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물 뿜는 고래 여인숙
박공지붕을 얹은 물 뿜는 고래 여인숙에 들어서면, 넓고 낮고 어수선하게 뻗은 현관이 나온다. 구식 징두리 벽판을 댄 현관은 폐선 처분을 받은 어느 낡은 배의 뱃전을 떠올리게 했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는데, 그을음이 속속들이 배고 어디 할 것 없이 망가져 있어서, 엇갈려 비치는 고르지 않은 빛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부지런히 연구하고 여러 차례 체계적으로 찾아가 보고 이웃들에게 꼼꼼히 물어보고 나서야 겨우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찌나 영문 모를 그늘과 그림자 덩어리였는지, 처음에는 뉴잉글랜드에 마녀들이 날뛰던 시절에 어느 야심만만한 젊은 화가가 마법에 걸린 혼돈을 그려 보려 애쓴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진지하게 바라보고 몇 번이고 거듭 곰곰이 생각한 끝에, 특히 현관 뒤쪽의 작은 창을 활짝 열어젖힌 끝에, 그런 생각이 아무리 엉뚱해도 아주 근거 없지는 않으리라는 결론에 마침내 이르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을 어리둥절하고 갈피를 못 잡게 하는 것은, 그림 한가운데 이름 모를 거품 속에 떠 있는 희미한 푸른 세로줄 세 개 위로 길고 낭창낭창하고 불길한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이 떠 있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질척하고 축축하고 철벅거리는 그림이라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미쳐 버릴 만했다. 그런데도 그 그림에는 어딘지 모호하고, 반쯤 이루어지다 만, 상상할 수 없는 숭고함 같은 것이 있어서, 보는 사람을 그 자리에 얼어붙게 했고, 마침내 그 놀라운 그림이 무슨 뜻인지 기어코 알아내겠다고 저도 모르게 스스로 맹세하게 만들었다. 이따금 밝지만, 아아, 그릇된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한밤의 폭풍 속 흑해다. 네 가지 원소가 벌이는 괴이한 싸움이다. 벼락 맞은 황야다. 북극 너머 땅의 겨울 풍경이다. 얼어붙은 시간의 강물이 갈라져 깨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공상은 그림 한가운데의 그 불길한 무언가 앞에 물러났다. 그것만 알아내면 나머지는 다 분명해졌다. 그런데 잠깐, 그것이 어렴풋이 거대한 물고기를 닮지 않았는가? 바로 그 거대한 리워야단을?
사실 화가의 의도는 이랬던 것 같다. 이것은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여러 노인의 의견을 모은 데에 얼마쯤 근거를 둔 나 나름의 최종 이론이다. 그림은 거대한 폭풍 속에 휘말린 혼곶 항로의 배를 그린 것이다. 반쯤 가라앉은 배가 거기서 뒹굴고 있고, 돛을 다 잃은 돛대 세 개만 보인다. 그리고 성난 고래 한 마리가 배를 훌쩍 뛰어넘으려다가 그 세 돛대 꼭대기에 제 몸을 꿰려는 엄청난 순간이다.
현관 맞은편 벽에는 괴물 같은 곤봉과 창이 이교도답게 빽빽이 걸려 있었다. 어떤 것에는 상아 톱처럼 생긴 반짝이는 이빨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어떤 것에는 사람 머리카락 뭉치가 술처럼 달려 있었다. 하나는 낫 모양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자루가 휘어 돌아간 모양이 팔이 긴 풀 베는 사람이 갓 벤 풀밭에 낸 반달 모양 자국 같았다. 그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몸서리쳤고, 대체 어떤 괴물 같은 식인종과 야만인이 이렇게 마구 찍어 대는 끔찍한 연장을 들고 죽음을 거두러 나갔을까 궁금해했다. 그것들 사이에는 녹슨 낡은 포경용 창과 작살이 섞여 있었는데, 모두 부러지고 일그러져 있었다. 어떤 것은 내력이 있는 무기였다. 한때 길었으나 지금은 마구 휘어 버린 이 창으로, 쉰 해 전 네이선 스웨인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고래 열다섯 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금은 꼭 코르크 마개뽑이처럼 생긴 저 작살은 자바 바다에서 던져졌는데, 고래가 그것을 꽂은 채 달아났다가 몇 해 뒤 블랑코곶 앞바다에서 죽임을 당했다. 처음 꽂힌 쇠는 꼬리 가까이로 들어갔다가, 사람 몸속을 떠도는 바늘처럼 꼬박 40피트를 여행하여 마침내 혹 속에 박힌 채 발견되었다.
