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원숭이 밧줄
고래를 해체하고 돌보는 소란스러운 일에서는 선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닐 일이 많다. 이제 여기서 일손이 필요한가 하면, 다음에는 또 저기서 일손이 필요하다. 어느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모든 일을 동시에 모든 곳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묘사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거의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온 길을 조금 되짚어 가야 한다. 고래 등에 처음 자리를 팠을 때, 항해사들의 삽이 거기 처음 뚫어 놓은 구멍에 지방층 갈고리를 꽂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갈고리처럼 투박하고 무거운 덩어리를 어떻게 그 구멍에 박아 넣었을까? 그것을 거기 꽂은 것은 내 각별한 친구 퀴퀘그였다. 앞서 말한 그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괴물의 등으로 내려가는 것이 작살잡이인 그의 임무였다. 그러나 아주 많은 경우, 형편상 작살잡이는 지방층을 저미고 벗기는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고래 위에 남아 있어야 한다. 알아 둘 것은, 고래는 작업하는 바로 그 부위를 빼고는 거의 다 물에 잠겨 누워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기 아래, 갑판에서 10피트쯤 밑에서, 가엾은 작살잡이는 반은 고래 위에, 반은 물속에 걸친 채 허우적거린다. 그동안 그 거대한 덩어리는 발밑에서 디딤 바퀴처럼 돈다. 지금 말하는 그때 퀴퀘그는 하일랜드 차림, 곧 셔츠에 양말만 걸친 차림이었는데, 적어도 내 눈에는 그 차림의 그가 보통 이상으로 돋보였다. 그리고 곧 보게 되겠지만, 그를 지켜볼 기회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야만인의 뱃머리 노잡이, 곧 그의 보트에서 이물 노(앞에서 두 번째 노)를 젓는 사람이었으므로, 그가 죽은 고래 등 위에서 그 고되고 아슬아슬한 몸부림을 치는 동안 그를 돌보는 것이 나의 즐거운 임무였다. 그대는 이탈리아의 손풍금 타는 소년들이 춤추는 원숭이를 긴 끈으로 붙들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나는 배의 가파른 옆구리에서, 포경업에서 원숭이 밧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저 아래 바다에 있는 퀴퀘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 밧줄은 그의 허리에 둘러 맨 튼튼한 범포 띠에 매여 있었다.
그것은 우리 둘 모두에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험한 일이었다. 더 나아가기 전에 말해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원숭이 밧줄은 양쪽 끝이 다 매여 있었다. 한쪽은 퀴퀘그의 넓은 범포 띠에, 다른 쪽은 나의 좁은 가죽 띠에. 그러니 좋든 나쁘든 우리 둘은 그동안 혼인으로 맺어진 셈이었다. 그리고 가엾은 퀴퀘그가 가라앉아 다시 떠오르지 못한다면, 관례로 보나 명예로 보나 밧줄을 끊지 말고 그 밧줄이 나를 그의 뒤를 따라 끌어 내려야 했다. 그러니까 기다랗게 늘인 샴쌍둥이의 끈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퀴퀘그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 형제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삼밧줄의 굴레가 지우는 위험한 책임을 어떻게도 벗어던질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내 처지를 너무도 강렬하게, 형이상학적으로 받아들였으므로, 그의 움직임을 열심히 지켜보는 동안, 내 개성이 이제 둘로 된 합자 회사에 녹아들었다는 것, 내 자유 의지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 그리고 남의 실수나 불운이 죄 없는 나를 당치 않은 재앙과 죽음 속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또렷이 깨닫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섭리의 일종의 공위 기간이 있다고 보았다. 