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장 추격, 둘째 날
날이 밝자 세 돛대 꼭대기에 어김없이 새 망꾼들이 올라갔다.
"놈이 보이느냐?" 에이해브가 빛이 퍼질 틈을 잠깐 준 뒤 외쳤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선장님."
"모두 깨워 돛을 올려라! 놈은 내 생각보다 빨리 간다. 윗돛대 돛을 올려라! 그래, 밤새 그 돛을 달아 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돌진하려고 쉬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이렇게 한 마리 고래를 끈질기게 쫓아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추격을 이어 가는 것이 남태평양 포경에서 결코 전례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낸터킷 선장들 가운데 타고난 위대한 천재 몇몇이 얻은 놀라운 솜씨와 경험에서 오는 앞을 내다보는 눈과 꺾이지 않는 자신감은 대단해서, 고래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모습을 그저 관찰한 것만으로도,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동안 고래가 한동안 계속 헤엄쳐 갈 방향과 그동안 나아갈 법한 속력을 꽤 정확히 미리 알아맞힌다. 그리고 이런 때 그들은 수로 안내인과 얼마쯤 비슷하게 한다. 수로 안내인은 대체로 어떻게 뻗어 있는지 잘 아는 해안, 그러나 머지않아 더 먼 지점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해안을 막 시야에서 놓치려 할 때, 나중에 찾아가야 할 멀고 보이지 않는 곶을 더 확실히 바로 맞히려고 나침반 곁에 서서 지금 보이는 곶의 방위를 정확히 잰다. 그와 같이 고래잡이도 나침반 곁에서 고래를 두고 그렇게 한다. 낮 동안 몇 시간에 걸쳐 쫓으며 부지런히 지켜본 뒤에는, 밤이 그 물고기를 가려도, 어둠을 지나가는 그 짐승이 앞으로 남길 항적이 슬기로운 사냥꾼의 머리에는 수로 안내인에게 해안이 그렇듯 거의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냥꾼의 놀라운 솜씨에는, 물 위에 쓴 글처럼 덧없기로 소문난 것, 곧 항적도 바라는 목적에는 굳건한 땅만큼이나 거의 믿을 만하다. 그리고 오늘날 철도라는 무쇠로 된 거대한 리워야단은 그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어찌나 낯익게 알려져 있는지, 사람들은 의사가 아기의 맥박을 재듯 손에 시계를 들고 그 속력을 재고, 상행 열차나 하행 열차가 몇 시에 어디어디에 닿으리라고 가볍게 말한다. 그와 거의 같이, 이 낸터킷 사람들도 깊은 바다의 그 다른 리워야단을 두고 관찰한 그 속력의 기분에 따라 시간을 재고, 지금부터 몇 시간 뒤면 이 고래는 200마일을 갔을 것이고 대략 이러저러한 위도나 경도에 이르렀으리라고 혼잣말을 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날카로움이 끝내 성공을 거두려면 바람과 바다가 포경선원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바람이 자서 꼼짝 못 하거나 맞바람에 갇힌 뱃사람에게, 항구에서 정확히 93과 4분의 1리그 떨어져 있다고 확신시켜 주는 솜씨가 당장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에서 고래 추격에 관한 여러 곁가지의 미묘한 일들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배는 찢어발기듯 내달렸다. 잘못 쏘아 보낸 포탄이 쟁깃날이 되어 평평한 들판을 갈아엎을 때 같은 고랑을 바다에 남기며.
"소금과 삼밧줄에 걸고!" 스터브가 외쳤다. "갑판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니 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심장이 짜릿짜릿하구나. 이 배와 나는 용감한 친구 둘이다! 하, 하! 누가 나를 들어다가 등뼈부터 바다에 띄워 줘라. 참나무에 걸고 말하지만 내 등뼈는 용골이니까. 하, 하! 우리는 먼지 하나 뒤에 남기지 않는 걸음으로 간다!"
"저기 물을 뿜는다, 뿜는다! 뿜는다! 바로 앞입니다!" 이제 돛대 꼭대기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래!" 스터브가 외쳤다. "그럴 줄 알았다. 넌 못 달아난다. 실컷 뿜어서 물줄기가 쪼개지도록 뿜어라, 오 고래여! 미친 악마가 몸소 너를 쫓는다! 나팔을 불어라, 허파가 부르트도록! 방앗간 주인이 개울에 수문을 닫듯 에이해브가 네 피를 둑으로 막아 버릴 테니!"
