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일류셰치카의 장례식. 돌 곁의 연설
정말로 그는 늦었다. 사람들은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없더라도 꽃으로 꾸민 예쁜 작은 관을 성당으로 옮기기로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그것은 가엾은 소년 일류셰치카의 관이었다. 일류셰치카는 미탸가 판결을 받고 이틀 뒤에 숨을 거두었다. 알료샤는 아직 집 대문 앞에 있을 때부터 일류샤의 친구들인 소년들의 외침에 맞이되었다. 소년들은 모두 조바심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마침내 오자 기뻐했다. 모두 열두 명쯤 모였는데, 다들 작은 책가방과 어깨에 메는 가방을 메고 왔다. "아빠가 울 거야, 아빠 곁에 있어 줘." 일류샤가 죽어 가며 소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고, 소년들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 맨 앞에는 콜랴 크라솟킨이 있었다.
"와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카라마조프!" 그는 알료샤에게 손을 내밀며 외쳤다. "여기는 끔찍해요. 정말이지 보기가 괴로워요. 스네기료프 씨는 취하지 않았어요. 오늘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는 걸 우리가 확실히 알아요. 그런데 꼭 취한 사람 같아요…… 나는 늘 꿋꿋하지만 이건 끔찍해요. 카라마조프, 붙잡아 두는 게 아니라면, 들어가시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은데요?"
"뭔데요, 콜랴?" 알료샤가 걸음을 멈추었다.
"형님은 죄가 없어요, 있어요? 형님이 아버지를 죽였어요, 하인이 죽였어요? 당신이 말하는 대로 믿을게요. 이 생각 때문에 나흘 밤을 못 잤어요."
"하인이 죽였고, 형은 죄가 없어요." 알료샤가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말해!" 소년 스무로프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분은 진리를 위해 죄 없는 희생자로 파멸하는 거군요!" 콜랴가 외쳤다. "그분은 파멸했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나는 그분이 부러울 정도예요!"
"무슨 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왜요?" 알료샤가 놀라서 외쳤다.
"오, 나도 언젠가 진리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수만 있다면." 콜랴가 열광하여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로, 그런 치욕을 쓰고, 그런 끔찍한 꼴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알료샤가 말했다.
"물론이죠…… 나는 온 인류를 위해 죽고 싶어요. 치욕으로 말하자면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우리 이름이야 사라져도 좋아요. 나는 당신 형님을 존경해요!"
"나도 그래!" 언젠가 트로이를 누가 세웠는지 안다고 밝혔던 바로 그 소년이 무리 속에서 갑자기, 이번에도 아주 뜻밖에 소리치더니, 소리치고 나서 그때와 꼭 마찬가지로 작약처럼 귀까지 온통 빨개졌다.
알료샤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얀 주름 장식을 두른 하늘색 관 속에 일류샤가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여윈 얼굴의 생김새는 거의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시체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얼굴 표정은 진지하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 특히 십자로 모은 두 손이 아름다웠는데, 꼭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것 같았다. 손에는 꽃을 쥐여 주었고, 관도 이미 안팎이 온통 꽃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리자 호흘라코바가 날이 밝자마자 보낸 꽃이었다. 그러나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서도 꽃이 왔고, 알료샤가 문을 열었을 때 2등 대위는 떨리는 두 손에 꽃 한 묶음을 쥐고 그 꽃을 다시 자기의 사랑하는 소년 위에 뿌리고 있었다. 그는 들어온 알료샤를 겨우 쳐다보았을 뿐 아무도 보려 하지 않았고, 아픈 다리로 줄곧 몸을 일으켜 죽은 아들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울고 있는 정신 나간 아내, 자기의 "어머니"조차 보려 하지 않았다. 니노치카는 아이들이 의자째 들어 올려 관 바로 곁으로 옮겨 주었다. 니노치카는 관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었고, 아마 역시 조용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스네기료프의 얼굴은 생기가 돌았지만 넋이 나간 듯했고, 그와 함께 모질어 보이기도 했다. 그의 몸짓에도, 그에게서 튀어나오는 말에도 무언가 반쯤 정신이 나간 것이 있었다. "아가야, 귀여운 내 아가야!" 그는 일류샤를 바라보며 쉴 새 없이 외쳤다. 일류샤가 살아 있을 때부터 그에게는 아들을 귀여워하며 "아가야, 귀여운 내 아가야!" 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여보, 나한테도 꽃을 줘요, 그 애 손에서 꺼내서, 이 하얀 거, 그걸 줘요!" 정신 나간 "어머니"가 흐느끼며 부탁했다. 일류샤 손에 들려 있던 작고 하얀 장미가 그토록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기념으로 그 애 손에서 꽃을 갖고 싶었는지, 어머니는 꽃을 향해 두 손을 내밀며 온몸으로 허둥댔다.
