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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배

잠자리에 누워 우리는 이튿날 계획을 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고 적잖이 걱정스럽게도, 퀴퀘그는 이제 이런 뜻을 내게 알렸다. 자기가 요조, 곧 그의 작고 검은 신의 이름인데, 그 요조에게 부지런히 뜻을 물었더니, 요조가 두세 번이나 거듭 일렀고 온갖 말로 힘주어 우겼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항구에 있는 포경 선단 사이를 돌아다니며 같이 배를 고르는 대신,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배를 고르는 일은 오로지 나에게 맡겨야 한다고 요조가 간곡히 명했다는 것이다. 요조는 우리를 도와줄 작정이고, 그러려고 이미 배 한 척을 점찍어 두었으니, 나 이슈메일이 혼자 돌아다니면 꼭 우연히 그렇게 된 것처럼 틀림없이 그 배를 만나게 되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당분간 퀴퀘그와 상관없이 곧바로 그 배에 선원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퀴퀘그는 여러 일에서 요조의 뛰어난 판단력과 놀라운 앞날 내다보기를 크게 믿었고, 요조를 꽤 괜찮은 신, 대체로 좋은 뜻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 착한 계획을 늘 이루지는 못하는 신으로 여기며 상당히 우러러 받들었다.

그런데 배를 고르는 일에 관한 퀴퀘그의, 아니 요조의 이 계획이 나는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우리와 우리의 운명을 무사히 실어 나르기에 가장 알맞은 포경선을 퀴퀘그가 영리하게 골라 주리라고 적잖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따져도 퀴퀘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으므로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 하찮은 일을 얼른 해치울 만큼 단호하게 몰아치는 기세와 힘으로 일에 나서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나는 우리의 작은 침실에 퀴퀘그를 요조와 함께 들어앉혀 두었다. 그날은 퀴퀘그와 요조에게 일종의 사순절이나 라마단, 곧 금식하고 자신을 낮추고 기도하는 날인 것 같았다. 그것이 어떻게 된 날인지 나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는데, 여러 번 파고들어 보았지만 그의 전례와 39개 신조를 도무지 익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퀴퀘그는 도끼 파이프를 앞에 두고 금식하고 요조는 대팻밥으로 피운 제물의 불을 쬐게 남겨 두고서, 나는 배들 사이로 나섰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아무에게나 물어본 끝에 나는 삼 년 항해를 떠날 배가 세 척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악마의 어미호, 맛난 한입호, 피쿼드호였다. 악마의 어미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고, 맛난 한입은 뻔하고, 피쿼드는 독자도 틀림없이 기억하겠지만 매사추세츠 인디언의 이름난 부족 이름으로, 그 부족은 이제 옛 메디아 사람들처럼 사라지고 없다. 나는 악마의 어미호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들여다보았고, 거기서 맛난 한입호로 깡충 건너갔다가, 마지막으로 피쿼드호에 올라 잠시 둘러보고는 바로 이 배가 우리 배라고 정했다.

독자도 살면서 별난 배를 숱하게 보았을지 모른다. 뱃머리가 네모진 러거선, 산더미 같은 일본 정크선, 버터 상자 같은 갤리엇선, 그 밖에 무엇이든. 그러나 내 말을 믿으라. 이 진기하고 오래된 피쿼드호만큼 진기하고 오래된 배는 결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옛 방식대로 지은 배였고, 굳이 말하자면 좀 작은 편이었으며, 옛날 가구처럼 짐승 발톱 모양 다리를 단 듯한 모습이었다. 네 대양의 태풍과 무풍 속에서 오래 시달리고 비바람에 얼룩진 그 늙은 선체의 낯빛은 이집트에서도 시베리아에서도 싸운 프랑스 척탄병의 얼굴처럼 검게 그을어 있었다. 그 덕망 높은 뱃머리는 수염이 난 것처럼 보였다. 돛대들은, 원래 있던 돛대들을 강풍에 바다로 잃고 나서 일본 해안 어딘가에서 베어 온 것인데, 쾰른의 늙은 세 왕의 등뼈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오래된 갑판은 닳고 주름져서, 베켓이 피 흘린 캔터베리 대성당의 순례자들이 경배하는 판석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오래된 골동품 같은 모습에, 반세기 넘게 이 배가 해 온 거친 일에 걸맞은 새롭고 놀라운 생김새가 보태져 있었다. 늙은 펠레그 선장은 제 배를 따로 맡기 전에 여러 해 동안 이 배의 일등 항해사였고, 지금은 은퇴한 뱃사람이자 피쿼드호의 주요 선주 가운데 한 사람인데, 이 늙은 펠레그가 일등 항해사로 있던 동안에 배가 원래 지닌 괴상한 모양 위에 재료로 보나 솜씨로 보나 기묘한 장식을 덧대고 온 데를 상감해 놓았으니, 그에 견줄 것이라고는 토르킬 하케의 조각한 방패나 침대 말고는 없을 것이다. 배는 반들반들하게 닦은 고래 이빨 장식을 목에 무겁게 늘어뜨린 야만스러운 에티오피아 황제처럼 차려입고 있었다. 그것은 전리품 덩어리였다. 원수들의 뼈에 무늬를 새겨 몸을 꾸민 식인종 같은 배였다. 판자를 대지 않고 탁 트인 뱃전에는 빙 둘러, 이어진 턱 하나처럼, 향유고래의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박혀 있었는데, 그 이빨은 배의 낡은 삼밧줄 힘줄과 인대를 매어 두는 말뚝 노릇을 했다. 그 힘줄들은 뭍의 나무로 만든 천한 도르래 틀을 지나지 않고, 바다의 상아라 할 고래뼈로 만든 도르래 바퀴 위를 솜씨 좋게 지나갔다. 그 거룩한 키 자리에는 돌리는 타륜 따위는 업신여기고 키 손잡이를 뽐내며 달고 있었는데, 그 키 손잡이는 대대로 이어 온 원수의 길고 좁은 아래턱뼈를 통째로 기묘하게 깎아 만든 것이었다. 폭풍 속에서 그 키 손잡이를 잡고 배를 모는 키잡이는 불같은 말의 턱을 움켜쥐고 고삐를 당기는 타타르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고귀한 배였지만, 어쩐지 더없이 우울한 배였다! 고귀한 것은 모두 그 우울에 닿아 있다.