이 어둑한 현관을 지나, 옛날에 사방에 벽난로가 딸린 커다란 중앙 굴뚝이었을 것이 틀림없는 곳을 뚫어 만든 저 낮은 아치 통로를 지나면 공용 휴게실로 들어선다. 여기는 한층 더 어둑하다. 머리 위에는 낮고 육중한 들보가 있고 발밑에는 쭈글쭈글한 낡은 널빤지가 깔려 있어서, 특히 모퉁이에 닻을 내린 이 낡은 방주가 몹시 흔들리는 이런 울부짖는 밤이면, 어느 낡은 배의 선실 바닥을 밟고 있는 것만 같다. 한쪽에는 길고 낮은 선반 같은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금 간 유리 상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넓은 세상의 가장 외진 구석구석에서 모아 온 먼지 쌓인 진기한 물건이 가득 들어 있었다. 방의 저쪽 구석에서 시커먼 굴 같은 것이 툭 튀어나와 있으니, 그게 술집 계산대다. 참고래 머리를 엉성하게 흉내 내 보려 한 것이다. 어쨌든 거기에는 고래 턱의 거대한 아치형 뼈가 서 있는데, 어찌나 넓은지 마차 한 대가 그 밑을 지나갈 수 있을 만하다. 그 안에는 허름한 선반들이 있고 그 둘레에 낡은 술병과 병과 휴대용 술병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순식간에 파멸로 삼키는 그 턱 안에서, 또 하나의 저주받은 요나처럼(실제로 사람들은 그를 그 이름으로 불렀다) 쪼그라든 작은 노인 하나가 바삐 움직이며 선원들에게 돈을 받고 섬망과 죽음을 비싸게 판다.
그가 독을 따라 주는 술잔은 고약하기 짝이 없다. 겉으로는 반듯한 원통형이지만, 안쪽은 그 악랄한 초록빛 퉁방울 유리가 밑으로 갈수록 교묘하게 좁아져 바닥이 사람을 속인다. 노상강도 같은 이 잔에는 경선처럼 나란한 줄이 유리에 투박하게 쪼아 새겨져 빙 둘러 있다. 이 금까지 채우면 1페니, 이 금까지는 1페니 더, 그렇게 가득 찬 잔까지 이어진다. 가득 찬 잔은 혼곶 한 잔이라고 하는데, 1실링이면 단숨에 들이켤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젊은 선원 여럿이 탁자에 둘러앉아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고래뼈 공예품, 곧 스크림섄더 견본 여러 점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주인을 찾아가 방 하나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은 집이 꽉 차서 빈 침대가 하나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잠깐," 주인이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덧붙였다. "작살잡이와 담요를 나눠 쓰는 건 싫지 않겠지? 고래잡이 떠나는 길인 것 같은데, 그런 일엔 미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요."
나는 한 침대에서 둘이 자는 것은 딱 질색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그 작살잡이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 있고, 그(주인)에게 정말 나를 들일 다른 자리가 없고 그 작살잡이가 아주 못 봐줄 사람만 아니라면, 이렇게 매서운 밤에 낯선 도시를 더 헤매느니 점잖은 사람의 담요 반쪽이라도 참고 쓰겠다고 했다.
"그럴 줄 알았지. 좋소, 앉으시오. 저녁? 저녁 드실 거요? 저녁은 곧 차려지오."
나는 낡은 나무 긴 의자에 앉았다. 배터리 공원의 벤치처럼 온통 칼자국 조각이 새겨진 의자였다. 한쪽 끝에서는 생각에 잠긴 뱃사람 하나가 주머니칼로 그 의자를 더 꾸미고 있었다. 그는 몸을 숙인 채 다리 사이의 자리를 부지런히 파고 있었다. 돛을 활짝 편 배를 새겨 보려는 중이었지만, 내가 보기에 그리 진척이 없었다.
마침내 우리 네댓 명이 옆방으로 불려 가 식사를 했다. 아이슬란드처럼 추웠다. 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주인 말이 불을 땔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음울한 수지 양초 두 자루가 전부였는데, 양초마다 촛농이 흘러내려 수의를 두르고 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짧은 선원 외투의 단추를 채우고, 반쯤 언 손가락으로 펄펄 끓는 차를 입술에 갖다 댔다. 그러나 음식은 더없이 실했다. 고기와 감자뿐 아니라 경단까지 나왔다. 세상에! 저녁에 경단이라니! 초록색 박스 코트를 입은 젊은이 하나가 이 경단에 아주 무시무시하게 덤벼들었다.
"이봐, 젊은이," 주인이 말했다. "그러다간 틀림없이, 꼭 가위눌릴 거요."