"아무한테도 안 줘, 아무것도 안 줘!" 스네기료프가 매정하게 외쳤다. "그 애 꽃이지 당신 꽃이 아니야. 다 그 애 거지, 당신 건 하나도 없어!"
"아빠, 엄마한테 꽃을 주세요!" 니노치카가 눈물에 젖은 얼굴을 갑자기 들었다.
"아무것도 안 줄 거야, 저 사람한테는 더더구나 안 줄 거야! 저 사람은 그 애를 사랑하지 않았어. 저 사람은 그때 그 애한테서 작은 대포를 빼앗았고, 그 애는 그걸 저 사람한테 서-언-물했지." 일류샤가 그때 자기 작은 대포를 엄마에게 양보한 일을 떠올리며 2등 대위는 갑자기 소리 내어 흐느꼈다. 가엾은 정신 나간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온통 조용한 울음에 잠겼다. 소년들은 아버지가 관을 놓아주지 않는데 이제 옮길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마침내 보고는, 갑자기 관을 빽빽이 에워싸고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울타리 안에 묻기는 싫어!" 스네기료프가 갑자기 부르짖었다. "돌 곁에 묻을 거야, 우리 돌 곁에! 일류샤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옮기지 못하게 할 거야!"
그는 전에도 사흘 내내 돌 곁에 묻겠다고 말했지만, 알료샤와 크라솟킨, 집주인 노파와 그 동생, 그리고 소년들이 모두 말렸다.
"원, 별생각을 다 하네, 그 더러운 돌 곁에 묻겠다니, 목매단 사람도 아니고." 늙은 집주인이 엄하게 말했다. "저기 울타리 안에는 십자가가 선 땅이 있어. 거기서 그 애를 위해 기도들을 해 줄 거야. 성당에서 성가 소리가 들리고, 보제님이 또랑또랑 말씀을 잘 읽으시니 그 소리가 번번이 다 그 애한테 닿을 거야. 꼭 그 애 무덤 위에서 읽어 주는 것처럼."
2등 대위는 마침내 두 손을 내저었다. "마음대로 옮기라지!" 하는 뜻이었다. 아이들은 관을 들어 올렸지만, 어머니 곁을 지나갈 때 잠깐 어머니 앞에 멈추어 어머니가 일류샤와 작별할 수 있도록 관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흘 내내 조금 떨어진 곳에서만 바라보던 그 사랑하는 작은 얼굴을 갑자기 가까이에서 보자, 어머니는 갑자기 온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관 위에서 히스테릭하게 하얗게 센 머리를 앞뒤로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엄마, 그 애한테 성호를 그어 줘요, 축복해 줘요, 입 맞춰 줘요." 니노치카가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동인형처럼 줄곧 머리를 흔들다가, 타는 듯한 슬픔에 일그러진 얼굴로 말없이 갑자기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관은 더 멀리 옮겨졌다. 관이 곁을 지나갈 때 니노치카는 마지막으로 죽은 동생의 입술에 입술을 댔다. 알료샤는 집을 나서면서 남은 사람들을 돌보아 달라고 집주인 노파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노파는 말을 끝까지 하게 두지도 않았다.