그리고 스터브는 거의 모든 선원의 마음을 대신 말했을 뿐이었으니, 이 무렵 추격의 광란은 다시 발효하는 묵은 포도주처럼 그들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이 전에 어떤 창백한 두려움과 불길한 예감을 느꼈든, 그것은 에이해브에 대한 점점 커 가는 두려움 때문에 이제 눈에 띄지 않게 감추어졌을 뿐 아니라, 뛰어 달리는 들소 앞에서 흩어지는 겁 많은 초원 산토끼처럼 산산이 깨져 사방으로 쫓겨났다. 운명의 손이 그들의 영혼을 모두 낚아챘다. 그리고 전날의 들끓는 위험, 간밤의 고문 같은 마음 졸임, 그들의 사나운 배가 날아가는 과녁을 향해 곤두박질쳐 나아가는 꼼짝 않고 두려움 없고 눈멀고 무모한 모습, 이 모든 것에 그들의 마음은 굴러가듯 휩쓸려 갔다. 그들의 돛을 커다란 배처럼 부풀리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팔로 배를 몰아 내닫게 하는 바람, 그 바람은 그들을 그토록 경주에 얽매어 노예로 만든 그 보이지 않는 힘의 상징 같았다.
그들은 서른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모두 실은 하나의 배는 참나무와 단풍나무와 소나무, 쇠와 역청과 삼처럼 온갖 서로 다른 것들로 짜 맞추어졌지만, 그 모든 것이 한데 녹아들어 하나로 굳은 선체가 되었고, 그 선체는 길게 한가운데를 지르는 용골로 균형을 잡고 방향을 잡으며 제 길을 쏜살같이 나아갔다. 그와 같이 선원들의 모든 개성도, 이 사람의 용맹과 저 사람의 두려움도, 죄와 죄지음도, 온갖 다름이 단조되어 하나가 되었고, 그들의 하나뿐인 군주이자 용골인 에이해브가 가리키는 그 치명적인 목표를 모두 향했다.
삭구가 살아 움직였다. 돛대 꼭대기들은 키 큰 야자나무 우듬지처럼 팔과 다리가 다발로 활짝 퍼져 있었다. 어떤 이들은 한 손으로 활대에 매달려 다른 손을 내밀며 조바심치듯 흔들었고, 다른 이들은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흔들리는 활대 위에 멀리 나가 앉아 있었으며, 모든 활대에 죽을 운명의 사람들이 열매처럼 가득 달려, 제 운명을 맞을 채비가 되어 무르익어 있었다. 아! 그들은 그 끝없는 푸름 속에서 저희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그것을 찾아내려고 어찌나 애를 썼던가!
"놈이 보이면 왜 소리쳐 알리지 않느냐?" 에이해브가 외쳤다. 첫 외침이 있고 몇 분이 지나도록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끌어 올려라, 얘들아. 너희는 속았다. 모비 딕이라면 저쪽으로 별난 물줄기 하나만 뿜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말 그랬다. 곧 일 자체가 증명했듯이, 선원들은 앞뒤 가리지 않는 열성에 다른 무언가를 고래의 물줄기로 잘못 보았던 것이다. 에이해브가 망보는 자리에 이르자마자, 밧줄을 갑판의 말뚝에 매자마자, 그는 관현악의 으뜸음을 울렸고, 그 소리에 대기가 소총을 한꺼번에 쏘아 대는 듯 떨렸다. 사슴 가죽 같은 서른 개의 허파가 지르는 승리의 함성이 들렸다. 상상 속 물줄기가 있던 자리보다 배에 훨씬 가까이, 1마일도 안 되는 앞쪽에서, 모비 딕이 온몸을 드러내며 터져 나왔던 것이다! 흰 고래는 이제 고요하고 느긋하게 물을 뿜어서도 아니고, 머릿속 그 신비로운 샘이 평화롭게 솟구쳐서도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경이로운 현상인 몸 솟구치기로 제가 가까이 있음을 드러냈다. 향유고래는 가장 깊은 데서부터 있는 힘껏 빠르게 솟아올라 그 몸뚱이 전체를 순수한 대기 속으로 쾅 하고 내던지고, 눈부신 거품의 산을 쌓아 올려, 7마일 넘는 먼 데까지 제 자리를 보여 준다. 그런 순간에 놈이 털어 내는 찢기고 성난 파도는 놈의 갈기처럼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이 몸 솟구치기가 놈의 도전의 몸짓이다.