그런데 항해에 지원하려고 뒷갑판에서 권한 있는 사람을 찾아 둘러보았지만 처음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큰 돛대 조금 뒤에 세워 둔 이상한 천막, 아니 인디언 오두막 같은 것을 못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것은 항구에서만 쓰는 임시 구조물인 것 같았다. 원뿔 모양에 높이는 10피트쯤이었고, 참고래 턱의 가운데 가장 높은 부분에서 떼어 낸 길고 거대한 검은 고래수염 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판들은 넓은 쪽 끝을 갑판에 박고 빙 둘러 서로 얽어매어 서로를 향해 기울어졌고, 꼭대기에서 술 장식처럼 한데 모였는데, 거기서 느슨한 털 같은 섬유가 어느 늙은 포타와토미족 추장의 머리 꼭대기 상투처럼 이리저리 나부꼈다. 세모난 입구가 뱃머리 쪽으로 나 있어서 안에 있는 사람은 앞쪽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묘한 거처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는 사람을 마침내 찾아냈는데, 생김새로 보아 권한이 있는 사람 같았다. 마침 정오라서 배의 일이 멈춘 참이라, 그는 지휘하는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그는 기묘한 조각이 온통 꿈틀거리는 구식 참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의자 바닥은 오두막을 지은 것과 같은 탄력 있는 재료를 튼튼하게 엮어 만든 것이었다.

내가 본 그 나이 지긋한 사내의 겉모습에는 어쩌면 그리 특별한 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늙은 뱃사람이 그렇듯 그는 볕에 그을고 우람했으며, 퀘이커 교도풍으로 지은 파란 수로 안내인 모직 옷을 겹겹이 두껍게 껴입고 있었다. 다만 눈가에는 아주 가늘고 현미경으로나 보일 만한 잔주름이 촘촘한 그물처럼 얽혀 있었는데, 숱한 거센 강풍 속을 쉼 없이 항해하며 늘 바람 불어오는 쪽을 바라본 탓에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하면 눈가의 근육이 오므라들기 때문이다. 그런 눈주름은 얼굴을 찌푸릴 때 아주 효과가 좋다.

"이분이 피쿼드호의 선장이십니까?" 천막 입구로 다가가며 내가 말했다.

"이 사람이 피쿼드호 선장이라 치세, 자네는 선장한테서 무얼 바라나?" 그가 다그쳤다.

"배를 탈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단 말인가, 그랬어? 보아하니 낸터킷 사람은 아니로군. 박살 난 보트에 타 본 적은 있나?"

"아뇨, 선장님, 없습니다."

"포경은 아무것도 모르겠지, 안 그런가? 응?"