"알다마다요, 저 사람들 곁에 있을게요, 우리도 그리스도인인데요." 노파는 이렇게 말하며 울었다.
성당까지는 멀지 않아서 3백 걸음쯤,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날은 맑고 고요해졌고, 얼어붙었지만 조금이었다.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직 울리고 있었다. 스네기료프는 낡고 짤막한, 거의 여름 것이나 다름없는 외투를 입고,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낡고 챙이 넓은 부드러운 모자를 손에 들고서 부산스럽게, 넋이 나간 채 관을 쫓아 달려갔다. 그는 무언가 풀 수 없는 걱정에 사로잡혀, 관 머리 쪽을 받치려고 갑자기 손을 내밀어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을 방해하기만 하다가, 옆으로 달려가 어디 끼어들 데가 없나 찾기도 했다. 꽃 한 송이가 눈 위에 떨어지자 그는 그것을 주우려고 그대로 몸을 던졌는데, 마치 이 꽃 한 송이를 잃는 데 하느님이나 아실 무엇이 달려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빵 껍질, 빵 껍질을 잊었어." 그는 갑자기 무섭게 놀라 외쳤다. 그러나 소년들은 그가 이미 아까 빵 껍질을 챙겼고 그것이 그의 주머니에 있다고 곧바로 일깨워 주었다. 그는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 보고,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일류셰치카가 시켰어요, 일류셰치카가요." 그는 곧바로 알료샤에게 풀이했다. "밤에 그 애가 누워 있고 저는 곁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시켰어요. '아빠, 내 무덤을 덮으면 그 위에 빵 껍질을 부스러뜨려 줘, 참새들이 날아오게. 참새들이 날아온 소리를 들으면 혼자 누워 있는 게 아니라서 나는 즐거울 거야.'"
"아주 좋은 일이에요." 알료샤가 말했다. "자주 가져가야겠어요."
"날마다요, 날마다요!" 2등 대위는 온몸에 생기가 도는 듯 재잘거렸다.
마침내 성당에 닿아 그 한가운데에 관을 놓았다. 소년들은 모두 관을 빙 둘러싸고 예배 내내 얌전하게 그렇게 서 있었다. 성당은 오래되고 꽤 가난해서 덮개 없는 성상이 많았지만, 이런 성당에서는 어쩐지 기도가 더 잘된다. 성찬 예배 동안 스네기료프는 조금 잠잠해진 듯했지만, 그래도 때때로 그에게서 똑같은 무의식적이고 갈피를 잃은 듯한 걱정이 터져 나왔다. 관에 다가가 관포와 이마띠를 바로잡기도 하고, 촛대에서 초 한 자루가 떨어지자 갑자기 그것을 다시 꽂으려고 달려들어 무섭게 오래 그것과 씨름하기도 했다. 그다음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멍하니 걱정스러우면서도 어리둥절한 듯한 얼굴로 관 머리맡에 얌전히 섰다. 사도서 봉독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곁에 서 있던 알료샤에게 사도서를 잘못 읽었다고 속삭였지만,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생각을 풀어 말하지는 않았다. 케루빔 찬가 때 그는 따라 부르려다가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성당의 돌바닥에 이마를 대고 꽤 오래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마침내 장례 예식이 시작되어 초를 나누어 주었다. 넋이 나간 아버지는 다시 허둥대려 했지만, 가슴을 저미고 뒤흔드는 장례 성가가 그의 영혼을 깨우고 뒤흔들었다. 그는 어쩐지 갑자기 온몸을 움츠리더니 처음에는 소리를 죽이며, 나중에는 크게 흐느끼며 잦고 짧게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별 인사를 하고 관을 덮기 시작하자, 그는 일류셰치카를 덮지 못하게 하려는 듯 두 팔로 관을 끌어안고 죽은 아들의 입술에 자꾸, 탐하듯, 떨어지지 않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람들이 그를 달래어 계단에서 데리고 내려오려 했는데, 그는 갑자기 재빨리 손을 뻗어 작은 관에서 꽃 몇 송이를 집어 들었다. 그는 그 꽃을 바라보았고, 무언가 새로운 생각이 그에게 떠오른 듯 한순간 가장 중요한 일을 잊은 것 같았다. 