"저기 몸을 솟구친다! 저기 몸을 솟구친다!" 흰 고래가 헤아릴 수 없는 허세를 부리며 연어처럼 하늘로 제 몸을 내던지자 그런 외침이 터졌다. 바다의 푸른 벌판에서 그토록 갑자기 보이고, 한층 더 푸른 하늘 가장자리를 배경으로 또렷이 드러나, 놈이 일으킨 물보라가 잠깐 빙하처럼 견딜 수 없이 번득이며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물보라는 거기 서서, 처음의 반짝이는 강렬함에서 골짜기로 다가오는 소나기의 흐릿한 안개처럼 차츰차츰 바래 갔다.
"그래, 해를 향해 마지막으로 몸을 솟구쳐라, 모비 딕!" 에이해브가 외쳤다. "너의 시간과 너의 작살이 가까이 왔다! 내려와라! 모두 내려와라, 앞돛대에 한 사람만 남기고. 보트를! 준비해라!"
선원들은 지루한 돛대 밧줄 줄사다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따로 떨어진 뒷버팀줄과 돛 올림줄을 타고 별똥별처럼 갑판으로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동안 에이해브는 그만큼 쏜살같지는 않아도 여전히 빠르게 망보는 자리에서 내려졌다.
"내려라." 그는 전날 오후에 장비를 갖춘 예비 보트인 자기 보트에 이르자마자 외쳤다. "스타벅, 배는 네 것이다. 보트들에서 떨어져 있되, 가까이 있어라. 모두 내려라!"
마치 그들에게 재빨리 공포를 안겨 주려는 듯, 이번에는 모비 딕이 몸소 먼저 공격하는 쪽이 되어 몸을 돌려 이제 세 보트의 선원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에이해브의 보트가 가운데 있었고, 그는 선원들을 북돋우며 고래와 머리 대 머리로, 곧 놈의 이마를 향해 곧장 저어 가 맞붙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느 거리 안에 들어가면 그런 항로가 다가오는 공격을 고래의 옆으로 보는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까운 거리에 이르기도 전에, 그리고 세 보트가 모두 아직 놈의 눈에 배의 세 돛대만큼이나 뚜렷이 보이는 동안, 흰 고래는 몸을 휘저어 맹렬한 속력을 내더니, 이를테면 거의 순식간에 입을 벌리고 꼬리를 휘두르며 보트들 사이로 돌진해 사방에서 무시무시한 싸움을 걸어왔다. 그리고 보트마다 던지는 작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보트들을 이루는 널빤지 하나하나를 모조리 없애 버리는 데만 마음을 쏟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솜씨 있게 움직이며 싸움터에서 길들인 군마처럼 쉴 새 없이 방향을 트는 보트들은 때로는 널빤지 한 장 너비 차이로 겨우 피하면서도 한동안 놈을 피했고, 그동안 내내 에이해브의 이 세상 것 아닌 함성이 그의 것 말고 다른 모든 외침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그러나 마침내 흰 고래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몸놀림으로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또 가로질러, 이제 놈에게 박힌 세 작살줄의 느슨한 부분을 천 가지로 얽어 놓았다. 그래서 줄들이 짧아지며 저절로 그 운 다한 보트들을 놈의 몸에 박힌 작살 쪽으로 끌어당겼는데, 이제 잠깐 고래가 더 무시무시한 돌격을 하려고 기운을 모으는 듯 조금 옆으로 비켜났다. 그 틈을 잡아 에이해브는 먼저 줄을 더 풀어 주었다가, 그렇게 해서 얽힌 데를 얼마쯤 풀어 보려고 다시 재빨리 줄을 당기고 잡아채고 있었다. 그때 보라! 상어들이 진을 친 이빨보다 더 사나운 광경이었다!