"아무것도 모릅니다, 선장님. 하지만 곧 배우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상선은 여러 번 타 보았으니, 제 생각에는……"

"상선 따위는 지옥에나 가라지. 그따위 말을 내 앞에서 지껄이지 말게. 이 다리 보이나? 또 한 번 내 앞에서 상선 이야기를 했다가는 이 다리로 자네 엉덩이를 걷어차 버릴 테니. 상선이라니, 참! 자네는 지금 그 상선을 탔다고 꽤나 우쭐한 모양이로군. 그런데 제기랄! 이 사람아, 무엇 때문에 포경을 하러 가고 싶다는 건가, 응? 좀 수상쩍지 않은가, 응? 해적질을 한 적은 없겠지, 응? 전에 모시던 선장을 털지는 않았겠지? 바다에 나가면 항해사들을 죽일 궁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굳게 말했다. 반쯤 농담 섞인 이런 빈정거림의 탈 아래에서, 이 늙은 뱃사람이 세상과 떨어져 사는 퀘이커풍의 낸터킷 사람으로서 섬사람다운 편견으로 가득 차 있어서, 케이프코드나 마서스비니어드 출신이 아니면 바깥사람은 누구든 꽤나 미덥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나는 알아보았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포경을 하러 가나? 자네를 태울지 생각하기 전에 그걸 알아야겠네."

"그게, 선장님, 포경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포경이 어떤 건지 보고 싶다, 응? 에이해브 선장은 눈으로 본 적 있나?"

"에이해브 선장이 누굽니까, 선장님?"

"그렇지, 그렇지, 그럴 줄 알았네. 에이해브 선장은 이 배의 선장이야."

"그럼 제가 잘못 알았군요. 저는 선장님과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자네는 펠레그 선장과 이야기하고 있네. 자네가 이야기하는 상대는 그 사람이야, 젊은이. 피쿼드호가 항해 채비를 갖추고 선원을 비롯해 필요한 것을 다 갖추게 하는 일은 나와 빌대드 선장이 맡고 있지. 우리는 선주이자 대리인이네. 그런데 내가 하려던 말은, 자네 말대로 포경이 어떤 건지 알고 싶다면, 되돌릴 수 없게 몸을 묶어 버리기 전에 그걸 알아낼 길을 내가 일러 줄 수 있다는 걸세. 에이해브 선장을 눈으로 한번 보게, 젊은이. 그러면 그 사람 다리가 하나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걸세."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장님? 다른 다리는 고래한테 잃었습니까?"

"고래한테 잃었냐고! 젊은이, 이리 가까이 오게. 그 다리는 보트를 쪼개 놓은 놈 가운데 가장 괴물 같은 향유고래 놈한테 먹히고, 씹히고, 으스러졌네! 아아, 아아!"

나는 그의 기세에 조금 놀랐고, 어쩌면 마지막 외침에 담긴 진심 어린 슬픔에 조금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지만, 되도록 침착하게 말했다. "선장님 말씀이야 틀림없이 맞겠지요. 하지만 그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그 고래가 유난히 사나운 놈인 줄을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이것 보게, 젊은이, 자네 허파는 좀 물렁하구먼, 알겠나. 상어 말은 조금도 할 줄 모르는군. 자네 정말로 전에 바다에 나가 본 적이 있나, 확실한가?"

"선장님." 내가 말했다. "상선으로 네 번 항해했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

"그 말에서 키 꺾어 빠져나오게! 상선 이야기를 두고 내가 한 말을 명심하게. 날 약 올리지 말게. 그런 말은 못 참네. 아무튼 서로 분명히 해 두세. 포경이 어떤 건지 내가 자네에게 귀띔해 주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가?"

"하고 싶습니다, 선장님."

"아주 좋아. 그럼 자네는 살아 있는 고래 목구멍에 작살을 내리꽂고 그 뒤를 따라 뛰어들 사람인가? 대답하게, 얼른!"

"그렇습니다, 선장님.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러니까 피할 길이 없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럴 일이 있으리라고 보지 않습니다만."

"또 좋아. 그럼 이제, 자네는 포경이 어떤 건지 겪어서 알아보려고 포경을 하러 가고 싶을 뿐 아니라 세상을 보려고도 가고 싶다는 거지? 자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네. 그럼 저 앞으로 가서 바람 불어오는 쪽 뱃머리 너머를 한번 내다보고, 내게 돌아와서 거기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 보게."

이 별난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몰라 나는 잠시 좀 어리둥절해 서 있었다. 그러나 펠레그 선장이 눈가의 잔주름을 모조리 그러모아 한 번 찡그리자, 나는 심부름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가서 바람 불어오는 쪽 뱃머리 너머를 흘끗 보니, 밀물에 닻을 중심으로 돌던 배가 이제 비스듬히 탁 트인 바다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망은 끝이 없었지만, 더없이 단조롭고 으스스했다. 내가 볼 수 있는 한 조금도 달라지는 데가 없었다.

"그래, 보고는 어떤가?" 내가 돌아오자 펠레그가 말했다. "무엇이 보였나?"

"별것 없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물밖에 없었습니다. 수평선은 꽤 넓던데요. 그리고 돌풍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세상을 보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을 더 보려고 혼곶을 돌아가고 싶은가, 응? 자네가 선 자리에서 세상을 볼 수 없단 말인가?"