그는 조금씩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사람들이 관을 들어 무덤으로 옮길 때는 이미 맞서지 않았다. 무덤은 멀지 않아서 울타리 안, 성당 바로 곁에 있었고 비싼 자리였는데,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값을 치렀다. 여느 의식이 끝나자 무덤 파는 사람들이 관을 내렸다. 스네기료프는 꽃을 손에 든 채 열린 무덤 위로 어찌나 몸을 숙였던지 소년들이 겁에 질려 그의 외투를 붙잡고 뒤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했다. 무덤을 흙으로 덮기 시작하자 그는 갑자기 걱정스럽게 쏟아지는 흙을 가리키며 무언가 말하기까지 했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고, 그 자신도 갑자기 잠잠해졌다. 그때 사람들이 빵 껍질을 부스러뜨려야 한다고 일깨워 주자, 그는 무섭게 허둥대며 빵 껍질을 꺼내 뜯어서 무덤 위에 조각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자, 날아오너라, 새들아, 자, 날아오너라, 참새들아!" 그는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소년들 가운데 누군가가 꽃을 손에 들고는 뜯기 불편하니 잠깐 누구에게 들고 있으라고 맡기라고 그에게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맡기지 않았고, 누가 그 꽃을 아주 빼앗으려 하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꽃 걱정에 겁을 먹기까지 하더니, 무덤을 둘러보고 모든 것이 이미 끝났고 빵 조각도 뿌렸다는 것을 확인한 듯하더니, 갑자기 뜻밖에, 그것도 아주 차분하게 돌아서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점점 잦아지고 다급해져서, 그는 서둘렀고 거의 달려갔다. 소년들과 알료샤는 그에게서 뒤처지지 않았다.
"어머니한테 꽃을, 어머니한테 꽃을! 어머니가 서운했어." 그가 갑자기 외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지금 날이 추우니 모자를 쓰라고 그에게 소리쳤지만, 그는 그 말을 듣자 화가 난 듯 모자를 눈 위에 내동댕이치고 "모자는 싫어, 모자는 싫어!" 하고 되뇌기 시작했다. 소년 스무로프가 모자를 주워 들고 그를 따라갔다. 소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울었는데, 누구보다 콜랴와 트로이를 밝혀낸 소년이 많이 울었으며, 스무로프는 대위의 모자를 손에 든 채 무섭게 울면서도, 거의 달려가면서 길 위의 눈 속에 빨갛게 드러난 벽돌 조각 하나를 쏜살같이 날아가는 참새 떼에 던지려고 기어이 집어 들었다. 물론 맞히지 못했고, 그는 울면서 계속 달려갔다. 길을 반쯤 가다가 스네기료프는 갑자기 멈추어 서서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반 분쯤 서 있더니, 갑자기 성당 쪽으로 돌아서서 두고 온 무덤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년들이 순식간에 그를 따라잡아 사방에서 그에게 매달렸다. 그러자 그는 힘이 빠진 듯, 쓰러진 사람처럼 눈 위에 쓰러져 몸부림치고 부르짖고 흐느끼며 외치기 시작했다. "아가야, 일류셰치카, 귀여운 내 아가야!" 알료샤와 콜랴가 그를 일으키며 애원하고 달래기 시작했다.
"대위님, 그만하세요, 용감한 사람은 견뎌야 해요." 콜랴가 중얼거렸다.
"꽃이 상하겠어요." 알료샤도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꽃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까 일류셰치카의 꽃을 주지 않으셨다고 앉아서 울고 계세요. 저기 아직 일류샤의 침대가 그대로 있어요……"
"그래요, 그래요, 어머니한테!" 스네기료프가 갑자기 다시 생각해 냈다. "침대를 치울 거야, 치울 거야!" 그는 정말로 치워 버릴까 봐 겁이 난 듯 덧붙이더니 벌떡 일어나 다시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제 멀지 않았고, 모두 함께 달려 닿았다. 스네기료프는 문을 확 열어젖히고, 아까 그토록 매정하게 다투었던 아내에게 부르짖었다.