작살줄의 미로 속에 걸려 비틀리고 코르크 마개뽑이처럼 꼬인 채, 헐거운 작살과 창들이 곤두선 미늘과 날끝을 모두 드러내고 번득이며 물을 뚝뚝 흘리며 에이해브 보트 뱃머리의 줄받이까지 올라왔다.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그는 보트 칼을 움켜쥐고, 강철 살대 사이로, 그 안으로, 그것을 뚫고, 그리고 그 바깥으로 아슬아슬하게 손을 뻗어, 그 너머의 줄을 끌어당겨 보트 안쪽의 뱃머리 노잡이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줄받이 가까이에서 밧줄을 두 번 끊어, 가로채인 강철 다발을 바다에 떨어뜨리고 다시 단단히 매였다. 그 순간 흰 고래가 다른 줄들의 남은 엉킴 사이로 갑자기 돌진했고, 그렇게 해서 더 깊이 얽혀 있던 스터브와 플래스크의 보트를 거스를 수 없이 제 꼬리지느러미 쪽으로 끌어당겨, 파도가 두들기는 바닷가에서 굴러다니는 겉껍질 두 개처럼 서로 맞부딪치게 했다. 그러고는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끓어오르는 큰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동안 잔해의 향긋한 삼나무 조각들이, 재빨리 휘저은 펀치 사발 속의 갈아 넣은 육두구처럼 빙글빙글 춤추었다.
두 보트의 선원들이 아직 물속에서 맴돌며 빙빙 도는 작살줄 통과 노와 그 밖의 떠다니는 집기에 손을 뻗고 있는 동안, 꼬마 플래스크가 비스듬히 빈 약병처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무시무시한 상어 이빨을 피하려고 다리를 위로 움찔움찔 끌어 올리는 동안, 스터브가 누가 자기를 국자로 떠 올려 달라고 힘차게 소리쳐 부르는 동안, 그리고 이제 끊어진 노인의 작살줄 덕분에 노인이 크림처럼 희뿌연 웅덩이로 저어 들어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게 된 동안, 수천 가지 위험이 한데 엉겨 굳은 그 사나운 동시성 속에서, 아직 얻어맞지 않은 에이해브의 보트가 보이지 않는 철사에 끌려 하늘로 들려 올라가는 것 같았다. 흰 고래가 화살처럼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구치며 넓은 이마로 보트 바닥을 들이받아, 보트를 허공으로 빙글빙글 뒤집히며 날아가게 했던 것이다. 마침내 보트는 뱃전을 아래로 하고 다시 떨어졌고, 에이해브와 선원들은 바닷가 동굴에서 기어 나오는 바다표범처럼 그 밑에서 몸부림쳐 빠져나왔다.
고래가 처음 솟구친 기세는 물 위에 부딪치며 방향이 바뀌어, 저도 모르게 고래를 물 위로 미끄러지게 해 놈이 만든 파괴의 한가운데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내보냈다. 그리고 그곳을 등지고, 놈은 이제 잠깐 누워 꼬리지느러미로 이쪽저쪽을 천천히 더듬었으며, 떠도는 노나 널빤지 조각이나 보트의 아주 작은 부스러기라도 제 살갗에 닿을 때마다 꼬리를 재빨리 뒤로 당겼다가 옆으로 바다를 내리쳤다. 그러나 곧 이번에는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흡족해하는 듯 주름진 이마로 대양을 밀어 헤치며, 서로 얽힌 작살줄들을 뒤에 끌고 나그네처럼 꼬박꼬박 같은 걸음으로 바람 불어 가는 쪽 길을 계속 갔다.
전과 마찬가지로 싸움 전체를 지켜본 주의 깊은 배가 다시 구조하러 내려왔고, 보트 한 척을 내려 떠다니는 선원들과 통과 노와 그 밖에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건져 올려 무사히 갑판에 내려놓았다. 삔 어깨와 손목과 발목, 시퍼런 멍, 비틀린 작살과 창, 풀 수 없이 얽힌 밧줄, 산산조각 난 노와 널빤지, 이 모든 것이 거기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화는 닥치지 않은 것 같았다. 전날의 페달라처럼, 이번에는 에이해브가 제 보트의 부서진 반쪽에 굳은 얼굴로 매달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그 반쪽은 비교적 쉽게 떠 있게 해 주었으므로 그는 전날의 사고 때만큼 지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부축을 받아 갑판에 올라오자 모든 눈이 그에게 박혔다. 그가 제 힘으로 서지 못하고, 그때까지 맨 앞장서서 그를 거든 스타벅의 어깨에 여전히 반쯤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래뼈 의족이 부러져 나가고 짧고 날카로운 조각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래, 그래, 스타벅. 기대는 사람이 누구든 때로는 기대는 것이 달콤하구나. 늙은 에이해브가 지금까지보다 더 자주 기댔더라면 좋았을 것을."
