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뒷갑판
(에이해브 등장. 이어서 모두.)
파이프 사건이 있고 나서 그리 오래지 않은 어느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얼마 안 되어 에이해브는 늘 하던 대로 선장실 계단을 올라 갑판으로 나왔다. 시골 신사들이 같은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몇 바퀴 거닐듯이, 대부분의 선장은 그 시각이면 대개 거기를 거닌다.
이내 한결같은 고래뼈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늘 돌던 길을 오가며 거닐었다. 그의 걸음에 너무도 낯익은 갑판 널빤지들은 지질학의 돌처럼 그의 걸음이 남긴 독특한 자국으로 온통 움푹움푹 패어 있었다. 그리고 그대가 주름지고 움푹 팬 그의 이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면, 거기서도 그대는 그보다 더 이상한 발자국을 보았으리라. 잠들지 않고 끊임없이 서성이는 그의 단 하나의 생각이 남긴 발자국을.
그러나 그날따라 그 자국들은 더 깊어 보였다. 그날 아침 그의 신경질적인 걸음이 더 깊은 자국을 남겼듯이. 그리고 에이해브는 생각에 너무도 꽉 차 있어서, 한 번은 큰돛대에서, 한 번은 나침반 함에서 그가 똑같이 몸을 돌릴 때마다, 그가 돌 때 그 생각도 그의 안에서 돌고, 그가 걸을 때 그 생각도 그의 안에서 걷는 것이 거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실로 그 생각은 그를 너무도 완전히 사로잡아서,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든 움직임의 안쪽 거푸집처럼까지 보였다.
"저 양반 좀 봐, 플래스크?" 스터브가 속삭였다. "저 안에 든 병아리가 껍데기를 쪼고 있어. 곧 나올 거야."
시간이 흘렀다. 에이해브는 이제 선장실에 틀어박혔다가, 이윽고 다시 갑판을 서성였다. 얼굴에는 똑같이 지독하고 고집스러운 목적의식이 서려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갔다. 갑자기 그는 뱃전 곁에 걸음을 멈추고, 고래뼈 다리를 거기 뚫린 송곳 구멍에 끼우고 한 손으로 돛대줄을 움켜쥔 채, 모두를 고물로 불러 모으라고 스타벅에게 명령했다.
"선장님!" 일등 항해사가 말했다. 무언가 비상한 경우가 아니면 배에서 좀처럼, 아니 결코 내리지 않는 명령에 놀란 것이다.
"모두 고물로 불러 모아라." 에이해브가 되풀이했다. "거기 돛대 꼭대기! 내려와라!"
배의 선원들이 모두 모여, 호기심 어리고 아주 걱정이 없지만은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폭풍이 일어날 무렵 바람 불어오는 쪽 수평선과 그가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에이해브는 뱃전 너머를 재빨리 한 번 훑어보고 선원들 사이로 눈길을 날린 다음,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여, 마치 곁에 사람 하나 없다는 듯이 다시 갑판 위를 무겁게 돌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모자를 반쯤 눌러쓴 채, 선원들 사이에서 이상하다는 듯 수군대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계속 서성였다. 그러다 마침내 스터브가 에이해브가 걷기 재주를 구경시키려고 자기들을 불러 모은 게 틀림없다고 플래스크에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거칠게 걸음을 멈추고 외쳤다.
"고래를 보면 너희는 어떻게 하느냐, 얘들아?"
"소리쳐 알립니다!" 스무 명의 목소리가 한데 뭉쳐 대뜸 대답했다.
"좋다!" 에이해브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나운 흡족함이 서려 있었다. 뜻밖의 질문이 자석처럼 그들을 끌어당겨 신명 나게 들뜨게 만든 것을 그는 지켜보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 얘들아?"
"보트를 내리고 놈을 쫓습니다!"
"그때 너희는 무슨 가락에 맞추어 노를 젓느냐, 얘들아?"
"죽은 고래 아니면 박살 난 보트!"
외침이 터질 때마다 노인의 얼굴은 점점 더 이상하게, 점점 더 사납게 기뻐하고 흡족해했다. 그동안 선원들은 겉보기에 아무 목적도 없는 이런 질문에 자기들이 어째서 이토록 흥분하게 되었는지 의아해하듯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모두 잔뜩 몸이 달았다. 에이해브가 이제 축 구멍 속에서 반쯤 몸을 돌리며 한 손을 돛대줄 높이 뻗어 그것을 단단히, 거의 경련하듯 움켜쥐고 이렇게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너희 돛대 꼭대기 당직들은 모두 내가 흰 고래에 관해 명령하는 것을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보아라! 이 스페인 온스 금화가 보이느냐?" 그는 넓적하고 반짝이는 동전 하나를 해를 향해 치켜들었다. "이건 16달러짜리 금화다, 얘들아. 보이느냐? 스타벅, 저기 쇠메를 이리 다오."