"어머니, 여보, 일류셰치카가 당신한테 꽃을 보냈어, 당신의 아픈 다리한테!" 그는 방금 눈 위에서 몸부림칠 때 얼고 꺾인 꽃 한 다발을 아내에게 내밀며 소리쳤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일류샤의 침대 앞 구석에 두 짝이 나란히 서 있는, 집주인이 방금 치워 놓은 일류샤의 작은 장화를, 낡고 누렇게 바래고 뻣뻣하게 굳은, 기운 자리가 있는 작은 장화를 보았다. 그것을 보자 그는 두 손을 쳐들고 그대로 장화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한 짝을 움켜쥐더니, 거기에 입술을 대고 탐하듯 입을 맞추기 시작하며 외쳤다. "아가야, 일류셰치카, 귀여운 내 아가야, 네 작은 발은 어디 있니?"
"그 애를 어디로 데려갔어? 그 애를 어디로 데려갔어?" 정신 나간 여자가 가슴을 찢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러자 니노치카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콜랴가 방에서 뛰어나갔고, 그 뒤를 따라 소년들도 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을 따라 알료샤도 나갔다. "실컷 울게 둬요." 그는 콜랴에게 말했다. "지금은 물론 위로할 수가 없어요. 잠깐 기다렸다가 돌아가요."
"그래요, 위로할 수 없어요, 끔찍해요." 콜랴가 맞장구쳤다. "있잖아요, 카라마조프." 그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몹시 슬퍼요. 그 애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을 내주겠어요!"
"아, 나도 그래요." 알료샤가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요, 카라마조프, 오늘 저녁에 우리가 여기 와야 할까요? 그분은 술에 취할 텐데요."
"어쩌면 취하겠지요. 당신하고 나 둘만 와요. 그거면 돼요. 어머니와 니노치카 곁에 한 시간쯤 앉아 있으려면요. 우리가 모두 한꺼번에 오면 저분들에게 다시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할 테니까요." 알료샤가 일러 주었다.
"저 집에서는 지금 집주인이 상을 차리고 있어요. 추도 식사라나 뭐라나 하는 걸 할 거고, 신부님도 올 거예요. 우리 지금 거기로 돌아가야 할까요, 카라마조프, 말아야 할까요?"
"꼭 가야지요." 알료샤가 말했다.
"이 모든 게 이상해요, 카라마조프. 이런 슬픔에, 그런데 갑자기 블린이라니, 우리 종교에서는 이 모든 게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거기에는 연어도 있을 거예요." 트로이를 밝혀낸 소년이 갑자기 크게 말했다.
"진지하게 부탁하는데요, 카르타쇼프, 더는 당신의 어리석은 소리로 끼어들지 말아요. 특히 아무도 당신한테 말을 걸지 않고, 당신이 세상에 있는지조차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요." 콜랴가 짜증스럽게 그쪽에 대고 딱 잘랐다. 소년은 그대로 확 달아올랐지만 감히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모두 오솔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무로프가 외쳤다.
"저기 일류샤의 돌이야, 그 애를 그 밑에 묻으려고 했던!"
모두 말없이 커다란 돌 곁에 멈추어 섰다. 알료샤가 그 돌을 바라보자, 언젠가 스네기료프가 일류셰치카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 그 애가 울면서 아버지를 껴안고 "아빠, 아빠, 그 사람이 아빠를 얼마나 욕보였는데!" 하고 외쳤다는 이야기의 장면 전체가 단번에 그의 기억에 떠올랐다. 무언가 그의 영혼 속에서 뒤흔들린 듯했다. 그는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로 일류샤의 친구들인 학생들의 이 모든 사랑스럽고 밝은 얼굴들을 둘러보고는 갑자기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여기서, 바로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요."
소년들은 그를 둘러싸고 곧바로 그에게 뚫어지게 기다리는 눈길을 보냈다.