"주인장," 나는 속삭였다. "저 사람이 그 작살잡이는 아니겠지요?"
"아, 아니오." 그가 어딘지 악마처럼 우스운 얼굴로 말했다. "그 작살잡이는 얼굴이 시커먼 친구요. 경단은 절대 안 먹지. 그 친구는 스테이크만 먹는데, 덜 익힌 걸 좋아하오."
"이런 젠장, 그렇단 말이오." 내가 말했다. "그 작살잡이는 어디 있소? 여기 있소?"
"머잖아 올 거요."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 '얼굴이 시커먼' 작살잡이가 수상쩍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정말로 그와 같이 자게 된다면, 그가 나보다 먼저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술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남은 저녁 시간을 구경꾼으로 보내기로 했다.
곧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났다. 주인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램퍼스호 선원들이오. 오늘 아침에 앞바다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소. 삼 년 항해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지. 만세, 얘들아. 이제 피지 제도의 최신 소식을 듣겠구먼."
현관에서 바다 장화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활짝 열리고 거친 뱃사람 한 패가 우르르 굴러 들어왔다. 덥수룩한 당직 외투를 뒤집어쓰고, 온통 기운 자국투성이에 너덜너덜한 털목도리로 머리를 감싸고, 수염에는 고드름이 뻣뻣하게 달려 있어서, 래브라도에서 곰 떼가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그들은 방금 보트에서 내렸고, 이 집이 처음 들어온 집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고래의 입, 곧 술집 계산대로 곧장 물길을 내며 나아간 것도, 거기서 일을 보는 쪼그라든 작은 늙은 요나가 금세 모두에게 넘치도록 잔을 채워 준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나가 머리가 무겁도록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고 투덜대자, 요나는 진과 당밀을 섞어 송진처럼 끈적한 물약을 만들어 주며, 아무리 오래 앓았든, 래브라도 앞바다에서 걸렸든 빙산의 바람 불어오는 쪽에서 걸렸든, 어떤 감기와 코감기에도 그만한 명약이 없다고 맹세했다.
술은 곧 그들의 머리로 올라갔다. 바다에서 막 뭍에 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지독한 술꾼이라도 대개 그러기 마련이다. 그들은 몹시 시끄럽게 껑충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자기의 굳은 얼굴로 동료들의 흥을 깨고 싶지는 않은 듯했지만, 대체로 다른 사람들처럼 떠들지는 않았다. 이 사람이 곧바로 내 관심을 끌었다. 바다의 신들은 그가 곧 나의 동료 선원이 되도록 정해 두었으므로(이 이야기에 관한 한, 함께 자기만 한 동무에 지나지 않지만), 여기서 그를 조금 묘사해 보겠다. 그는 키가 꼬박 6피트였고, 어깨가 훌륭했으며, 가슴은 물막이 둑처럼 넓었다. 그렇게 근육이 우람한 사람은 좀처럼 본 적이 없었다. 얼굴은 짙은 갈색으로 깊이 그을려 있어서 흰 이가 대조로 눈부셨다. 그의 눈 깊은 그늘 속에는 그에게 그다지 기쁨을 주지 않는 듯한 기억들이 떠 있었다. 목소리를 듣자 곧 남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훤칠한 키로 보아 버지니아의 앨러게니산맥에서 온 키 큰 산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 같았다. 동료들의 흥청거림이 절정에 이르자 이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갔고, 나는 그가 바다에서 나의 동료가 될 때까지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러나 몇 분도 안 되어 동료들이 그가 없어진 것을 알아챘다. 무슨 까닭인지 그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있었던 모양으로, 그들은 "벌킹턴! 벌킹턴! 벌킹턴 어디 갔어?" 하고 외치며 그를 찾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아홉 시쯤이었고, 그 난장판이 지나간 뒤라 방이 거의 초자연스러울 만큼 조용해 보였으므로, 나는 선원들이 들어오기 바로 전에 떠오른 작은 계획 하나를 두고 스스로를 축하하기 시작했다.
한 침대에서 둘이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친형제와도 같이 자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잠잘 때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 게다가 낯선 도시의 낯선 여관에서 모르는 낯선 사람과, 그것도 그 낯선 사람이 작살잡이인데 함께 자야 한다면, 싫은 이유는 한없이 불어난다. 또 내가 선원이라고 해서 다른 누구보다 남과 한 침대에서 자야 할 까닭도 세상에 없었다. 선원들이 바다에서 한 침대에 둘씩 자지 않는 것은 총각 임금들이 뭍에서 그러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선원들은 모두 한방에서 자지만, 저마다 자기 해먹이 있고, 자기 담요를 덮고, 자기 살갗 속에서 잔다.