섭리의 공평무사한 공정함이라면 결코 그토록 지독한 불의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그러는 동안 나는 고래와 배 사이에 끼어 짓눌릴 듯한 그를 이따금 그 사이에서 홱 끌어냈다), 다시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이 처지는 숨 쉬는 모든 인간의 처지와 꼭 같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어떻게든 여러 다른 인간들과 이런 샴쌍둥이의 연결을 맺고 있을 뿐이다. 그대의 은행가가 파산하면 그대도 무너진다. 그대의 약제사가 실수로 알약에 독을 넣어 보내면 그대는 죽는다. 그야 그대는 아주 조심하면 이런 일과 삶의 다른 수많은 나쁜 우연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퀴퀘그의 원숭이 밧줄을 아무리 조심해서 다루어도, 그는 이따금 밧줄을 어찌나 홱 잡아당겼던지 나는 하마터면 배 밖으로 미끄러질 뻔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수를 쓰든 밧줄의 한쪽 끝만 내 손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도무지 잊을 수 없었다.1
나는 고래와 배 사이에서 가엾은 퀴퀘그를 자주 홱 끌어냈다고 넌지시 말했다. 둘 다 끊임없이 구르고 흔들려서 그가 이따금 그 사이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끼어 짓눌릴 위험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밤사이 저희에게 가해진 학살에도 겁먹지 않고, 상어들은 앞서 갇혀 있다가 이제 시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피에 새롭게, 더 날카롭게 꾀여, 그 미친 짐승들은 벌집의 벌 떼처럼 시체 둘레에 우글거렸다.
그리고 바로 그 상어들 한가운데에 퀴퀘그가 있었다. 그는 허우적거리는 발로 상어들을 자주 밀어냈다. 죽은 고래 같은 먹이에 끌려들면, 다른 때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고기를 먹는 상어도 좀처럼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없다면,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어들이 이 잔치에 그토록 게걸스럽게 손가락을 들이밀고 있으니, 놈들을 날카롭게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일로 여겨진다는 것은 충분히 믿을 만하다. 그래서 유난히 사나워 보이는 상어의 아가리에 그 가엾은 친구가 너무 가까이 갈 때 내가 이따금 홱 끌어당기는 원숭이 밧줄 말고도, 그에게는 또 하나의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태시테고와 다구가 해체대 하나에 매달려 뱃전 너머로 내려가서, 날카로운 고래 삽 두 자루를 그의 머리 위로 줄곧 휘두르며 닿는 대로 상어를 죽였다. 물론 그들의 이런 처사는 사심 없고 너그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퀴퀘그가 더없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를 도우려는 성급한 열성 때문에, 그리고 그와 상어들이 피로 흐려진 물에 이따금 반쯤 가려졌기 때문에, 그들의 그 분별없는 삽은 상어 꼬리보다 사람 다리를 잘라 낼 뻔한 적이 더 많았다. 그러나 가엾은 퀴퀘그는, 그 커다란 쇠갈고리를 들고 거기서 용쓰며 숨을 헐떡이던 가엾은 퀴퀘그는, 아마 그저 제 요조에게 기도하며 제 신들의 손에 목숨을 맡겼으리라.
그래, 그래, 나의 소중한 동무이자 쌍둥이 형제여. 나는 바다가 부풀어 오를 때마다 밧줄을 당겼다 늦췄다 하며 생각했다. 결국 그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이 포경 세계의 우리 인간 하나하나와 모두를 그대로 비춰 주는 귀한 모습이 아니냐? 네가 헐떡이는, 깊이를 잰 적 없는 그 대양은 삶이다. 그 상어들은 네 원수들이다. 그 삽들은 네 친구들이다. 그리고 상어와 삽 사이에서 너는 딱하게도 곤경과 위험에 빠져 있구나, 가엾은 녀석아.
그러나 힘을 내라! 너에게는 기쁜 대접이 기다리고 있다, 퀴퀘그. 기진맥진한 야만인이 입술은 퍼렇고 눈은 핏발이 선 채 마침내 쇠사슬 발판을 타고 올라와, 온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저도 모르게 덜덜 떨면서 뱃전 너머에 서자, 급사가 다가와 자비롭고 위로하는 눈길로 그에게 건네는 것이 무엇인가? 뜨거운 코냑? 아니다! 그에게 건네는 것은, 신들이여! 그에게 건네는 것은 미지근한 생강물 한 잔이다!