"여러분, 우리는 곧 헤어질 거예요. 나는 지금 얼마 동안은 두 형 곁에 있는데, 한 형은 유형을 떠날 거고 다른 한 형은 죽음의 문턱에 누워 있어요. 하지만 나는 곧 이 읍을 떠날 거예요,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요. 그러니 우리는 헤어지는 거예요, 여러분. 그러니 여기, 일류샤의 돌 곁에서 결코 잊지 않기로 약속해요, 첫째로 일류셰치카를, 그리고 둘째로 서로서로를요. 그리고 나중에 살면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설령 그 뒤로 스무 해 동안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우리가 그 가엾은 소년을 어떻게 묻었는지 기억해요, 전에는 우리가 그 애에게 돌을 던졌던, 기억하지요, 저기 작은 다리 곁에서요? 그런데 그다음에는 모두가 그토록 사랑하게 된 그 소년을요. 그 애는 훌륭한 소년이었어요, 착하고 용감한 소년이었고, 명예를 알았고 아버지가 당한 쓰라린 모욕을 느꼈고, 그 때문에 들고일어났어요. 그러니 첫째로 우리 평생 그 애를 기억해요, 여러분.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중요한 일에 매달리게 되든, 영예를 얻든, 무슨 큰 불행에 빠지든, 그래도 결코 잊지 말아요, 한번은 여기서 우리가 모두 함께, 이토록 좋고 착한 감정으로 하나가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를요, 그 감정은 우리가 그 가엾은 소년을 사랑한 이 시간 동안 우리를 어쩌면 실제의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내 비둘기들, 이렇게 부르게 해 줘요, 비둘기들이라고요,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착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분 모두가 그 예쁜 잿빛 새들을 꼭 닮았으니까요, 사랑하는 얘들아, 어쩌면 여러분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예요, 나는 자주 아주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기억해 두면 나중에 언젠가는 내 말에 동의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알아 둬요, 무언가 좋은 추억, 특히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집에서부터 간직해 온 추억보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더 높고, 더 강하고, 더 건강하고, 더 쓸모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많은 말을 듣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무언가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추억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좋은 교육일 거예요. 그런 추억을 많이 모아 삶으로 가지고 가면 사람은 평생 구원받아요. 그리고 좋은 추억이 단 하나만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언젠가 우리를 구원하는 데 쓰일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나중에 악해지기까지 하고, 나쁜 짓 앞에서 버틸 힘도 없게 되고, 사람의 눈물을 비웃고, 아까 콜랴가 '모든 사람을 위해 고통받고 싶어요' 하고 외쳤듯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악의에 차서 놀려 대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우리가 아무리 악해진다 해도, 하느님이 그런 일은 없게 해 주시길 빌지만, 우리가 일류샤를 어떻게 묻었는지, 마지막 며칠 동안 우리가 그 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지금 이 돌 곁에서 우리가 얼마나 다정하게, 얼마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를 떠올리기만 하면, 우리 가운데 가장 잔인하고 가장 비웃기 좋아하는 사람도,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된다 해도,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자기가 얼마나 착하고 좋았는지를 속으로 감히 비웃지는 못할 거예요! 그뿐이 아니에요. 어쩌면 바로 이 추억 하나가 그를 큰 악에서 붙잡아 줄 거고,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래, 나는 그때 착하고, 용감하고, 정직했어.' 속으로 피식 웃는다 해도 괜찮아요, 사람은 착하고 좋은 것을 자주 비웃지요, 그건 경솔해서일 뿐이에요, 하지만 여러분, 장담하는데, 피식 웃자마자 곧바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아니야, 내가 웃은 건 잘못이야, 이건 비웃을 일이 아니니까!'"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카라마조프, 나는 당신 말을 알아요, 카라마조프!" 콜랴가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소년들은 술렁이며 그들도 무언가 외치고 싶었지만, 감동하여 연설하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참았다.