이 작살잡이를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와 같이 잔다는 생각이 더 끔찍해졌다. 작살잡이이니 그의 아마포 옷이든 털옷이든 그다지 깔끔하지는 않을 것이고 고급일 리는 더더욱 없다고 짐작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는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밤이 깊어 가고 있었으니, 점잖은 작살잡이라면 이제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였다. 그런데 그가 한밤중에 내 위로 굴러떨어지듯 들어온다면, 그가 어떤 더러운 구멍에서 나왔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주인장! 그 작살잡이 일은 생각이 바뀌었소. 그 사람하고는 안 자겠소. 여기 이 긴 의자에서 자 보겠소."
"좋으실 대로. 매트리스 대신 깔 식탁보 하나 내드릴 형편이 못 돼서 미안하구려. 여긴 지독하게 거친 널빤지인데." 그는 옹이와 칼자국을 더듬어 보며 말했다. "그런데 잠깐만, 스크림섄더 양반. 술집에 목수 대패가 하나 있소. 잠깐 기다려 보시오, 아늑하게 만들어 드리리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대패를 가져오더니, 먼저 낡은 비단 손수건으로 의자의 먼지를 털고는 원숭이처럼 히죽거리며 내 침대를 힘차게 대패질하기 시작했다. 대팻밥이 좌우로 날렸다. 그러다 마침내 대팻날이 도무지 깎이지 않는 옹이에 탁 부딪쳤다. 주인은 손목을 삘 뻔했고, 나는 제발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 정도면 내게는 충분히 부드러운 침대이고, 세상의 대패질을 다 동원한들 소나무 널빤지를 오리털로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 번 히죽 웃으며 대팻밥을 그러모아 방 한가운데의 커다란 난로에 던져 넣고 제 볼일을 보러 갔고,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남겨졌다.
이제 의자의 길이를 재 보니 한 자가 모자랐다. 그것은 의자 하나를 덧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폭도 한 자가 좁았고, 방에 있는 다른 긴 의자는 대패질한 것보다 4인치쯤 높았으므로 둘을 이어 붙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의자를 벽에 붙은 유일한 빈자리에 길게 놓고, 벽과의 사이에 등을 붙이고 누울 만큼 조금 틈을 두었다. 그러나 곧 창문 문턱 밑에서 찬바람이 어찌나 세게 몰려드는지 이 계획은 도무지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덜컹거리는 문에서 들어오는 또 다른 바람이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과 만나, 둘이 함께 내가 밤을 보내려던 자리 바로 근처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을 줄줄이 일으켰다.
악마나 그 작살잡이를 잡아가라,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내가 그 친구보다 한발 앞설 수는 없을까? 안에서 그의 방문에 빗장을 지르고 그의 침대로 뛰어들면, 아무리 사납게 문을 두드려도 깨지 않을 텐데.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고 그만두었다. 이튿날 아침 내가 방에서 튀어나오자마자 그 작살잡이가 나를 때려눕힐 채비를 하고 현관에 서 있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래도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남의 침대가 아니고서는 견딜 만한 밤을 보낼 길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결국 이 모르는 작살잡이에게 근거 없는 편견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좀 기다려 보자, 하고 생각했다. 머잖아 들어오겠지. 그때 잘 살펴보면 되고, 어쩌면 우리는 결국 아주 사이좋은 잠자리 동무가 될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다른 하숙인들은 하나씩, 둘씩, 셋씩 계속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나의 작살잡이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주인장!"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은 대체 어떤 친구요? 늘 이렇게 늦게 다니오?" 이제 거의 열두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주인은 또다시 메마르게 킬킬거렸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무언가가 몹시 우스운 듯했다. "아니오." 그가 대답했다. "보통은 일찍 일어나는 새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 그렇소, 벌레를 잡는 바로 그 새요. 그런데 오늘 밤엔 보다시피 행상을 나갔는데, 뭣 때문에 이렇게 늦는지 모르겠구려. 혹시 머리를 못 팔고 있는 거라면 몰라도."
"머리를 못 팔다니? 지금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는 거요?" 나는 불같이 화를 냈다. "주인장, 그러니까 그 작살잡이가 이 축복받은 토요일 밤에, 아니 일요일 새벽에, 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제 머리를 팔고 있다는 말이오?"
"바로 그렇소." 주인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선 못 판다고 했지. 시장에 물건이 넘쳐 난다고."
"무슨 물건이?" 나는 소리쳤다.
"그야 머리지. 세상에 머리가 너무 많지 않소?"