"쇠고리가 버티지 못했군요, 선장님." 이제 다가온 목수가 말했다. "그 다리에 정성을 많이 들였는데요."
"그래도 뼈가 부러진 데는 없으시겠지요, 선장님." 스터브가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했다.
"부러졌다! 그것도 산산조각으로 쪼개졌다, 스터브! 보이느냐. 그러나 뼈가 부러져도 늙은 에이해브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나는 내 살아 있는 뼈 어느 것도 잃어버린 이 죽은 뼈보다 털끝만큼이라도 더 나 자신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흰 고래도, 사람도, 악마도 늙은 에이해브 본연의, 다가갈 수 없는 존재를 스치지조차 못한다. 측연이 저 바닥에 닿을 수 있느냐, 돛대가 저 지붕을 긁을 수 있느냐? 거기 위! 어느 쪽이냐?"
"바로 바람 불어 가는 쪽입니다, 선장님."
"그럼 키를 올려라. 다시 돛을 쌓아 올려라, 배지기들아! 남은 예비 보트를 내려 장비를 갖추어라. 스타벅, 가서 보트 선원들을 불러 모아라."
"먼저 뱃전까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선장님."
"오, 오, 오! 이 쪼가리가 이제 나를 어찌나 찌르는지! 저주받은 운명이여! 영혼 속의 정복할 수 없는 선장에게 이토록 비겁한 항해사가 딸려 있다니!"
"예, 선장님?"
"내 몸 말이다, 이 사람아. 너 말고. 지팡이로 쓸 것을 다오. 저기, 저 부서진 창이면 되겠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라. 분명 나는 아직 그를 보지 못했다. 하늘에 걸고, 그럴 리가 없다! 없어졌다고? 어서! 모두 불러라."
노인이 넌지시 비친 생각이 맞았다. 선원들을 불러 모아 보니 파시교도가 거기 없었다.
"파시교도가!" 스터브가 외쳤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걸려서……"
"흑토병에나 걸려 뒤틀려 버려라! 모두 위로, 아래로, 선장실로, 앞갑판 선원실로 달려가라. 그를 찾아라. 없어지지 않았다.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곧 돌아와 파시교도는 어디에도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렇습니다, 선장님." 스터브가 말했다. "선장님 작살줄에 엉켜 걸렸습니다. 끌려 들어가는 걸 본 것 같습니다."
"내 작살줄! 내 작살줄이라고? 없어졌다고? 없어졌다고? 그 작은 낱말이 무슨 뜻이냐? 그 말에 무슨 조종이 울리기에 늙은 에이해브가 종탑처럼 흔들리느냐. 작살도! 저기 저 잡동사니를 뒤집어 보아라. 보이느냐? 벼린 작살 말이다, 얘들아, 흰 고래를 위한……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부르튼 바보로구나! 이 손이 그것을 던졌다! 그것은 그 물고기 몸에 박혀 있다! 거기 위! 놈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어서! 모두 보트 장비를 갖추어라. 노를 모아라. 작살잡이들! 작살, 작살! 맨 윗돛을 더 높이 올려라. 아딧줄을 모두 당겨라! 거기 키! 그대로, 그대로, 목숨을 걸고! 잴 수도 없는 이 지구를 열 번이라도 돌리라. 그렇다, 지구를 곧장 꿰뚫고 잠수하더라도, 그래도 놈을 죽이고야 말리라!"
"위대하신 하나님! 단 한순간만이라도 모습을 드러내 주소서." 스타벅이 외쳤다. "노인장, 선장님은 결코, 결코 놈을 잡지 못하실 겁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이제 그만하십시오. 이건 악마의 광기보다 더 고약합니다. 이틀을 쫓았고, 두 번이나 박살 나 산산조각이 났고, 선장님의 그 다리마저 또 한 번 밑에서 낚아채였고, 선장님의 사악한 그림자도 사라졌습니다. 모든 선한 천사들이 경고를 들고 선장님께 몰려들고 있습니다. 무엇을 더 바라십니까? 이 살인 고래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라앉힐 때까지 계속 쫓아야 합니까? 놈에게 끌려 바다 밑바닥까지 가야 합니까? 놈에게 끌려 지옥까지 가야 합니까? 오, 오, 놈을 더 사냥하는 것은 불경이고 신성모독입니다!"