"생강? 생강 냄새가 나는데?" 스터브가 다가오며 수상쩍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이건 생강이 틀림없다." 그는 아직 입도 대지 않은 잔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한동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서 있다가, 깜짝 놀란 급사 쪽으로 차분히 걸어가며 천천히 말했다. "생강? 생강이라? 그래, 도우보이 씨, 생강에 무슨 효험이 있는지 좀 친절하게 일러 주겠냐? 생강이라! 이 덜덜 떠는 식인종 속에 불을 지피려고 네가 쓰는 땔감이 생강이냐, 도우보이? 생강이라니! 생강이 도대체 뭐냐? 석탄이냐? 장작이냐? 성냥이냐? 부싯깃이냐? 화약이냐? 도대체 생강이 뭐길래 여기 우리 가엾은 퀴퀘그에게 이 잔을 내미느냐 말이다."
"이 일에는 무슨 살금살금 끼어든 금주 협회 운동 같은 게 있소." 그는 막 앞쪽에서 온 스타벅에게 다가가며 갑자기 덧붙였다. "저 잔 좀 보시오. 괜찮다면 냄새도 맡아 보시오." 그러고는 항해사의 얼굴빛을 살피며 덧붙였다. "스타벅 씨, 저 급사 놈이 방금 고래에서 올라온 저기 저 퀴퀘그에게 염화제일수은이랑 할라파 설사약을 뻔뻔하게 내밀었소. 급사가 약제사요? 그리고 반쯤 물에 빠져 죽은 사람한테 숨을 다시 불어넣어 주는 쓴 술이 이런 거냐고 물어봐도 되겠소?"
"그렇지는 않겠지." 스타벅이 말했다. "꽤 시시한 물건이로군."
"그래, 그래, 급사." 스터브가 외쳤다. "작살잡이에게 약을 먹이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마. 여기서는 네 약제사 약 따위는 안 통한다. 우리를 독살하고 싶은 거지, 응? 우리 목숨에 보험을 들어 놓고 우리를 몽땅 죽여서 보험금을 챙기고 싶은 거지, 응?"
"제가 아닙니다." 도우보이가 외쳤다. "생강을 배에 들여온 건 채리티 아주머니예요. 작살잡이들에게는 절대로 독한 술을 주지 말고 이 생강 주브만 주라고 하셨어요. 그분이 그렇게 부르셨어요."
"생강 주브라고! 이 생강처럼 쩨쩨한 놈아! 이거나 먹어라! 그리고 사물함으로 달려가서 더 나은 걸 가져와. 잘못하는 건 아니겠지요, 스타벅 씨. 선장님 명령이오. 고래 위에 있다 온 작살잡이에게는 그로그 술을 주라고."
"됐네." 스타벅이 대답했다. "다만 그 녀석을 다시 때리지는 말게, 그리고……"
"아, 나는 때려도 다치게 하지는 않소. 고래나 그런 걸 때릴 때 말고는. 그리고 이 녀석은 족제비요. 무슨 말을 하려던 참이었소?"
"이것뿐일세. 그 녀석과 함께 내려가서, 자네가 바라는 걸 몸소 가져오게."
스터브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한 손에 검은 술병을, 다른 손에는 차 상자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앞의 것에는 독한 술이 들어 있어서 퀴퀘그에게 건네졌다. 뒤의 것은 채리티 아주머니의 선물이었는데, 그것은 파도에게 아낌없이 주어졌다.
주
1. 원숭이 밧줄은 포경선이면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원숭이와 그를 붙드는 사람을 한데 묶은 것은 피쿼드호뿐이었다. 본디 관례를 이렇게 고친 것은 다름 아닌 스터브였다. 위험에 처한 작살잡이에게, 원숭이 밧줄을 붙드는 사람이 충실하고 방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가장 단단히 보증해 주려는 뜻이었다.