"이것 보시오, 주인장." 나는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나한테 그런 허풍은 그만 늘어놓는 게 좋을 거요. 나는 풋내기가 아니오."
"아닐지도 모르지." 그는 나무 막대를 꺼내 이쑤시개를 깎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작살잡이가 댁이 제 머리를 헐뜯는 소리를 들었다간, 댁은 아마 노릇노릇 구워질 거요."
"그놈 머리를 내가 박살 내 주겠소." 나는 주인의 이 영문 모를 횡설수설에 다시 울화가 치밀어 말했다.
"벌써 박살 났소." 그가 말했다.
"박살 났다고?" 내가 말했다. "빈털터리가 됐다는 말이오?"
"암, 그러니까 못 파는 거지, 아마."
"주인장." 나는 눈보라 속의 헤클라 산처럼 차분하게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주인장, 칼질 좀 그만하시오. 당신과 나는 서로 똑똑히 알아들어야겠소. 그것도 지금 당장. 나는 당신 집에 와서 침대를 달라고 하오. 당신은 침대 반쪽밖에 줄 수 없고, 나머지 반쪽은 어느 작살잡이 것이라고 하오. 그리고 내가 아직 보지도 못한 그 작살잡이에 관해, 당신은 내 잠자리 동무로 정해 둔 그 사람에게 내가 불편한 마음을 품게 만들 만한, 더없이 알쏭달쏭하고 약 오르는 이야기만 줄곧 늘어놓고 있소. 주인장, 잠자리 동무란 더없이 친밀하고 은밀한 사이요. 이제 분명히 말해 주기를 요구하오. 이 작살잡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내가 그와 밤을 보내도 모든 면에서 안전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머리를 판다는 그 이야기를 거둬 주시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작살잡이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라는 확실한 증거이고, 나는 미친 사람과 잘 생각이 조금도 없소. 그리고 선생, 당신, 그러니까 주인장, 당신 말이오, 선생은 그걸 알면서도 나를 그렇게 하도록 꾀니, 그로써 형사 소추를 당할 수도 있소."
"거참," 주인이 길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따금 조금씩 성질을 부리는 친구치고는 꽤 긴 설교로구먼. 그래도 진정하시오, 진정해. 내가 말한 이 작살잡이는 남양에서 막 돌아왔는데, 거기서 방부 처리한 뉴질랜드 사람 머리를 잔뜩 사 왔소(대단한 골동품이지, 알다시피). 그걸 하나만 빼고 다 팔았는데, 그 하나를 오늘 밤에 팔려는 거요. 내일이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교회에 가는 날 거리에서 사람 머리를 팔고 다니면 곤란하니까. 지난 일요일에도 그러려고 했는데, 머리 네 개를 끈에 꿰어 들고 문을 나서는 걸 내가 막았소. 영락없이 양파 꿰미 같더구먼."
이 설명으로 하마터면 영문 모를 수수께끼로 남을 뻔한 일이 풀렸고, 결국 주인에게 나를 놀릴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토요일 밤에 나가 거룩한 안식일 깊숙이까지 들어오지 않고 죽은 우상숭배자들의 머리를 파는 식인종 같은 장사를 하는 작살잡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틀림없소, 주인장. 그 작살잡이는 위험한 사람이오."
"돈은 꼬박꼬박 내지." 그런 대꾸가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지독하게 늦었으니 이제 꼬리지느러미를 뒤집고 잠수할 때요. 좋은 침대요. 우리 샐하고 내가 혼례 올린 날 밤에 그 침대에서 잤지. 그 침대라면 둘이 발길질을 해 대도 자리가 넉넉하오. 어마어마하게 큰 침대거든. 아, 우리가 그 침대를 내놓기 전에는 샐이 우리 샘하고 꼬마 조니를 발치에 재우곤 했소. 그런데 어느 날 밤 내가 꿈을 꾸면서 팔다리를 쩍 벌리는 바람에 샘이 어쩌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팔이 부러질 뻔했지. 그 뒤로 샐이 그러면 안 되겠다고 하더구먼. 이리 오시오, 금방 불을 밝혀 드리리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초에 불을 붙여 내게 내밀고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결정을 못 하고 서 있자, 그는 구석의 시계를 보더니 외쳤다. "맹세코, 일요일이 됐구먼. 오늘 밤엔 그 작살잡이를 못 볼 거요. 어디선가 닻을 내렸겠지. 자, 그러니 갑시다. 어서 오시오. 안 오실 거요?"
나는 잠깐 생각해 보았고, 이윽고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조개처럼 차가운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과연 엄청나게 큰 침대가 놓여 있었다. 정말이지 작살잡이 넷이 나란히 누워 자도 될 만한 크기였다.