"이건 우리가 나빠질까 봐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에요." 알료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왜 나빠지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첫째로, 무엇보다 먼저 착해지고, 그다음에 정직해지고, 그다음에는 서로를 결코 잊지 말아요. 이 말을 다시 되풀이할게요. 여러분, 내가 스스로 약속할게요. 나는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도 잊지 않을 거예요. 지금, 바로 지금 나를 바라보는 얼굴 하나하나를 서른 해가 지나도 떠올릴 거예요. 아까 콜랴가 카르타쇼프에게, 우리가 '카르타쇼프가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했지요. 하지만 카르타쇼프가 세상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가 트로이를 밝혀냈을 때처럼 얼굴을 붉히지 않고 그 훌륭하고 착하고 명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여러분,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모두 일류셰치카처럼 너그럽고 용감해져요, 콜랴처럼 똑똑하고 용감하고 너그러워져요(하지만 콜랴는 자라면 훨씬 더 똑똑해질 거예요), 그리고 카르타쇼프처럼 부끄럼을 타지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돼요. 그런데 내가 왜 그 두 사람 얘기만 하지요! 여러분 모두가 이제부터 나에게 사랑스러워요. 여러분 모두를 내 마음에 담을 테니, 여러분도 나를 여러분 마음에 담아 줘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 언제나, 평생 떠올릴 것이고 또 떠올리려 하는 이 착하고 좋은 감정으로 우리를 하나로 맺어 준 사람이 누구지요, 일류셰치카 말고 누구겠어요, 착한 소년, 사랑스러운 소년, 영원무궁토록 우리에게 소중한 소년이지요! 그러니 그 애를 결코 잊지 말아요, 우리 마음속에 그 애를 영원히, 좋게 기억해요, 이제부터 영원무궁토록!"
"그래요, 그래요, 영원히, 영원히." 소년들이 모두 감동한 얼굴로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애 얼굴도, 그 애 옷도, 그 애의 가엾은 작은 장화도, 그 애의 작은 관도, 그 애의 불행하고 죄 많은 아버지도, 그 애가 아버지를 위해 혼자 용감하게 반 아이들 모두와 맞서 들고일어난 일도 기억해요!"
"기억할게요, 기억할게요!" 소년들이 다시 소리쳤다. "그 애는 용감했어요, 그 애는 착했어요!"
"아, 나는 그 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요!" 콜랴가 외쳤다.
"아, 얘들아, 아, 사랑하는 친구들, 삶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무언가 착하고 참된 일을 하고 나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래요, 그래요." 소년들이 감격하여 되풀이했다.
"카라마조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아마 카르타쇼프인 듯한 목소리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이 외쳤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모두가 따라 외쳤다. 많은 아이들의 눈에 눈물방울이 반짝였다.
"카라마조프 만세!" 콜랴가 감격하여 외쳤다.
"그리고 죽은 소년에게 영원한 기억을!" 알료샤가 다시 감정을 담아 덧붙였다.
"영원한 기억을!" 소년들이 다시 따라 외쳤다.
"카라마조프!" 콜랴가 소리쳤다. "정말로 종교에서는 우리가 모두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 되살아나고, 다시 서로를, 그리고 모두를, 일류셰치카도 보게 된다고 말하나요?"
"꼭 일어날 거예요, 꼭 다시 볼 거고, 있었던 일을 모두 즐겁게, 기쁘게 서로 이야기할 거예요." 알료샤가 반은 웃으며, 반은 감격하여 대답했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콜랴에게서 말이 터져 나왔다.
"자, 이제 연설은 그만하고 그 애의 추도 식사에 가요. 블린을 먹는다고 당황하지 말아요. 그건 오래된, 영원한 일이고, 거기에는 좋은 것이 있어요." 알료샤가 웃었다. "자, 가요! 이제 우리는 이렇게 손에 손을 잡고 가는 거예요."
"그리고 영원히 이렇게, 평생 손에 손을 잡고! 카라마조프 만세!" 콜랴가 다시 한 번 열광하여 외쳤고, 다시 한 번 소년들이 모두 그 외침을 따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