일등 항해사가 망치를 가지러 간 사이, 에이해브는 말없이 그 금화를 웃옷 자락에 천천히 문질렀다. 광을 더 내려는 듯이. 그리고 아무 말도 쓰지 않고 그동안 혼자 나직이 콧노래를 불렀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이상하게 먹먹하고 또렷하지 않은지 그의 안에서 그의 생명력의 바퀴들이 기계처럼 웅웅거리는 소리 같았다.
스타벅에게서 쇠메를 받아 든 그는 한 손에 망치를 치켜들고 다른 손으로 금화를 내보이며 큰돛대 쪽으로 다가가, 높이 치켜올린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마에 주름이 지고 턱이 비뚤어진 머리 흰 고래를 찾아내는 자, 너희 가운데 누구든 우현 꼬리지느러미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그 머리 흰 고래를 찾아내는 자, 보아라, 너희 가운데 누구든 바로 그 흰 고래를 찾아내는 자는 이 온스 금화를 가지리라, 얘들아!"
"만세! 만세!" 선원들은 방수모를 흔들며 금화를 돛대에 못 박는 일을 환호로 맞았다.
"흰 고래란 말이다." 에이해브가 쇠메를 내던지며 말을 이었다. "흰 고래다. 눈을 부릅뜨고 놈을 찾아라, 얘들아. 흰 물보라를 매섭게 살펴라. 물거품 하나라도 보이거든 소리쳐라."
그러는 내내 태시테고와 다구와 퀴퀘그는 다른 이들보다 더 골똘한 관심과 놀라움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름진 이마와 비뚤어진 턱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은 저마다 따로 무언가 특정한 기억에 건드려지기라도 한 듯 흠칫 놀랐다.
"에이해브 선장님," 태시테고가 말했다. "그 흰 고래는 사람들이 모비 딕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놈이 틀림없습니다."
"모비 딕?" 에이해브가 고함쳤다. "그러면 네가 그 흰 고래를 아느냐, 태시?"
"그놈이 잠수하기 전에 꼬리를 좀 이상하게 부채처럼 펼칩니까, 선장님?" 게이헤드 사내가 신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놈 물줄기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구가 말했다. "향유고래 놈치고도 아주 덤불처럼 퍼지고, 엄청나게 빠르지 않습니까, 에이해브 선장님?"
"그리고 놈 하나, 둘, 셋, 오! 많은 쇠 가죽에 박혔다, 선장." 퀴퀘그가 더듬더듬 외쳤다. "전부 꼬불꼬불 꼬였다, 그거처럼, 그거……" 그는 낱말을 찾느라 몹시 더듬거리며 병마개를 따듯이 손을 빙빙 비틀었다. "그거처럼, 그거……"
"코르크 따개!" 에이해브가 외쳤다. "그래, 퀴퀘그, 놈의 몸에는 작살들이 온통 비틀리고 꼬인 채 박혀 있다. 그래, 다구, 놈의 물줄기는 크다. 밀 한 단을 통째로 세워 놓은 것 같고, 해마다 하는 큰 양털 깎기를 마친 뒤 쌓아 놓은 우리 낸터킷 양털 더미처럼 희다. 그래, 태시테고, 놈은 돌풍 속에서 찢어진 삼각돛처럼 꼬리를 펼친다. 죽음과 악마에 걸고! 얘들아, 너희가 본 것은 모비 딕이다. 모비 딕이다, 모비 딕이다!"
"에이해브 선장님." 스타벅이 말했다. 그는 스터브와 플래스크와 함께 이제껏 점점 더 놀라며 윗사람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그 모든 의아함을 얼마쯤 설명해 주는 생각 하나가 떠오른 듯했다. "에이해브 선장님, 저도 모비 딕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장님의 다리를 앗아 간 것이 모비 딕은 아니었겠지요?"
