스스로 겁이 나서 칼을 내던지고 소리 내어 울며 달아났어요. 나는 물론 고자질하지 않았고, 윗사람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모두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고, 엄마에게도 다 아물고 나서야 말했어요, 게다가 상처도 별것 아니었어요, 긁힌 자국이었지요. 그 뒤에 들으니 그날 그 애가 돌을 던지고 당신 손가락을 물어뜯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시겠지요, 그 애가 어떤 상태였는지! 뭐, 어쩌겠어요, 나는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그 애가 병이 났을 때 용서하러, 그러니까 화해하러 가지 않았고, 이제 와서 뉘우쳐요. 하지만 그 뒤로 나에게는 특별한 목적이 생겼어요. 자, 이게 이야기 전부예요…… 다만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한 것 같아요……"
"아, 정말 안타까워요." 알료샤가 흥분해서 외쳤다. "그 애와 당신의 그런 관계를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벌써 오래전에 당신을 찾아가서 나와 함께 그 애에게 가 달라고 부탁했을 텐데요. 믿으시겠어요, 열이 오르고 앓는 동안 그 애는 헛소리로 당신을 불렀어요. 그 애에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몰랐어요! 그런데 정말, 정말로 그 주치카를 끝내 찾지 못했나요? 아버지와 소년들이 모두 온 읍내를 뒤졌어요. 믿으시겠어요, 그 애는 앓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서 벌써 세 번이나 아버지에게 되풀이했어요. '아빠, 내가 아픈 건 그때 주치카를 죽였기 때문이야. 하느님이 나를 벌하신 거야.' 그 생각에서 그 애를 떼어 놓을 수가 없어요! 지금 그 주치카를 구해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주기만 하면 그 애는 기뻐서 되살아날 것 같아요. 우리 모두 당신에게 희망을 걸었어요."
"말해 주세요, 무슨 까닭으로 내가 주치카를 찾아내리라고, 그러니까 하필 내가 찾아내리라고 희망을 걸었지요?" 콜랴가 대단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필 나를 믿었지요?"
"당신이 그 개를 찾고 있고, 찾으면 데려올 거라는 소문이 좀 있었어요. 스무로프가 그 비슷한 말을 했어요. 무엇보다 우리는 주치카가 살아 있다고, 어디선가 그 개를 보았다고 그 애를 믿게 하려고 줄곧 애쓰고 있어요. 소년들이 어디선가 살아 있는 산토끼를 구해다 주었지만, 그 애는 쳐다보고 아주 조금 미소 짓더니 들판에 놓아 달라고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했어요. 방금 아버지가 돌아와서 그 애에게 메델랸스키 강아지를 가져왔어요, 그것도 어디선가 구해 왔는데, 그걸로 위로하려 했지만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아요……"
"하나 더 말해 주세요, 카라마조프. 그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에요? 나도 알지만, 당신이 규정하자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어릿광대, 익살꾼?"
"아, 아니에요. 깊이 느끼면서도 어쩐지 짓눌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의 어릿광대짓은 오랫동안 굴욕스럽게 겁을 먹어 온 탓에 면전에서는 감히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퍼붓는 독살스러운 빈정거림 같은 거예요. 믿어 주세요, 크라솟킨, 그런 어릿광대짓은 때로 대단히 비극적이에요. 그 사람에게는 이제 모든 것이, 이 땅의 모든 것이 일류샤에게 모여 있어요, 그러니 일류샤가 죽으면 그 사람은 슬퍼서 미쳐 버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예요. 지금 그 사람을 보면 나는 거의 그렇게 확신해요!"
"당신을 이해해요, 카라마조프. 당신은 사람을 아는군요." 콜랴가 사무치게 덧붙였다.
"그런데 나는 당신이 개를 데리고 있는 걸 보자마자, 그 주치카를 데려왔다고 생각했어요."
"기다려 보세요, 카라마조프. 어쩌면 우리가 그 개를 찾아낼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건, 이건 페레즈본이에요. 이제 이 개를 방에 들여보내면 어쩌면 메델랸스키 강아지보다 일류샤를 더 즐겁게 해 줄지도 몰라요. 기다려 보세요, 카라마조프, 곧 무언가를 알게 될 거예요. 아, 맙소사, 내가 왜 당신을 붙잡고 있지!" 콜랴가 갑자기 다급하게 외쳤다. "이 추위에 프록코트 바람이신데 내가 붙잡고 있네요. 보세요, 보세요, 내가 얼마나 이기주의자인지! 오, 우리는 모두 이기주의자예요, 카라마조프!"