나는 조금 휘청했지만, 포경은 하러 가야 했고 가고야 말 생각이었다. 그리고 피쿼드호는 어느 배 못지않게 좋은 배였고, 내 생각에는 가장 좋은 배였다. 나는 이 모든 말을 이제 펠레그에게 되풀이했다. 내가 그토록 단단히 마음먹은 것을 보자 그는 나를 태워 주겠다고 했다.

"그럼 당장 서류에 서명하는 게 좋겠네." 그가 덧붙였다. "따라오게." 그러고는 앞장서서 갑판 밑 선장실로 내려갔다.

선미 가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내가 보기에 더없이 별나고 놀라운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빌대드 선장이었는데, 펠레그 선장과 더불어 그 배의 가장 큰 선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나머지 지분은 이런 항구에서 이따금 그렇듯 연금으로 사는 숱한 노인들, 과부와 아비 없는 아이와 법원의 피후견인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저마다 배의 뱃전 기둥 하나나 판자 1피트, 못 한두 개 값어치쯤을 가진 셈이었다. 낸터킷 사람들은 포경선에 돈을 넣는데, 독자가 이자가 좋은 믿을 만한 국채에 돈을 넣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빌대드는 펠레그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실은 다른 많은 낸터킷 사람과 마찬가지로 퀘이커 교도였다. 처음에 그 종파 사람들이 섬에 정착했기 때문인데, 오늘날까지도 그곳 주민들은 대체로 퀘이커 교도의 특성을 남다를 만큼 간직하고 있다. 다만 전혀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 때문에 여러 갈래로 별나게 바뀌었을 뿐이다. 이 퀘이커 교도 가운데 어떤 이들은 모든 뱃사람과 고래 사냥꾼 가운데 가장 피에 굶주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싸우는 퀘이커 교도이고, 지독하기 짝이 없는 퀘이커 교도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성경 속 이름을 받고(이 섬에서는 유난히 흔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퀘이커 말투의 위엄 있고 극적인 「그대」와 「자네」를 저절로 몸에 익혔으면서도, 그 뒤 대담하고 겁 없고 끝없는 모험의 삶을 살면서,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한 이런 특성에 스칸디나비아의 바다 왕이나 시적인 이교도 로마 사람에게도 뒤지지 않을 천 가지 대담한 성격의 붓질을 묘하게 버무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타고난 힘이 남달리 뛰어나고 둥근 두뇌와 묵직한 심장을 지닌 한 사람 안에서 하나로 합쳐질 때, 게다가 그가 가장 먼 바다에서, 이곳 북쪽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별자리 아래에서, 기나긴 밤 당직을 수없이 서며 그 고요와 외로움 속에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홀로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이 주는 달콤하거나 사나운 인상을 자연 그 자체의 순결하고 스스로 우러나며 믿고 내어 주는 가슴에서 갓 받아들였으며, 그리하여 주로 그 덕에, 그러나 우연히 얻은 이점의 도움도 조금 받아, 대담하고 힘차며 드높은 말을 익히게 되었을 때, 그런 사람은 온 나라 인구 조사에서 하나뿐인 사람이 된다. 고귀한 비극을 위해 빚어진, 장엄한 구경거리 같은 인물이 된다. 그리고 극의 눈으로 보자면, 그가 타고나서든 다른 사정으로든 본성의 밑바닥에 반쯤 제 뜻으로 모든 것을 짓누르는 병적인 무언가를 품은 듯하더라도, 그 때문에 그의 값어치가 조금도 깎이지는 않을 것이다. 비극적으로 위대한 사람은 모두 어떤 병적인 것을 통해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오, 젊은 야망이여, 이것을 확실히 알아 두라.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의 위대함은 모두 병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다룰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래도 별나기는 별난 사람인데, 그 별남 역시 퀘이커 교도의 또 다른 면이 그 사람 나름의 사정에 따라 바뀌어 생겨난 것일 뿐이다.