"누가 너에게 그 말을 했느냐?" 에이해브가 외치더니,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래, 스타벅. 그래, 여기 둘러선 내 용감한 친구들아. 나를 돛대 꺾인 배로 만든 것은 모비 딕이었다. 지금 내가 딛고 선 이 죽은 그루터기로 나를 만든 것은 모비 딕이었다. 그래, 그래." 그는 심장을 맞은 큰사슴처럼 무시무시하고 요란한 짐승의 울음을 터뜨리며 고함쳤다. "그래, 그래! 나를 밀어 넘어뜨린 것은 그 저주받은 흰 고래였다. 나를 영영 나무다리나 딛고 다니는 가엾은 굼벵이로 만든 것은!" 그러고는 두 팔을 내던지듯 휘두르며 끝없는 저주를 퍼붓고 외쳤다. "그래, 그래! 그리고 나는 놈을 포기하기 전에 희망봉을 돌고, 혼곶을 돌고, 노르웨이의 큰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 불을 돌아서라도 놈을 쫓으리라. 그리고 너희가 배에 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얘들아! 놈이 검은 피를 뿜고 지느러미를 뒤집고 나자빠질 때까지, 땅의 양쪽에서, 지구의 모든 쪽에서 그 흰 고래를 쫓기 위해서다. 어떠냐, 얘들아, 이제 이 일에 손을 밧줄처럼 이어 맞잡겠느냐? 너희는 용감해 보인다."
"예, 예!" 작살잡이들과 선원들이 흥분한 노인 곁으로 바싹 달려들며 외쳤다. "흰 고래에게는 날카로운 눈을! 모비 딕에게는 날카로운 창을!"
"신께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시기를." 그는 반쯤 흐느끼고 반쯤 고함치는 듯했다. "신께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시기를, 얘들아. 급사! 가서 큰 잔에 그로그를 가득 따라 오너라. 그런데 그 시무룩한 얼굴은 뭐냐, 스타벅. 너는 흰 고래를 쫓지 않겠느냐? 모비 딕과 맞붙을 배짱이 없느냐?"
"그놈의 비뚤어진 턱과도, 죽음의 턱과도 맞붙을 배짱은 있습니다, 에이해브 선장님.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길에 정당하게 들어선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고래를 잡으러 여기 왔지, 제 지휘관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선장님이 복수를 이룬다 해도, 그 복수에서 기름이 몇 배럴이나 나오겠습니까, 에이해브 선장님? 우리 낸터킷 시장에서는 값을 많이 못 받을 겁니다."
"낸터킷 시장이라! 흥! 하지만 더 가까이 오너라, 스타벅. 너에게는 조금 더 아래층이 필요하다. 돈이 잣대라면, 이봐, 그리고 회계사들이 1인치의 4분의 3마다 1기니씩 금화를 둘러 지구를 감아서 그들의 거대한 회계실인 지구를 셈해 놓았다면, 그렇다면 내가 말해 주마. 내 복수는 여기서 엄청난 웃돈을 받으리라!"
"가슴을 치는군." 스터브가 속삭였다. "저건 왜 저래? 내 보기엔 무척 크게 울리는데, 속이 비었어."
"말 못 하는 짐승에게 복수라니요!" 스타벅이 외쳤다. "그저 가장 눈먼 본능으로 선장님을 쳤을 뿐인 짐승에게! 미친 짓입니다! 말 못 하는 것에게 분노하는 것은, 에이해브 선장님, 신을 모독하는 일로 보입니다."
"다시 한번 들어라. 조금 더 아래층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이봐, 마분지 가면일 뿐이다. 그러나 사건마다, 살아 있는 행위, 의심할 나위 없는 일 속에서, 거기서 무언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치를 따지는 것이 이치를 모르는 가면 뒤에서 제 얼굴 생김새를 밀어 내민다. 사람이 치려거든 그 가면을 뚫고 쳐라! 죄수가 벽을 뚫지 않고서 어떻게 바깥에 닿을 수 있겠느냐? 나에게는 흰 고래가 그 벽이다. 내 코앞까지 밀려든 벽이다. 때로는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놈은 나를 부려 먹는다. 놈은 나를 짓누른다. 놈에게서 나는 터무니없는 힘을 보고, 헤아릴 수 없는 악의가 그 힘에 힘줄을 대고 있는 것을 본다. 내가 무엇보다 미워하는 것은 그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흰 고래가 앞잡이든, 흰 고래가 주인이든, 나는 그 미움을 놈에게 퍼부으리라. 내게 신성 모독 따위를 말하지 마라, 이봐. 해가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해라도 치리라. 해가 그럴 수 있다면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투가 모든 창조물을 다스리고 있으니, 여기에는 늘 일종의 공정한 승부가 있다. 그러나 그 공정한 승부조차 내 주인은 아니다, 이봐. 누가 내 위에 있느냐? 진리에는 경계가 없다. 눈을 돌려라! 