"걱정 마세요. 춥기는 하지만 나는 감기에 잘 안 걸려요. 그래도 들어갑시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콜랴라는 건 아는데, 그다음은요?"
"니콜라이, 니콜라이 이바노프 크라솟킨이에요. 관청 투로 말하자면 크라솟킨의 아들이지요." 콜랴는 무엇 때문인지 웃었지만 갑자기 덧붙였다. "나는 물론 니콜라이라는 내 이름이 싫어요."
"왜요?"
"진부하고, 관청 냄새가 나서……"
"열세 살이에요?" 알료샤가 물었다.
"그러니까 열네 살이에요. 2주 뒤면 열네 살, 아주 곧이지요. 카라마조프, 내 약점 하나를 미리 털어놓을게요, 이건 당신 앞이니까, 처음 사귀는 자리니까, 당신이 내 본성을 단번에 다 보시도록 하는 거예요. 나는 내 나이를 묻는 게 싫어요, 싫은 정도가 아니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테면 내가 지난주에 예비반 아이들과 도둑놀이를 했다는 중상이 돌아요. 내가 놀았다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나를 위해서, 나 자신이 즐거우려고 놀았다는 건 그야말로 중상이에요. 그 말이 당신 귀에도 들어갔으리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내게 있지만, 나는 나를 위해 논 게 아니라 꼬마들을 위해 놀았어요, 그 애들은 나 없이는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고장에서는 늘 허튼소리를 퍼뜨려요. 여기는 뒷공론의 도시예요. 장담해요."
"설령 당신이 즐거우려고 놀았다 해도, 그게 무슨 문제예요?"
"뭐, 나를 위해서라니…… 당신은 말놀이 같은 건 하지 않으실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알료샤가 미소 지었다. "이를테면 어른들도 연극을 보러 가잖아요. 그리고 연극에서도 온갖 영웅들의 모험을 보여 주고, 때로는 도둑이나 전쟁도 나오지요, 그러니 그것도, 물론 제 나름대로이기는 하지만, 똑같은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하는 전쟁놀이나 도둑놀이도 막 싹트는 예술, 젊은 영혼 속에서 막 싹트는 예술의 욕구이고, 그런 놀이는 때로 연극보다 더 그럴듯하게 짜이기까지 해요. 다른 점은 연극에는 배우들을 보러 가지만 여기서는 젊은이들 자신이 배우라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그건 그저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게 당신의 신념이에요?" 콜랴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있잖아요, 꽤 흥미로운 생각을 말씀하셨어요. 이제 집에 가면 거기에 대해 머리를 좀 굴려 봐야겠어요. 솔직히 나는 당신에게서 무언가 배울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에게 배우러 왔어요, 카라마조프." 콜랴가 사무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맺었다.
"나도 당신에게 배우러요." 알료샤가 그의 손을 꼭 쥐며 미소 지었다.
콜랴는 알료샤가 대단히 흡족했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알료샤가 그를 더없이 대등하게 대하고 "가장 큰 사람"에게 하듯 그와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카라마조프, 지금 당신에게 재주 하나를 보여 드릴게요. 이것도 연극 같은 거예요." 그가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그러려고 왔거든요."
"먼저 왼쪽 집주인네로 들어가요. 거기에 모두 외투를 벗어 둬요. 방이 비좁고 더우니까요."
"오, 나는 잠깐이면 돼요. 들어가서 외투를 입은 채로 앉아 있을게요. 페레즈본은 여기 현관방에 남아서 죽을 거예요. '이리 와, 페레즈본, 엎드려, 그리고 죽어!' 보세요, 죽었잖아요. 나는 먼저 들어가서 형편을 살펴보고, 그다음에 때가 되면 휘파람을 불 거예요. '이리 와, 페레즈본!' 그러면 보세요, 녀석이 곧바로 미친 듯이 날아 들어올 거예요. 다만 스무로프가 그 순간에 문을 여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내가 다 맡아서 할 테니 재주를 보시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