"자," 주인이 세면대 겸 탁자로 쓰는 다 망가져 가는 낡은 선원용 궤짝 위에 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제 편히 쉬시오. 잘 자구려." 침대를 살펴보다가 돌아서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조각 이불을 젖히고 침대 위로 몸을 숙였다. 아주 근사하지는 않았지만 꼼꼼히 살펴보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다음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 틀과 탁자 말고 이 방에 딸린 가구라고는 엉성한 선반 하나, 네 벽, 그리고 고래를 찌르는 사람을 그린 종이를 바른 벽난로 가리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방에 원래 딸리지 않은 물건으로는 한쪽 구석 바닥에 둘둘 말아 묶어 던져 둔 해먹이 있었고, 커다란 선원용 자루도 하나 있었는데, 틀림없이 작살잡이가 뭍사람의 여행 가방 대신 옷가지를 넣어 두는 자루였다. 그리고 벽난로 위 선반에는 이상한 뼈로 만든 낚싯바늘 한 묶음이 있었고, 침대 머리맡에는 키 큰 작살 하나가 서 있었다.
그런데 궤짝 위에 있는 이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불빛 가까이 대 보고,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 보며 그것에 관해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으려고 온갖 수를 다 써 보았다. 커다란 현관 깔개 말고는 견줄 것이 없었다. 가장자리에는 짤랑거리는 작은 장식 술이 달려 있었는데, 인디언의 모카신 둘레에 단 물들인 고슴도치 가시 같은 것이었다. 깔개 한가운데에는 남아메리카 판초에서 보듯 구멍인지 틈인지가 하나 나 있었다. 그러나 정신이 멀쩡한 작살잡이가 현관 깔개를 뒤집어쓰고 기독교 도시의 거리를 그런 차림으로 활보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시험 삼아 걸쳐 보았더니, 유난히 털이 덥수룩하고 두꺼워서 커다란 바구니처럼 나를 짓눌렀고, 이 수수께끼 같은 작살잡이가 비 오는 날 입고 다녔던 것처럼 조금 축축한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입은 채 벽에 붙은 거울 조각 앞으로 다가갔는데, 평생 그런 꼴은 처음 보았다. 어찌나 허겁지겁 그것을 벗어 던졌던지 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머리를 파는 이 작살잡이와 그의 현관 깔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침대 가에서 한참 생각한 뒤, 일어나서 짧은 선원 외투를 벗고는 방 한가운데에 서서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웃옷을 벗고 셔츠 바람으로 조금 더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반쯤 옷을 벗고 있자니 이제 몹시 추워지기 시작했고, 밤이 이렇게 깊었으니 작살잡이가 오늘 밤에는 아예 안 들어올 거라던 주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더 꾸물대지 않고 바지와 장화를 훌훌 벗어 던진 다음, 불을 끄고 침대로 굴러 들어가 하늘의 보살핌에 몸을 맡겼다.
그 매트리스에 옥수수 속대를 채웠는지 깨진 그릇을 채웠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한참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얕은 졸음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꿈나라를 향해 거의 먼바다까지 나가 있었을 때, 복도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리고 문 밑으로 희미한 불빛이 방 안에 비쳐 드는 것이 보였다.