멍청한 눈길은 악마들이 노려보는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다! 그래, 그래. 네 얼굴이 붉어졌다 하얘졌다 하는구나. 내 열기가 너를 녹여 분노로 달아오르게 했구나. 그러나 보아라, 스타벅, 열이 올라 한 말은 저절로 취소되는 법이다. 뜨거운 말쯤은 하찮은 모욕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너를 성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만두자. 보아라! 저기 얼룩진 황갈색의 터키 사람 같은 뺨들을 보아라. 해가 그린, 살아 숨 쉬는 그림들이다. 이교도 표범들,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섬기지 않는 것들, 살고, 찾고, 제가 느끼는 뜨거운 삶에 아무 이유도 대지 않는 것들! 선원들, 이봐, 선원들 말이다! 이 고래 문제에서 저들은 하나같이 에이해브 편이 아니냐? 스터브를 보아라! 웃고 있다! 저기 칠레 사람을 보아라! 그 생각만 해도 콧김을 내뿜는다. 온통 휘몰아치는 태풍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네 어린나무 한 그루가 홀로 버티고 설 수는 없다, 스타벅!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냐? 셈해 보아라. 지느러미 하나 치는 일을 거드는 것뿐이다. 스타벅에게는 대단한 재주도 아니다. 그 밖에 무엇이 더 있느냐? 그렇다면 이 하찮은 사냥 한 번에서, 낸터킷 전체에서 으뜸가는 창잡이가, 돛대 앞 선원들이 하나같이 숫돌을 움켜쥐었는데, 설마 뒤로 물러서지는 않겠지? 아! 너를 옥죄는 것이 있구나. 보인다! 큰 물결이 너를 들어 올리는구나! 말해라, 말을 해라! 그래, 그래! 그렇다면 네 침묵이, 그것이 너 대신 말하는구나. (방백) 벌름거리는 내 콧구멍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갔고, 저자는 그것을 허파 속으로 들이마셨다. 이제 스타벅은 내 것이다. 이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나에게 맞설 수 없다."
"하나님, 저를 지켜 주소서! 우리 모두를 지켜 주소서!" 스타벅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홀린 듯 말없이 따르는 일등 항해사의 모습에 기뻐한 나머지, 에이해브는 그의 불길한 기도를 듣지 못했다. 선창에서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도 듣지 못했다. 삭구 속에서 떨리는 바람의 불길한 진동도, 잠시 돛들의 가슴이 꺼져 들 때 돛대에 부딪혀 퍼덕이는 공허한 소리도 듣지 못했다. 다시 스타벅의 내리깐 눈이 삶의 고집으로 밝아졌고, 땅 밑에서 들리던 웃음소리는 잦아들었으며, 바람은 계속 불었고, 돛들은 부풀었고, 배는 전처럼 오르내리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 그대 훈계와 경고들이여! 왔으면 어째서 머물지 않는가? 그러나 그림자들이여, 그대들은 경고라기보다 예언이다! 그렇지만 바깥에서 오는 예언이라기보다는, 안에서 앞서 일어난 일들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바깥에서 우리를 옥죄는 것은 거의 없어도, 우리 존재 가장 깊은 곳의 필연이 여전히 우리를 몰아가기 때문이다.
"큰 잔! 큰 잔을!" 에이해브가 외쳤다.
가득 찬 백랍 잔을 받아 든 그는 작살잡이들에게 몸을 돌려 무기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러고는 작살을 손에 든 그들을 캡스턴 가까이 제 앞에 줄 세우고, 세 항해사는 창을 들고 그의 곁에 서고, 나머지 선원들은 그 무리를 빙 둘러 원을 이루자, 그는 잠시 서서 선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꿰뚫어 보듯 살폈다. 그러나 그 사나운 눈들은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대초원의 늑대들이 핏발 선 눈으로, 들소의 자취를 따라 앞장서 달려 나가기 직전의 우두머리 눈을 마주 보듯이. 그러나 아아! 결국은 인디언이 숨겨 둔 덫에 빠지고 말 뿐인 우두머리를.
"마시고 넘겨라!" 그는 술이 묵직하게 든 큰 잔을 가장 가까이 있는 선원에게 건네며 외쳤다. "이제는 선원들만 마신다. 돌려라, 돌려! 조금씩 들이켜고, 길게 삼켜라, 얘들아. 사탄의 발굽처럼 뜨겁다. 그래, 그래. 잘 돈다. 너희 안에서 나선을 그리며 돌고, 뱀처럼 번득이는 눈에서 갈라져 나온다. 잘했다. 거의 다 비었다. 저리로 갔다가 이리로 돌아온다. 이리 다오. 텅 빈 구멍이로구나! 얘들아, 너희는 세월 같구나. 이렇게 넘치던 생명이 꿀꺽 삼켜져 사라졌다. 급사, 다시 채워라!