"스타벅, 요즈음 나는 이상하게 네게 마음이 움직였다. 우리 둘이 서로의 눈 속에서, 너도 알지, 그것을 본 그 시간부터. 그러나 이 고래의 일에서는 네 얼굴 앞면이 내게는 이 손바닥 같아야 한다. 입술도 생김새도 없는 빈 바닥 말이다. 에이해브는 영원히 에이해브다, 이 사람아. 이 모든 행위는 바꿀 수 없게 정해져 있다. 이 대양이 굴러가기 십억 년 전에 너와 내가 미리 연습한 일이다. 바보야! 나는 운명의 여신들의 부관이다. 나는 명령을 받고 움직인다. 너 아랫사람아, 너는 내 명령에 복종하도록 해라. 내 둘레에 서라, 얘들아. 너희는 그루터기까지 잘려 나간 늙은이를 본다. 부서진 창에 기대어, 외발로 겨우 버티고 선 늙은이를. 이것이 에이해브다. 그의 몸의 부분이다. 그러나 에이해브의 영혼은 백 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지네다. 나는 강풍 속에서 돛대 잃은 프리깃함을 끄는 밧줄처럼 팽팽히 당겨지고 반쯤 가닥이 끊어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끊어지기 전에 너희는 내가 우지끈하는 소리를 들으리라. 그리고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에이해브의 굵은 밧줄이 아직도 그의 뜻을 끌고 간다는 것을 알아라. 얘들아, 너희는 징조라는 것을 믿느냐? 그렇다면 소리 내어 웃고 한 번 더를 외쳐라! 물에 빠지는 것은 빠져 죽기 전에 두 번 물 위로 떠오르고, 다시 한 번 떠올랐다가 영원히 가라앉는다. 모비 딕도 그렇다. 놈은 이틀을 떠올랐다. 내일이 셋째 날이 되리라. 그렇다, 얘들아, 놈은 한 번 더 떠오르리라. 그러나 마지막 물을 뿜으려고 떠오를 뿐이다! 너희는 용감하다고 느끼느냐, 얘들아, 용감하다고?"
"겁 없는 불처럼요." 스터브가 외쳤다.
"그리고 불처럼 기계적이지." 에이해브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선원들이 앞으로 가자 계속 중얼거렸다. "징조라는 것! 그리고 어제 나는 내 부서진 보트를 두고 저기 저 스타벅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오! 내 마음에 그토록 단단히 박힌 것을 남의 마음에서는 어찌나 용감하게 몰아내려 하는지! 파시교도. 파시교도! 없어졌다, 없어졌다고? 그리고 그는 앞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죽기 전에 다시 보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건 어떻게 된 거냐? 여기 수수께끼가 있구나. 줄줄이 내려온 모든 재판관의 유령을 등에 업은 변호사들이라도 갈피를 잡지 못할 수수께끼다. 매의 부리처럼 내 뇌를 쪼아 댄다. 그래도 나는, 나는 그것을 풀고야 말리라!"
땅거미가 내렸을 때 고래는 아직 바람 불어 가는 쪽에 보였다.
그래서 다시 돛을 줄였고, 모든 것이 간밤과 거의 같이 지나갔다. 다만 거의 날이 샐 때까지 망치 소리와 숫돌 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선원들이 등불을 켜 놓고 예비 보트의 장비를 완전히 꼼꼼하게 갖추고 내일을 위해 새 무기를 벼리느라 애썼기 때문이다. 그동안 목수는 에이해브의 부서진 보트의 부러진 용골로 그에게 또 하나의 다리를 만들어 주었고, 에이해브는 간밤처럼 여전히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승강구 안에 꼼짝 않고 서 있었으며, 감추어진 그의 해바라기 같은 눈길은 해를 미리 맞으려고 그 시계판을 거꾸로 돌아가, 가장 이른 해를 향해 정동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