주여, 살려 주소서,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작살잡이, 그 지옥 같은 머리 장수가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꼼짝 않고 누워서 그가 말을 걸기 전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낯선 사람은 한 손에 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바로 그 뉴질랜드 머리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침대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내게서 한참 떨어진 구석 바닥에 초를 내려놓더니, 앞서 말한 방 안의 커다란 자루의 매듭진 끈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 안달했지만, 그는 자루 아가리를 푸는 동안 한참이나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을 마치자 그가 돌아섰는데, 세상에! 그런 광경이라니! 그런 얼굴이라니! 검붉은 보랏빛이 도는 누런 얼굴에 여기저기 거무스름한 커다란 네모가 붙어 있었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았다. 끔찍한 잠자리 동무다. 싸움을 하다가 지독하게 베여서 지금 막 의사한테서 오는 길이다. 그런데 그때 그가 마침 얼굴을 불빛 쪽으로 돌렸고, 나는 그의 뺨에 있는 그 검은 네모들이 반창고일 리가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무언지 모를 얼룩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곧 진실의 실마리가 떠올랐다. 식인종들 사이에 떨어져 그들에게 문신을 당한 백인, 그것도 포경선원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이 작살잡이도 먼 항해를 하다가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게 결국 뭐 어떻단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사람은 어떤 살갗을 하고 있든 정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피부색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문신 네모들 둘레에 있고, 네모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 말이다. 물론 열대의 햇볕에 잘 그을린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이 백인을 보랏빛 도는 누런 사람으로 그을렸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남양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곳 햇볕은 살갗에 이런 놀라운 조화를 부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모든 생각이 번개처럼 나를 스쳐 가는 동안, 이 작살잡이는 나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애를 써서 자루를 연 다음 그 속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곧 손도끼 같은 것 하나와 털이 붙은 바다표범 가죽 지갑 하나를 꺼냈다. 그것들을 방 한가운데의 낡은 궤짝 위에 올려놓고, 이번에는 그 뉴질랜드 머리를 집어 들더니(정말 섬뜩한 물건이었다) 자루 속에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모자를 벗었는데, 새 비버 모자였다. 그때 나는 또 한 번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의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적어도 머리카락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고, 이마 위에 작은 상투 매듭 하나가 꼬여 있을 뿐이었다. 보랏빛 도는 그의 대머리는 이제 영락없이 곰팡이 핀 해골 같았다. 그 낯선 사람이 나와 문 사이에 서 있지 않았다면, 나는 저녁밥을 먹어 치울 때보다 더 빨리 문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막혀 있었는데도 나는 창으로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을 조금 했지만, 그 방은 이 층 뒤쪽이었다. 나는 겁쟁이가 아니다. 그러나 머리를 파는 이 보랏빛 악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도무지 내 이해를 넘어섰다. 무지는 두려움의 어버이다. 나는 이 낯선 사람 앞에서 완전히 갈피를 잃고 어리둥절해 있었으니, 고백하건대 이제 그가 한밤중에 내 방에 쳐들어온 악마 그 자체라도 되는 것처럼 두려웠다. 사실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때는 그에게 말을 걸어 그에게서 영문 모를 것으로 보이는 점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요구할 배짱이 없었다.
그동안 그는 옷 벗는 일을 계속하더니 마침내 가슴과 팔을 드러냈다. 맹세코, 그의 몸에서 가려져 있던 이 부분도 얼굴과 똑같은 네모로 바둑판처럼 덮여 있었다. 등도 온통 똑같은 검은 네모투성이였다. 삼십 년 전쟁에 나갔다가 반창고 셔츠를 입은 채 막 빠져나온 사람 같았다. 그뿐 아니라 다리에까지 무늬가 있었는데, 짙은 초록색 개구리 떼가 어린 야자나무 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제 그가 남양에서 포경선에 올라 이렇게 기독교 나라에 내린 지독한 야만인임이 아주 분명해졌다. 그 생각을 하니 몸이 떨렸다. 게다가 머리 장수였다. 어쩌면 제 형제들의 머리를 팔았는지도 모른다. 내 머리에 마음이 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저 손도끼를 보라!