"이제 잘 들어라, 나의 용사들아. 내가 너희를 모두 이 캡스턴 둘레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너희 항해사들은 창을 들고 내 양옆에 서라. 그리고 너희 작살잡이들은 작살을 들고 거기 서라. 그리고 너희 튼튼한 선원들은 나를 빙 둘러싸라. 나보다 앞서 간 어부 조상들의 고귀한 풍습 하나를 얼마쯤이나마 되살리려 한다. 오, 얘들아, 너희는 아직 보게 되리라…… 하! 녀석, 벌써 돌아왔느냐? 못된 동전도 이보다 빨리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리 다오. 아니, 이 백랍 잔이 다시 가득 넘쳤을 텐데, 네가 성 비투스의 꼬마 도깨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저리 가라, 이 학질 같은 놈!
"앞으로 나오라, 항해사들아! 내 앞에서 창을 십자로 맞대라. 잘했다! 그 축을 내가 만져 보겠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팔을 뻗어, 수평으로 사방에 뻗은 세 창을 그것들이 맞닿은 한가운데에서 움켜쥐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그것들을 홱 비틀었고, 그동안 스타벅에게서 스터브에게로, 스터브에게서 플래스크에게로 골똘히 눈길을 옮겼다. 마치 무언가 이름 없는 내면의 의지로, 자기 자석 같은 생명이라는 라이덴 병 속에 쌓인 그 불같은 감정을 그들에게도 똑같이 충격으로 흘려 넣으려는 것 같았다. 세 항해사는 그의 강하고 끈질기고 신비로운 얼굴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스터브와 플래스크는 그에게서 눈을 돌려 옆을 보았고, 스타벅의 정직한 눈은 아예 밑으로 떨어졌다.
"헛일이구나!" 에이해브가 외쳤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잘된 일이다. 너희 셋이 한 번이라도 온 힘이 실린 충격을 받았다면, 그때는 내 안의 전기 같은 것, 그것이 어쩌면 내게서 빠져나가 꺼져 버렸을 테니까. 어쩌면 그것이 너희를 쓰러뜨려 죽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희에게는 그것이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창을 내려라! 이제, 항해사들아, 나는 너희 셋을 저기 있는 내 세 이교도 친척, 저 세 분의 더없이 존귀한 신사이자 귀족, 나의 용감한 작살잡이들에게 술을 따르는 시종으로 임명한다. 그 일이 하찮으냐? 뭐라고, 위대한 교황이 제 삼중관을 물 주전자 삼아 거지들의 발을 씻어 주는데도? 오, 나의 귀여운 추기경들아! 너희 자신의 겸손, 그것이 너희를 그 일에 몸을 굽히게 하리라. 내가 명령하는 게 아니다. 너희 스스로 그것을 바란다. 동여맨 줄을 끊고 자루를 뽑아라, 작살잡이들아!"
말없이 그 명령에 따라, 세 작살잡이는 이제 자루에서 떼어 낸 3피트쯤 되는 작살의 쇠 부분을 미늘이 위로 가게 그의 앞에 들고 섰다.
"그 날카로운 쇠로 나를 찌르지 마라! 기울여라, 거꾸로 기울여라! 술잔 쪽 끝을 모르느냐? 자루 구멍을 위로 돌려라! 그래, 그래. 이제, 술 따르는 시종들아, 앞으로 나오라. 작살을! 받아라. 내가 채우는 동안 들고 있어라!" 곧바로 그는 이 항해사에게서 저 항해사에게로 천천히 옮겨 가며 백랍 잔의 불같은 물로 작살 자루 구멍들을 가득 채웠다.
"이제 셋과 셋이 마주 섰다. 그 살인의 성배를 바쳐라! 건네라, 이제 이 풀 수 없는 맹약의 당사자가 된 너희여. 하! 스타벅! 그러나 일은 끝났다! 저기서 이 일을 비준할 해가 이제 그 위에 내려앉으려 기다린다. 마셔라, 작살잡이들아! 마시고 맹세하라, 죽음을 싣고 나가는 포경 보트의 뱃머리를 지키는 너희여. 모비 딕에게 죽음을! 우리가 모비 딕을 쫓아 죽이지 못하면, 신께서 우리 모두를 쫓으시기를!" 미늘 달린 길쭉한 쇠 술잔들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흰 고래를 향한 외침과 저주 속에서 독한 술이 쉭 소리를 내며 일제히 들이켜졌다. 스타벅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돌아섰고, 몸을 떨었다. 한 번 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채운 백랍 잔이 미쳐 날뛰는 선원들 사이를 돌았다. 그때 에이해브가 비어 있는 손을 그들에게 흔들자 그들은 모두 흩어졌고, 에이해브는 선장실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