빌대드 선장은 펠레그 선장처럼 살림이 넉넉한 은퇴한 포경선원이었다. 그러나 펠레그 선장은 이른바 진지한 일이라는 것을 갈대 한 줄기만큼도 여기지 않았고 실은 바로 그 진지한 일들을 하찮은 것 가운데 가장 하찮은 것으로 여겼지만, 빌대드 선장은 그와 달리 처음에 낸터킷 퀘이커교의 가장 엄격한 분파에 따라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뒤 바다에서 보낸 온 생애도, 혼곶 너머에서 본 옷도 걸치지 않은 사랑스러운 섬 처녀들의 모습도, 그 모든 것이 이 토박이 퀘이커 교도를 눈곱만큼도 움직이지 못했고 그의 조끼 모서리 하나도 바꾸어 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토록 변함이 없는데도 훌륭한 빌대드 선장에게는 보통 사람이 지키는 앞뒤의 일관성 같은 것이 얼마쯤 모자랐다. 그는 양심에 걸린다며 뭍으로 쳐들어오는 침략자에게 무기를 드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몸소 대서양과 태평양을 끝없이 침략했다. 사람의 피를 흘리는 일에는 맹세한 원수이면서도, 몸에 꼭 맞는 곧은 외투를 입은 채 리워야단의 피를 몇 톤이고 몇 톤이고 쏟았다. 경건한 빌대드가 생각에 잠기는 생애의 저녁에 이르러 지난날을 돌이키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맞추어 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았고, 아마도 오래전에 사람의 종교는 종교이고 이 실제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슬기롭고 분별 있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 세상은 배당금을 준다. 더없이 칙칙한 회갈색 짧은 옷을 입은 꼬마 선실 급사에서 시작해, 청어 배처럼 불룩한 넓은 조끼를 입은 작살잡이가 되고, 거기서 보트장, 일등 항해사, 선장이 되고, 마침내 선주가 되기까지 올라선 빌대드는, 앞서 넌지시 말했듯, 예순이라는 좋은 나이에 일하는 삶에서 깨끗이 물러나 모험으로 가득한 이력을 마무리하고, 남은 날을 제 힘으로 번 수입을 조용히 받는 데 바치고 있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빌대드는 고칠 수 없는 늙은 구두쇠라는 평판이 있었고, 바다를 다니던 시절에는 모질고 가혹한 감독이었다는 평판도 있었다. 낸터킷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확실히 별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가 늙은 캐터걷호라는 포경선을 타고 다닐 때 그 배의 선원들은 집에 돌아오면 거의 다 녹초가 되고 기진맥진해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한다. 경건한 사람치고는, 특히 퀘이커 교도치고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그는 분명 꽤나 모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가 선원들에게 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들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셈인지 그는 그들에게서 지나칠 만큼 엄청난 양의 잔인하고 누그러뜨림 없는 고된 일을 짜냈다. 빌대드가 일등 항해사였을 때, 그의 칙칙한 회갈색 눈이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면 사람은 신경이 곤두서서 견딜 수가 없었고, 망치든 밧줄 꼬챙이든 무언가를 움켜쥐고 무엇이든 상관없이 미친 듯이 일에 달려들어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게으름과 빈둥거림은 그 앞에서 죽어 없어졌다. 그의 몸은 그 실용적인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다. 길고 앙상한 몸에 군살 하나 없었고, 쓸데없는 수염 하나 없었으며, 턱에는 부드럽고 아껴 쓴 듯한 짧은 털이 나 있었는데, 그의 챙 넓은 모자에 닳아 남은 보풀 같았다.

내가 펠레그 선장을 따라 선장실로 내려갔을 때 선미 가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갑판 사이 공간은 좁았다. 거기에 늙은 빌대드가 꼿꼿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늘 그렇게 앉았고 결코 기대지 않았는데, 외투 자락을 아끼려고 그랬다. 챙 넓은 모자는 옆에 놓여 있었고, 다리는 뻣뻣하게 꼬았으며, 칙칙한 회갈색 옷은 턱밑까지 단추를 채웠고, 코에 안경을 걸친 채 묵직한 책 한 권을 읽는 데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빌대드." 펠레그 선장이 외쳤다. "또 그건가, 빌대드, 응? 자네가 그 성경을 파고든 지 지난 서른 해가 됐다는 건 내가 확실히 아네. 어디까지 읽었나, 빌대드?"

옛 동료의 이런 불경스러운 말에 오래 길이 든 듯, 빌대드는 이번 무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가, 나를 보고는 무슨 일이냐는 듯 다시 펠레그 쪽을 흘끗 보았다.

"이 친구가 우리 배 사람이 되겠다네, 빌대드." 펠레그가 말했다. "배를 타고 싶다는군."

"자네가 그러겠다는 건가?" 빌대드가 공허한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겠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그만큼 그는 지독한 퀘이커 교도였다.

"이 친구를 어떻게 보나, 빌대드?" 펠레그가 말했다.

"쓸 만하겠네." 빌대드가 나를 훑어보며 말하고는, 다시 책을 한 자 한 자 짚어 가며 다 들리게 중얼중얼 읽어 나갔다.