그러나 몸서리칠 틈도 없었다. 이제 그 야만인이 내 관심을 완전히 사로잡는 일을 시작했고, 그 일을 보고 나는 그가 정말 이교도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앞서 의자에 걸어 둔 두꺼운 선원 외투, 혹은 덧옷, 혹은 비바람막이 외투로 가서 주머니를 뒤지더니, 마침내 등에 혹이 달린 기묘하고 작은 일그러진 형상 하나를 꺼냈다. 색깔은 태어난 지 사흘 된 콩고 아기와 꼭 같았다. 방부 처리한 머리가 떠올라, 처음에는 이 검은 꼬마 인형이 그렇게 보존한 진짜 아기인가 생각할 뻔했다. 그러나 전혀 낭창거리지 않고 윤을 낸 흑단처럼 번들거리는 것을 보고 나무로 만든 우상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결론 내렸는데, 실제로 그랬다. 이제 그 야만인은 빈 벽난로로 다가가 종이를 바른 벽난로 가리개를 치우더니, 이 작은 꼽추 형상을 볼링 핀처럼 쇠 받침 사이에 세운다. 벽난로 양옆 기둥과 안쪽 벽돌이 모두 그을음투성이였으므로, 나는 이 벽난로가 그의 콩고 우상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작은 사당이나 예배당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내심 몹시 불안한 채로, 반쯤 가려진 형상 쪽으로 눈을 바짝 찡그리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았다. 먼저 그는 외투 주머니에서 대팻밥을 두 줌쯤 꺼내 우상 앞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그다음 그 위에 선원용 비스킷 한 조각을 올려놓고 등잔불을 갖다 대어 대팻밥에 제물을 태우는 불길을 지폈다. 곧 그는 불 속으로 몇 번이고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가 더 다급하게 손가락을 빼내더니(손가락을 지독하게 데는 것 같았다), 마침내 비스킷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열기와 재를 조금 불어 내고 그것을 작은 흑인 인형에게 공손하게 바쳤다. 그러나 그 작은 악마는 그런 메마른 음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술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기묘한 짓에는 신자가 내는 더 기묘한 목구멍 소리가 따랐는데, 그는 노래하듯 기도를 하거나 아니면 무슨 이교의 찬송가를 부르는 것 같았고, 그동안 그의 얼굴은 더없이 부자연스럽게 씰룩거렸다. 마침내 그는 불을 끄더니 아무렇게나 우상을 집어 들고, 사냥꾼이 죽은 멧도요를 자루에 넣듯 무심하게 다시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이 모든 괴상한 절차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 그리고 이제 그가 볼일을 마치고 내 침대로 뛰어들 기색을 강하게 보이자, 불이 꺼지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안 된다는 마음으로, 그토록 오래 나를 얽어매고 있던 주문을 깨뜨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할지 궁리하며 보낸 그 짧은 틈이 치명적이었다. 그는 탁자에서 손도끼를 집어 들고 잠깐 그 머리를 살펴보더니, 그것을 불빛에 대고 자루 끝을 입에 문 채 담배 연기를 뭉게뭉게 뿜어냈다. 다음 순간 불이 꺼지고, 이 거친 식인종이 손도끼를 이에 문 채 내 침대로 뛰어들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놀라서 갑자기 끙 소리를 내더니 나를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를 소리를 더듬더듬 내뱉으며 그에게서 벽 쪽으로 굴러 피했고, 그가 누구든 무엇이든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고, 내가 일어나 다시 등잔불을 켤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 나오는 그의 대답을 듣자, 그가 내 말뜻을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너 누구냐, 귀신이냐?" 그가 마침내 말했다. "너 말 안 한다, 젠장, 나 죽인다." 그러면서 불붙은 손도끼를 어둠 속에서 내 둘레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주인장, 제발, 피터 코핀!" 나는 고함을 질렀다. "주인장! 순찰대! 코핀! 천사들이여! 살려 주시오!"
"말한다! 너 누군지 나한테 말한다, 아니면 젠장, 나 죽인다!" 식인종은 다시 으르렁거렸고, 그가 손도끼를 끔찍하게 휘두르는 바람에 뜨거운 담뱃재가 내 둘레에 흩뿌려져 셔츠에 불이 붙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때 주인이 불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고, 나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달려갔다.
"이제 겁낼 거 없소." 그가 또 히죽 웃으며 말했다. "여기 퀴퀘그는 댁의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게 하지 않을 거요."
"그 히죽거리는 짓 좀 그만두시오!" 나는 소리쳤다. "그 지옥 같은 작살잡이가 식인종이라고 왜 말하지 않았소?"
"아는 줄 알았지. 그 친구가 머리를 팔러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하지 않았소? 그건 그렇고 다시 꼬리지느러미를 뒤집고 잠이나 주무시오. 퀴퀘그, 이것 봐. 너 나 안다, 나 안다. 너 이 사람 같이 잔다. 알겠지?"
"나 많이 안다." 퀴퀘그가 침대에 일어나 앉아 파이프를 뻐끔뻐끔 빨며 끙 하고 대답했다.
"너 들어온다." 그는 손도끼로 내게 손짓하고 이불을 한쪽으로 젖히며 덧붙였다. 그는 정말로 정중할 뿐 아니라 참으로 친절하고 너그럽게 그렇게 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문신투성이였지만 대체로 깨끗하고 잘생긴 식인종이었다. 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법석을 떨었단 말인가, 하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다. 내가 저 사람을 무서워할 까닭이 있는 만큼 저 사람도 나를 무서워할 까닭이 있다. 술 취한 기독교인보다 술 안 취한 식인종과 자는 편이 낫다.
"주인장," 내가 말했다. "저 사람한테 손도끼인지 파이프인지 뭐라고 부르든 그걸 저기 치워 두라고 하시오. 한마디로 담배를 그만 피우라고 하면 같이 자겠소. 하지만 침대에서 나랑 같이 담배 피우는 사람은 싫소. 위험하니까. 게다가 나는 보험도 안 들었소."
이 말을 전해 듣자 퀴퀘그는 곧 그대로 따랐고, 다시 공손하게 내게 침대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한쪽으로 몸을 굴렸다. 마치 "나 너 다리 하나 안 건드린다" 하고 말하는 듯이.
"잘 자시오, 주인장." 내가 말했다. "가 봐도 좋소."
나는 잠자리에 들었고, 평생 그렇게 잘 자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