나는 그가 지금껏 본 가운데 가장 괴상한 늙은 퀘이커 교도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의 벗이자 옛 동료인 펠레그가 그토록 떠벌이처럼 보였으니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 없이 날카롭게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다. 펠레그가 이제 궤짝 하나를 열고 선원 계약서를 꺼내더니, 펜과 잉크를 앞에 놓고 작은 탁자에 앉았다. 나는 어떤 조건으로 이 항해에 나설지 스스로 정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포경업에서는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선장을 비롯해 모든 선원이 몫이라고 부르는 일정한 이익 배당을 받고, 이 몫은 배에 탄 사람들이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포경에는 풋내기인 내 몫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나는 바다에 익숙하고, 배를 몰 줄 알고, 밧줄을 이을 줄도 알고, 그 밖에 이것저것 할 줄 아니, 들은 이야기를 다 따져 보건대 적어도 275분의 1 몫은 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곧 항해에서 나온 순수익이 결국 얼마가 되든 그 275분의 1이다. 그리고 275분의 1 몫은 꽤 긴 몫이라고들 부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고, 운 좋은 항해를 한다면 항해 중에 닳아 없앨 옷값쯤은 거의 치를 수 있을지 몰랐다. 삼 년 동안의 고기와 먹고 자는 비용이야 말할 것도 없었는데, 그것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이 왕자 같은 재산을 모으기에는 시원찮은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정말로 아주 시원찮은 길이었다. 그러나 나는 왕자 같은 재산에 안달하는 일이 결코 없는 사람이고, 내가 이 우중충한 먹구름 간판을 단 세상 여관에 묵는 동안 세상이 나를 먹이고 재워 줄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아주 만족한다. 대체로 나는 275분의 1 몫이 공정한 값쯤 되리라 생각했지만, 내가 어깨가 떡 벌어진 몸집이니 200분의 1을 준다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익을 넉넉히 나눠 받으리라는 기대를 조금 미덥지 않게 만든 일이 하나 있었다. 나는 뭍에서 펠레그 선장과 그의 알 수 없는 늙은 단짝 빌대드에 관해 얼마쯤 들은 바가 있었다. 두 사람이 피쿼드호의 주요 소유주이니, 그보다 몫이 하찮고 흩어져 있는 다른 선주들은 배의 일을 거의 다 이 두 사람에게 맡겨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색한 늙은 빌대드가 선원을 들이는 일에 크게 입김을 넣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히 지금 보니 그는 피쿼드호에 올라 선장실을 제집처럼 여기며 제 난롯가에 앉은 듯 성경을 읽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펠레그가 잭나이프로 펜촉을 다듬으려고 헛되이 애쓰는 동안, 늙은 빌대드는, 이 일에 그토록 이해가 걸린 사람이었는데도 놀랍게도, 빌대드는 우리에게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보며 혼자 중얼중얼 읽어 나갔다. "너희 자신을 위해 땅 위에 보물을 쌓아 두지 말라. 좀이……"

"그래, 빌대드 선장." 펠레그가 끼어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젊은이에게 몫을 얼마나 주면 좋겠나?"

"자네가 가장 잘 알지." 무덤 속에서 울리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777분의 1이면 지나치지 않겠지, 그렇지 않은가? '좀과 녹이 갉아먹는 그곳에. 그러나 쌓아 두라……'"

쌓아 두라니, 하고 나는 생각했다. 몫이라니, 그것도 그런 몫이라니! 777분의 1이라니! 그래, 빌대드 영감, 당신은 적어도 나만큼은 좀과 녹이 갉아먹는 이 아래 세상에서 몫을 많이 쌓아 두지 못하게 하기로 작정했군. 그것은 참으로 지독하게 긴 몫이었다. 그 숫자가 크니 처음에는 뭍사람이 속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따져 보아도 알 수 있다. 777이 꽤 큰 수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몇 분의 1을 만들어 보면, 다시 말하지만, 1파딩의 777분의 1이 금화 777닢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빌어먹을, 빌대드." 펠레그가 외쳤다. "자네 설마 이 젊은이를 등쳐 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보다는 더 받아야 하네."

"777분의 1." 빌대드가 눈도 들지 않고 다시 말했다. 그러고는 계속 중얼거렸다. "네 보물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으리라."

"300분의 1로 적어 넣겠네." 펠레그가 말했다. "듣고 있나, 빌대드! 300분의 1 몫이라니까."

빌대드는 책을 내려놓고 엄숙하게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펠레그 선장, 자네는 마음이 넉넉하네. 그러나 자네가 이 배의 다른 선주들에게 지고 있는 의무를 생각해야 하네. 그들 가운데 많은 이가 과부와 고아일세. 우리가 이 젊은이의 수고에 너무 넉넉히 갚아 주면 그 과부들과 그 고아들의 빵을 빼앗는 일이 될지도 모르네. 777분의 1 몫일세, 펠레그 선장."

"이 빌대드야!" 펠레그가 벌떡 일어나 선장실을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면서 고함쳤다. "빌어먹을, 빌대드 선장, 이런 일에서 내가 자네 충고를 따랐더라면, 나는 진작에 혼곶을 돌아간 가장 큰 배라도 가라앉힐 만큼 무거운 양심을 끌고 다녀야 했을 걸세."

"펠레그 선장." 빌대드가 차분하게 말했다. "자네 양심이 물에 잠기는 깊이가 10인치인지 10패덤인지 나는 알 수 없네. 그러나 자네는 아직도 뉘우치지 않는 사람이니, 펠레그 선장, 자네 양심은 물이 새는 양심일까 몹시 두렵네. 그리고 그 양심이 끝내 자네를 불구덩이로 가라앉히고 말 걸세, 펠레그 선장."

"불구덩이! 불구덩이라고! 자네 지금 날 모욕하는 건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날 모욕하는군. 살아 있는 사람에게 너는 지옥에 갈 몸이라고 말하는 건 지독하기 짝이 없는 무례야. 꼬리지느러미에 불벼락 맞을! 빌대드, 그 말을 내게 한 번만 더 해 보게. 내 영혼의 볼트가 몽땅 튀어나가도 좋으니, 나는, 나는, 그래, 털이며 뿔이며 다 붙은 산 염소를 통째로 삼켜 버리겠네. 선장실에서 나가게, 이 위선 떠는 칙칙한 회갈색 나무 대포 새끼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곧장 꺼지게!"

이렇게 우레같이 호통치며 그는 빌대드에게 달려들었지만, 빌대드는 놀랍도록 비스듬히 미끄러지는 날랜 몸짓으로 그때만은 그를 피했다.

배의 책임을 진 두 주요 선주 사이에 벌어진 이 끔찍한 폭발에 놀란 나는, 이토록 수상한 사람들이 소유하고 당분간 지휘하는 배를 타겠다는 생각을 아예 접어 버릴까 하는 마음이 반쯤 들었다. 그래서 문간에서 비켜서서 빌대드가 나갈 길을 터 주었다. 그는 깨어난 펠레그의 노여움 앞에서 어서 사라지고 싶어 안달하리라고 나는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아주 조용히 다시 선미 가로 의자에 앉았고, 물러날 마음은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뉘우치지 않는 펠레그와 그의 버릇에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 펠레그로 말하자면, 그렇게 화를 다 쏟아 내고 나니 더는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았고, 아직도 신경이 곤두선 듯 조금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그 역시 어린양처럼 얌전히 앉았다. "휴!" 마침내 그가 휘파람을 불었다. "돌풍이 바람 아래로 지나간 것 같군. 빌대드, 자네 예전에 창을 잘 갈았지. 이 펜 좀 다듬어 주겠나. 내 잭나이프는 숫돌에 좀 갈아야겠네. 그렇지, 고맙네, 빌대드. 그럼 이제, 젊은이, 자네 이름이 이슈메일이라고 했지? 좋아, 그럼 여기 적어 넣네, 이슈메일, 300분의 1 몫으로."

"펠레그 선장님." 내가 말했다. "저와 함께 온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도 배를 타고 싶어 합니다. 내일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펠레그가 말했다. "데려오게. 우리가 한번 보지."

"그 친구는 몫을 얼마나 바라나?" 다시 파묻혀 있던 책에서 눈을 들며 빌대드가 끙 하고 말했다.

"오! 그건 신경 쓰지 말게, 빌대드." 펠레그가 말했다. "그 친구 고래를 잡아 본 적은 있나?" 그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셀 수도 없을 만큼 고래를 많이 잡았습니다, 펠레그 선장님."

"그래, 그럼 데려오게."

서류에 서명하고 나서 나는 길을 나섰다. 오전에 일을 잘 해냈다는 것, 그리고 피쿼드호야말로 퀴퀘그와 나를 싣고 혼곶을 돌아가도록 요조가 마련해 준 바로 그 배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함께 항해할 선장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포경선은 선장이 지휘를 맡으러 와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채비를 다 갖추고 선원을 모두 태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항해는 때로 몹시 길고 뭍의 집에서 지내는 틈은 아주 짧아서, 선장에게 가족이 있거나 그런 종류의 마음을 빼앗는 일이 있으면, 그는 항구에 있는 동안 배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고 바다로 나갈 채비가 다 될 때까지 배를 선주에게 맡겨 두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돌릴 수 없게 그의 손에 몸을 맡기기 전에 그를 한번 보아 두는 것이 늘 좋다. 나는 발길을 돌려 펠레그 선장을 찾아가 에이해브 선장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 에이해브 선장한테 무슨 볼일이 있나? 다 잘됐네. 자네는 이제 우리 배 선원이야."

"예, 하지만 그분을 뵙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못 볼 것 같네. 그 사람이 어디가 어떻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네만, 집 안에 꼭 틀어박혀 있네. 좀 아픈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 사실 아픈 건 아니야. 그렇다고 성한 것도 아니지. 어쨌든 젊은이, 그 사람은 나도 늘 만나 주지는 않으니 자네를 만나 줄 것 같지는 않네. 별난 사람이야, 에이해브 선장은. 그렇게들 생각하지. 하지만 좋은 사람이야. 오, 자네도 그 사람이 꽤 마음에 들 걸세. 걱정 말게, 걱정 마. 그 사람은 위대하고, 신을 섬기지 않으면서도 신 같은 사람이네, 에이해브 선장은. 말이 많지 않지. 하지만 일단 말을 하면 귀담아들을 만하네. 명심하게, 미리 알아 두게. 에이해브는 보통 사람 위에 있는 사람이야. 에이해브는 식인종들 사이에도 있었지만 대학에도 다녔네. 파도보다 더 깊은 경이에 익숙하고, 고래보다 더 힘세고 더 낯선 적들에게 그 불같은 창을 꽂아 넣은 사람이지. 그 사람의 창! 그렇지, 우리 섬을 통틀어 가장 날카롭고 가장 정확한 창이야! 오! 그 사람은 빌대드 선장이 아니야. 그래, 펠레그 선장도 아니고. 그 사람은 에이해브야, 젊은이.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옛날의 아합은 왕관을 쓴 왕이었지!"

"그것도 아주 사악한 왕이었지요. 그 사악한 왕이 죽임을 당했을 때 개들이 그 피를 핥지 않았습니까?"

"이리 오게, 이리, 이리." 펠레그가 말했는데, 그 눈에 담긴 뜻이 너무도 깊어서 나는 흠칫 놀랄 뻔했다. "이것 보게, 젊은이. 피쿼드호에서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말게. 어디서도 절대로 하지 말게. 에이해브 선장은 제 이름을 제가 지은 게 아니야. 그건 그 사람이 겨우 돌이 되었을 때 죽은, 정신이 나간 과부 어머니가 어리석고 무지한 변덕으로 붙인 이름이네. 그런데도 게이헤드의 늙은 인디언 여자 티스티그는 그 이름이 어떻게든 예언이 되어 맞아떨어질 거라고 했지. 그리고 어쩌면 그 여자 같은 다른 바보들이 자네에게도 같은 말을 할지 모르네. 내가 미리 일러 두겠네. 그건 거짓말이야. 나는 에이해브 선장을 잘 아네. 여러 해 전에 항해사로 그 사람과 함께 배를 탔지.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네. 좋은 사람이야. 빌대드처럼 경건하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욕도 하는 좋은 사람이지. 나랑 좀 비슷하네. 다만 그 사람한테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지. 그래, 그래, 그 사람이 한 번도 아주 쾌활했던 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집으로 돌아오는 뱃길에서 한동안 정신이 좀 나가 있었다는 것도 아네. 하지만 그건 피 흘리는 잘린 다리가 쿡쿡 쑤시고 찌르듯 아파서 그렇게 된 거야. 누구라도 알 수 있지. 지난 항해에서 그 저주받을 고래한테 다리를 잃은 뒤로 그 사람이 좀 침울해졌다는 것, 지독하게 침울하고 때로는 사나워졌다는 것도 아네.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갈 걸세. 그리고 이번에 딱 한 번만 말해 두겠네, 젊은이, 장담하네만, 웃는 나쁜 선장보다 침울한 좋은 선장과 배를 타는 편이 낫네. 그럼 잘 가게. 그리고 에이해브 선장이 공교롭게도 사악한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나쁘게 여기지 말게. 게다가 젊은이, 그 사람한테는 아내도 있네. 혼인한 지 항해 세 번도 안 됐지. 다정하고 순한 아가씨야. 그걸 생각해 보게. 그 다정한 아가씨에게서 그 늙은이는 아이까지 얻었네. 그런데도 에이해브에게 아주 구제할 길 없는 해악이 있다고 여길 수 있겠나? 아니야, 아니야, 젊은이. 벼락을 맞고 시들어 버린 사람일지는 몰라도, 에이해브에게도 사람다운 정이 있네!"

나는 걸어 나오면서 생각에 가득 잠겼다. 에이해브 선장에 관해 어쩌다 드러난 이야기는 그에 대한 어떤 거칠고 막연한 고통으로 나를 채웠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그때 나는 그에게 연민과 슬픔을 느꼈는데,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몰랐다. 다리를 잃은 그 참혹한 일 때문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에게 이상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꼭 두려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에게서 마음이 멀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때 나는 그를 아주 어설프게밖에 알지 못했으므로, 그에게 서린 수수께끼 같은 것에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이윽고 내 생각은 다른 쪽으로 흘러갔고, 그래서 당분간 어두운 에이해브는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